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산 기장군이 16년 만에 추진 중인 군기(CI) 변경을 둘러싸고 추진 과정의 불투명성이 도마에 올랐다.
군기 변경 실무를 총괄하는 담당 과장은 "인수위원회가 제안해 군수가 받아들인 것"이라고 설명하면서도 정작 새 CI 제작 업체는 알지 못한다고 답했다.
여기에 조례 개정 전 군청 브리핑룸에 새 군기 이미지가 설치된 사실까지 확인되면서 CI 변경 절차와 예산 집행 과정 전반에 대한 의문이 커지고 있다.
기장군 행정지원과 김성태 과장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군기 변경은 인수위원회에서 제안했고 군수가 이를 받아들였다"며 "CI를 제작한 업체는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군기(CI)는 조례로 정하는 기장군의 공식 상징물이다. 변경을 위해서는 조례 개정과 의회 의결 절차를 거쳐야 하며, 디자인 제작과 시설물 교체에는 예산 집행도 뒤따른다.
이 때문에 군기 변경 실무를 총괄하는 담당 과장이 제작 업체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답변은 추진 과정의 투명성 논란으로 이어지고 있다.

논란은 군청 브리핑룸에서도 확인됐다.
기장군의회 구본영 의원이 확인한 결과 군청 3층 브리핑룸 벽면에 새 군기 이미지가 삽입된 패널을 설치한 것은 우성빈 군수의 지시에 따른 것으로 파악됐다.
당시 군기 변경 조례는 아직 의회를 통과하지 않은 상태였다.
이후 논란이 불거지자 기장군은 브리핑룸에 설치된 새 군기 이미지를 가림막으로 덮었다.
구본영 의원은 "군의회와 사전 협의도 없이 군기 변경이 추진됐고, 조례 개정도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새 군기가 공식 공간에 설치됐다"며 "새 군기 사용을 즉각 중단하고 관련 예산과 제작 과정을 군민에게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장군은 예산 낭비 우려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군 관계자는 "추가 예산을 편성하는 것이 아니라 교체 시기가 도래한 군기부터 순차적으로 변경할 계획"이라며 "예산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브랜드 전문가들은 순차적인 교체 방식이 오히려 CI 변경의 효과를 반감시킬 수 있다고 지적한다.
노정태 라온위플 대표는 "CI 변경은 단순히 로고만 바꾸는 작업이 아니라 모든 적용 매체(Application)까지 일관성 있게 반영돼야 브랜드 정체성이 확립된다"며 "새 CI와 기존 CI가 장기간 혼용될 경우 군민은 물론 관광객들에게도 혼란을 줄 수 있고, CI 변경 효과 역시 크게 떨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CI를 변경할 때는 간판과 공공시설물, 각종 홍보물과 인쇄물, 디지털 콘텐츠 등 적용 범위 전반을 함께 검토하는 것이 브랜드 관리의 기본 원칙"이라며 "적용 계획까지 고려하지 않은 채 순차적으로 교체하는 방식은 브랜드 전략 측면에서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결국 새 군기 디자인이 제작됐고 브리핑룸 패널까지 설치된 만큼 디자인 개발과 제작, 설치 과정에서 어떤 절차를 거쳤는지, 관련 비용은 어떻게 집행됐는지에 대한 의문은 여전히 남아 있다.
특히 현재까지 군기 제작 계약이 어떤 방식으로 추진됐는지, 제작 업체가 누구인지, 관련 비용이 어디에서 집행됐는지는 공개되지 않고 있다.
기장군에서는 민선 9기 출범 이후 더불어민주당 소속 우성빈 군수와 국민의힘 소속 군의원 간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부정부패·낭비성 의심사업 전수조사 TF' 구성을 둘러싸고도 양측은 정면 충돌한 바 있다.
결국 이번 군기 변경 논란의 핵심은 '절차'다.
인수위원회의 제안으로 군수가 군기 변경을 수용한 사실은 확인됐지만, 누가 디자인을 의뢰 제작 제작했고 어떤 절차로 제작이 이뤄졌는지, 관련 비용은 어떻게 집행되었는지, 아니면 앞으로 집행될 예산은 얼마인지는 여전히 공개되지 않고 있다.
담당 과장이 제작 업체조차 알지 못한다고 밝힌 만큼 군기 변경 전 과정에 대한 기장군의 구체적인 설명과 자료 공개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