음악부터 여성·건축·독립영화까지…극장 대신 영화제로 즐기는 스크린 여행[주말&]

입력 2026-08-07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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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 독립영화까지…주제 확장한 전국 영화제
작품 상영 넘어 동시대 화두 담은 프로그램 눈길

▲제22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JIMFF) 상영작 스틸컷. (사진제공=JIMFF 조직위)
▲제22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JIMFF) 상영작 스틸컷. (사진제공=JIMFF 조직위)

검열에 맞서는 예술가, 사회가 ‘악녀’로 규정한 여성, 도시의 표정을 바꾸는 건축, 지역에서 출발한 독립영화가 살아 살아 숨 쉬는 곳. 바로 영화제다. 올해 늦여름과 초가을 사이에 진행되는 영화제들은 규모와 주제는 다르지만 익숙한 제도와 규범의 바깥에 놓인 사람과 공간을 비춘다는 공통점이 있다. 작품을 소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동시대 영화가 무엇을 묻는지 보여주는 자리다.

7일 영화계에 따르면 내달 3일부터 8일까지 충북 제천에서 열리는 제22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JIMFF)의 변화는 올해 신설한 ‘국제경쟁’에서 두드러진다. 음악을 중심에 둔 기존 경쟁 부문과 별도로 영화적 성취와 새로운 관점이 돋보이는 장편 7편을 선정했다. 검열과 표현의 자유, 전쟁의 상처, 가족의 재구성, 상실 이후의 회복이 주요 화두다.

알리 아스가리 감독의 ‘디바인 코미디’는 창작을 가로막는 검열의 현실을 소동극으로 풀어낸다. 소피 헬드만 감독의 ‘묻어둔 여름’은 19세기 스코틀랜드의 실화를 바탕으로 금기와 편견에 맞선 여성들을 그린다. 페르난도 에임브케 감독의 ‘모스카스’는 통제된 일상이 흔들리는 과정을 통해 새로운 공동체와 대안 가족의 가능성을 살핀다.

모하메드 알 다라지 감독의 ‘길가메시의 꿈’은 전쟁 속 아이들의 상실과 희망을 담았다. 압델라티프 케시시 감독은 ‘메크투브, 마이 러브: 칸토 두에’로 한국 관객과 만난다. 아이라 잭스 감독의 ‘피터 후자르의 하루’에서는 벤 위쇼와 레베카 홀이 호흡을 맞췄다. 유일한 한국 작품인 전찬우 감독의 ‘몸과 마음’은 월드 프리미어로 공개된다.

조명진 프로그래머는 “이번에 신설된 국제경쟁 부문은, 제천국제음악영화제가 국제음악영화 경쟁 부문으로 음악영화의 정체성을 이어가는 동시에, 세계 영화의 새로운 흐름을 함께 소개하는 국제영화제로 한 단계 도약하고자 마련한 섹션”이라고 밝혔다. 영화제는 9월 3일부터 8일까지 제천시 일원에서 열린다.

▲제28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 상영작 스틸컷 (사진제공=서울국제여성영화제 조직위)
▲제28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 상영작 스틸컷 (사진제공=서울국제여성영화제 조직위)

서울국제여성영화제는 여성을 통제해온 문화적 명명법을 되짚는다. 이달 20일부터 26일까지 열리는 특별전 ‘미치거나 나쁘거나: ‘악녀’의 사회학’은 1969년부터 2026년까지 제작된 8편을 묶었다. 마녀와 나쁜 엄마, 미친 여자, 팜므파탈, 못생긴 여자, 비호감 여자라는 이름이 어떤 사회적 기준 속에서 만들어졌는지 추적한다.

‘메데아’와 ‘생토메르’는 모성의 규범에서 이탈한 여성을 사회가 어떻게 판단하는지 묻는다. ‘영향 아래의 여자’는 아내와 어머니에게 요구되는 정상성의 기준을 들여다본다. ‘블러드 카운테스’와 ‘카르멘’은 욕망과 권력을 드러낸 여성이 위험한 존재로 규정되는 과정을 포착한다.

한국영화 ‘피도 눈물도 없이’는 범죄로 얽힌 두 여성을 서사의 중심에 놓고 갈등과 연대, 생존을 함께 다룬다. ‘미쓰 홍당무’는 친절함과 호감, 절제된 감정을 여성의 조건으로 삼아온 시선을 비튼다. ‘어글리 시스터’는 신데렐라의 의붓자매를 앞세워 외모의 기준과 가족 서사 속 악역의 기원을 바디 호러로 해체한다.

황혜림 서울국제여성영화제 집행위원장은 “악녀는 여성의 분노와 욕망, 권력과 자유, 모성과 몸을 설명하고 통제하는 과정에서 시대와 사회가 반복적으로 만들어온 문화적 이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왜 어떤 여성을 ‘미치거나 나쁜 여자’라고 부르는지, 그 이름을 오늘날 어떻게 다시 쓸 수 있는지를 작품들과 함께 묻고자 한다”고 밝혔다.

▲제18회 서울국제건축영화제 포스터 (사진제공=서울국제건축영화제 조직위)
▲제18회 서울국제건축영화제 포스터 (사진제공=서울국제건축영화제 조직위)

서울국제건축영화제는 인물 대신 공간에 축적된 시간을 읽는다. 9월 5일 개막하는 올해 영화제에서는 12개국 작품 14편이 상영된다. 개막작 ‘프로세스 진화하는 공공건축, 구마모토’는 1988년 시작된 ‘구마모토 아트폴리스’의 38년을 따라간다. 공공건축이 도시의 정체성과 생활환경을 바꿔온 과정을 기록한 작품이다.

케빈 시유안 감독의 ‘썸머 아일랜드’와 정다운 감독의 ‘더 스튜디오: 바퀴 위 공간에서, 땅 위의 공간으로’도 상영된다. 오프라인 상영은 9월 5일과 6일 이화여자대학교 아트하우스 모모에서 열린다. 온라인 상영은 9월 6일부터 20일까지 네이버TV 채널에서 이어진다.

원주옥상영화제는 지역과 독립영화의 저변을 보여준다. 8월 27일부터 사흘간 한국관광공사 옥상과 AK플라자 원주점 옥상에서 27편을 상영한다. 올해 선정 기준은 메시지와 이미지 사이의 균형이다. 공모에는 ‘강원단편선’ 42편, ‘옥상단편’ 791편이 접수돼 역대 최다 기록을 세웠다.

개막 섹션 ‘강원단편선’에는 조현경 감독의 ‘불멸’을 포함한 5편이 선정됐다. ‘옥상단편’에서는 장서윤 감독의 ‘갱년기 소녀 투쟁기’ 등 13편을 선보인다. ‘옥상장편’은 고승현 감독의 ‘같은 계절을 보낸다는 건’ 등 2편으로 구성됐다. ‘오늘의 상영’에서는 김현비·김의진·서선민 감독의 ‘남쪽 나라를 보았니’를 비롯한 7편을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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