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룹 방탄소년단(BTS)이 제69회 '그래미 어워즈'에 음악을 출품하지 않는다고 전격 발표한 가운데 시상식 측이 해명에 나섰다.
30일 미 연예 전문 매체 버라이어티에 따르면 그래미 어워즈를 주관하는 레코딩 아카데미의 하비 메이슨 주니어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그래미 공식 SNS 계정을 통해 '베스트 아시안 팝' 부문 신설이 K팝 아티스트들을 주변부로 밀어내기 위한 조치가 아니었다고 밝혔다.
메이슨 CEO는 "방탄소년단이 올해 그래미 어워즈 심사 절차에 참여하지 않기로 했다는 소식을 듣고 안타까웠다"며 "다만 음악 창작자로서 그들의 결정을 이해하고 존중한다"고 전했다.
이어 "논의 과정에서 한 가지 사실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고 있는 것 같아 이를 분명히 하고 싶다"며 "아시안 팝 부문은 아시아에서 탄생한 팝 음악의 깊이와 다양성, 놀라운 성장을 기리기 위해 만들어졌다. 새로운 부문의 취지는 이처럼 중요한 아티스트들을 별도로 조명하는 데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부문이 늘어나면 더 많은 아티스트의 작품이 인정받을 수 있다"며 "이는 아티스트들을 구분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1만5000명의 그래미 투표 회원에게 인정받는 대상을 확대하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메이슨 CEO는 "아시안 팝이나 재즈, 컨트리 등 장르 부문에 음악을 출품한다고 해서 '올해의 레코드', '올해의 앨범', '올해의 노래'를 비롯한 제너럴 필드(본상) 부문 출품과 후보 심사에서 제외되는 것은 아니다"며 "제너럴 필드 부문은 장르와 관계없이 자격 요건을 갖춘 모든 음반에 열려 있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장르 부문과 제너럴 필드 부문에서의 인정은 서로 배타적이지 않다"며 "아티스트는 두 부문 모두에서 수상을 노릴 수 있다"고 덧붙였다.
앞서 RM, 진, 슈가, 제이홉, 지민, 뷔, 정국 등 방탄소년단 멤버 7명은 각자의 SNS를 통해 "저희는 올해 그래미에 출품하지 않기로 했다. 음악이 지역이나 언어로 구분되기보다 음악 그 자체로 들리고 사랑받을 수 있기를 바란다. 늘 함께해 주는 아미(팬덤명)와 모든 분께 감사드린다"는 내용의 성명을 게재했다.
방탄소년단의 발표는 레코딩 아카데미가 베스트 아시안 팝 뮤직 퍼포먼스 부문 신설을 발표한 지 한 달여 만에 나왔다.
지난달 레코딩 아카데미는 신설 부문에 대해 "아시아 시장에서 시작됐거나 널리 인정받는 아시아 팝 음악 퍼포먼스의 예술적 우수성을 평가한다"며 "K팝, J-팝(일본 음악), C-팝(중국 음악) 등을 포함하되 이에 국한하지 않으며, 하나 이상의 아시아 언어를 의미 있게 사용한 작품을 대상으로 한다. 상은 해당 곡을 공연한 아티스트에게 수여된다"고 설명한 바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별도 부문 신설이 아시아 팝을 주요 부문 경쟁에서 분리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했다. 역사와 언어, 산업 구조 등에서 뚜렷한 차이를 보이는 아시아 음악을 하나의 부문으로 묶는 게 합리적이지 않다는 지적도 나왔다.
방탄소년단은 3월 발표한 정규 5집 '아리랑(ARIRANG)'으로 미국 빌보드 메인 싱글·앨범 차트 1위를 모두 석권하는 등 세계적인 반향을 일으킨 바 있다. 그래미 어워즈 본상 부문 수상도 유력하게 점쳐지는 시점에서 그래미 어워즈에 출품하지 않겠다는 소식을 전한 건 K팝에 대한 수상 장르와 심사 기준 일부를 변경한 데 대한 문제의식을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 내 다른 대중음악 시상식과 비교할 때 그래미 어워즈는 비(非) 백인 아티스트에게 유독 보수적이고 배타적이라는 비판이 끊이질 않았다. 방탄소년단 역시 '베스트 팝 듀오·그룹 퍼포먼스'와 '베스트 뮤직비디오' 등 여러 부문 후보에 올랐지만 아직 그래미 어워즈 트로피를 들어올린 적은 없다.
그래미 어워즈의 불공정한 대우를 이유로 시상식을 보이콧한 아티스트는 방탄소년단이 처음이 아니다. 드레이크와 제이지, 더 위켄드 등 여러 스타가 한동안, 때로는 수년간 시상식에 참여하지 않기도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