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수 포기한 돈 1조2000억⋯추정손실 10건 중 8건은 기업대출

입력 2026-08-05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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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대출 추정손실 9809억원⋯중소법인 연체율 1.11%
거액 익스포저·기업회생 여파⋯은행권 건전성 관리 강화

기업대출 부실이 은행 건전성의 새 부담으로 떠오르고 있다. 5대 은행이 회수가 사실상 어렵다고 판단한 ‘추정손실’ 대출이 2분기 말 1조2109억원에 달한 가운데, 10건 중 8건은 기업대출에서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금리와 내수 부진이 장기화하면서 기업여신 건전성에 경고등이 켜지고 있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2분기 말 추정손실은 1조2109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9567억원)보다 26.6%, 올해 1분기 말(1조250억원)보다 18.1%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2분기(1조2499억원) 이후 가장 큰 규모다.

은행들은 대출채권을 정상부터 추정손실까지 5단계로 관리한다. 추정손실은 채무자의 상환 능력이 심각하게 악화해 회수가 사실상 어렵다고 판단되는 여신으로, 건전성 분류 가운데 가장 낮은 단계다.

은행별 추정손실은 신한은행이 3421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NH농협은행 2655억원, KB국민은행 2489억원, 하나은행 1828억원, 우리은행 1716억원 순이었다. 전년 동기 대비 증가율은 우리은행이 80.9%로 가장 높았고 하나은행 55.1%, 신한은행 48.0%가 뒤를 이었다. KB국민은행은 4.7% 증가한 반면 NH농협은행은 3.5% 감소했다.

여신 종류별로는 기업대출 쏠림이 두드러졌다. 5대 은행의 기업대출 추정손실은 9809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6.3% 늘어 1조원에 육박했다. 가계대출 추정손실은 2298억원으로 28.1% 증가했지만 규모는 기업대출의 4분의 1 수준에 그쳤다. 전체 추정손실 가운데 기업대출 비중은 81.0%에 달했다.

이처럼 기업대출 부실이 급증한 배경에는 고금리와 내수 부진의 타격을 집중적으로 받은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경영난이 자리 잡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5월 말 중소법인대출 연체율은 1.11%, 개인사업자 대출 연체율은 0.84%로 대기업대출 연체율(0.27%)을 크게 웃돌았다. 5대 은행의 기업대출 고정이하여신 비율도 지난해 말 0.42%에서 올해 6월 말 0.51%로 상승했다.

은행권은 기업대출 부실 확대가 경기 둔화와 대내외 불확실성이 겹친 결과라고 진단했다. 2분기 추정손실 증가의 배경으로는 특정 기업집단 계열사의 워크아웃과 기업회생 신청, 일부 거액 익스포저 부실 발생 등을 꼽았다. 내수 부진 장기화와 고환율·고유가·고금리 등 복합적인 악재가 이어지면서 중소기업과 소호(SOHO)를 중심으로 부실 위험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기업 차주의 영업실적과 재무 안정성이 전반적으로 약화하고 있다”며 “금리 상승이 이어질 경우 취약 차주를 중심으로 연체와 신용위험이 확대될 가능성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은행들은 하반기에도 건전성 관리 기조를 유지하면서 잠재 부실에 대한 선제 대응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특정 업종을 일률적으로 제한하기보다 거액 고정이하여신과 부실 우려 여신을 상시 모니터링하고, 조기경보 체계를 통해 취약 차주를 선제적으로 관리할 계획이다.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기업여신 심사에서는 금리뿐 아니라 대손비용과 자본비용을 반영한 위험조정수익률(RAROC)까지 함께 고려하고 있다”며 “부실 우려 채권은 적기에 관리하면서도 성장성이 높은 산업에 대한 금융 지원은 지속해 건전성과 생산적금융을 함께 관리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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