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현광장-장영근의 우주 속으로] 민간기업 키워야 ‘우주강국’ 꿈꾼다

입력 2026-08-0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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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D중심 예산에 보고서 제출 반복
국가주도 사업, 산업화 연결은 한계
정부 역할, 생태계 조성으로 충분해

“대한민국을 세계 5대 우주강국으로 만들겠습니다.” 지난 20여 년 동안 정부가 가장 많이 반복한 정책 구호 중 하나다. 최근에도 세 곳에 우주산업 클러스터를 조성하겠다는 지역 우주산업 육성을 약속했다. 지난 달 초 이재명 대통령은 스페이스X를 언급하며 나라의 명운을 걸고 우주항공산업을 국가안보와 미래 성장동력으로 키우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우주산업을 국가전략산업으로 육성하겠다는 의지는 분명 환영할 만하다. 세계 우주시장은 이미 정부 주도의 연구개발 단계를 넘어 민간기업이 경쟁하는 거대한 산업 생태계로 진화하고 있다. 방향은 옳다. 그러나 왜 지난 시절 동안 수없이 많은 우주산업 육성 전략이 발표되었지만, 세계 우주시장에서 경쟁하는 한국의 대표 우주기업과 우주 부품은 단 하나도 찾아보기 어려울까.

산업이라면 글로벌 시장에서 팔리는 제품이 있어야 하고 지속적으로 투자하는 기업이 있어야 한다. 이를 뒷받침하는 공급망과 전문인력도 축적되어야 한다. 하지만 우리의 우주정책은 여전히 연구개발 중심의 사고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새로운 연구과제를 만들고 예산을 배정한다. 연구기관과 기업은 기술을 개발하고 시제품을 제작한다. 과제가 끝나면 보고서를 제출하고 사업은 종료된다. 그러나 양산은 되지 않고 해외수출도 이어지지 않고 기업은 다시 다음 연구과제를 매달린다.

지난 30년 동안 반복된 이 구조 속에서 연구개발은 성장했지만 산업은 발전하지 못했다. 연구개발은 새로운 기술을 만드는 데 강점이 있지만 산업은 전혀 다른 논리로 움직인다. 산업은 시장과 투자, 생산, 품질, 인증, 수출, 공급망이 함께 성장해야 한다. 기술이 아무리 뛰어나도 기업이 세계 시장에서 제품을 팔지 못하면 산업 경쟁력은 생기지 않는다. 그 결과 독자적인 핵심부품 기술도 축적하지 못했고 양산 경험을 가진 산업 인력도 부족하다. 정부 연구개발 외에는 기업이 장기 투자할 만한 시장도 창출하지 못했다. 결국 정부 예산이 줄면 산업화도 함께 위축되는 구조가 고착되었다.

이러한 현실은 반도체 산업과 비교하면 더욱 분명해진다. 반도체 역시 정부 지원이 있었다. 기업이 세계 시장에서 경쟁했고 정부는 투자, 금융, 세제, 인력, 수출을 지원했다. 시장이 기술혁신을 이끌었고 기술혁신이 다시 시장을 확대했다. AI 산업 역시 마찬가지다. 정부는 기반을 만들지만 산업을 움직이는 주체는 민간기업이다. 반면 우리 우주산업은 아직도 연구개발 성과가 산업 경쟁력으로 이어지는 연결고리를 만들지 못하고 있다.

세계는 이미 뉴스페이스 시대로 넘어갔다. 미국은 항공우주국(NASA)이 모든 것을 개발하던 시대를 끝내고 민간기업을 고객이자 파트너로 육성했다. 그 결과 스페이스X는 발사체 시장의 질서를 바꾸었고, 수많은 민간기업이 위성, 발사체, 영상, 데이터 서비스 시장을 이끌고 있다. 더 주목해야 할 사례는 뉴질랜드다. 우리보다 훨씬 늦게 우주산업에 뛰어들었지만 정부는 직접 로켓을 개발하기보다 로켓랩이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 집중했다. 오늘날 로켓랩은 세계적 우주기업으로 성장했고 글로벌 공급망의 핵심기업이 되었다. 룩셈부르크 역시 작은 나라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선택과 집중 전략을 택했다. 우주자원과 위성 산업을 국가 전략산업으로 육성하고 금융과 세제 지원을 통해 세계 기업을 끌어들였다. 이들 국가는 우주강국이라는 구호보다 세계 시장에서 경쟁하는 기업을 만드는 데 정책의 초점을 맞췄다.

이제 우리도 정책의 출발점을 바꿔야 한다. 우주산업 정책의 성공 여부는 연구과제 수나 예산 규모가 아니라 세계 시장에서 선택받는 기업과 제품의 숫자로 평가되어야 한다. 정부는 모든 것을 직접 기획하고 관리하는 역할에서 벗어나 기업이 장기 투자할 수 있는 시장을 만들어야 한다. 전략 부품을 선정해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구매를 보장하고 수출과 글로벌 공급망 진입을 지원해야 한다. 무엇보다 연구개발 성과를 논문과 시제품이 아니라 양산, 수출, 해외 고객 확보라는 산업 성과로 평가하는 체계로 바꿔야 한다.

우주산업을 더 이상 국가가 혼자 이끄는 시대가 아니다. 국가가 해야 할 일은 기업이 세계와 경쟁할 수 있는 생태계를 만드는 것이다. ‘세계 5대 우주강국’이라는 구호는 국민에게 희망을 줄 수 있다. 그러나 세계가 기억하는 것은 스페이스X, 로켓랩과 같은 시장을 바꾼 우주기업과 기술이다. 이제 대한민국에도 정부가 자랑하는 우주개발이 아니라 세계가 먼저 찾는 글로벌 우주기업 하나가 필요하다.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우주강국의 출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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