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형 자동 파라솔 수백개로 뙤약볕 틀어 막고⋯나라별 폭염 생존법

입력 2026-08-0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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佛 2003년 폭염 참사 후 체계 마련
스페인, 폭염에 이름 부여해 경각심↑
英, 폭염 정도 따라 색깔별 경보 체계
사우디, 대형 자동 파라솔로 광장 덮어

▲프랑스 파리 나시옹 광장에서 지난달 28일(현지시간) 시민들이 잔디밭에서 더위를 식히고 있다. (파리/AFP연합뉴스)
▲프랑스 파리 나시옹 광장에서 지난달 28일(현지시간) 시민들이 잔디밭에서 더위를 식히고 있다. (파리/AFP연합뉴스)

폭염이 ‘불편한 여름 날씨’를 넘어 사람의 생명과 도시 기능을 위협하는 재난으로 바뀌고 있다. 병원 응급실에는 온열 질환자가 몰리고, 야외 노동자가 쓰러지는 일들이 북반구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세계 각국이 경보 체계부터 보험과 반사 지붕을 확대하는 것은 물론, 초대형 자동 파라솔을 빼곡이 세워 뙤약볕으로부터 커다란 광장을 틀어막기도 한다.

1일 AP통신과 가디언·프랑스24·유로뉴스 등의 보도를 종합해보면 폭염에 대한 대비는 이제 하나의 국가적 생존 정책으로 거듭났다.

프랑스는 2003년 폭염으로 막대한 인명 피해를 겪은 뒤 기상 경보와 보건·복지 대응을 연결했다. 평년 희생자보다 약 1만5000명이 추가로 폭염 탓에 숨졌다. 피해자의 상당수는 75세 이상 고령자였다.

이후 프랑스는 폭염을 단계로 나눠 대응 중이다. 병원과 요양 시설이 비상 체제로 전환하고, 지방자치단체는 독거노인과 취약 계층의 안부를 확인한다. 폭염을 개인 건강관리 문제가 아닌 의료 체계 전체의 위기로 간주한 국가 정책이다.

스페인 세비야는 폭염에도 이름과 등급을 붙이는 실험을 했다. 마치 태풍에 이름을 붙이듯 폭염에도 이름을 부여한 것. 추상적인 고온 예보보다 위험성이 선명하게 전달됐다는 게 유로뉴스의 분석이다.

시민들은 이름이 붙은 폭염을 하나의 재난으로 인식하고, 지방정부는 단계별 행동 요령을 집중적으로 알릴 수 있다. 폭염을 기억 가능한 사건으로 바꾸려는 발상이다.

영국은 보건용 폭염 경보를 운영한다. 황색·주황색·적색 단계에 따라 국민보건서비스와 요양 시설, 지방정부가 대응 수위를 높인다.

적색 경보는 고령자나 만성 질환자뿐 아니라 건강한 사람의 생명도 위험할 수 있고 교통·전력·식수·기업 활동까지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뜻이다. 실제 경보가 발령되면 의료 기관은 환자 급증에 대비하고 취약계층 보호 조치를 강화한다.

인도는 2010년 섭씨 47도까지 치솟았던 폭염을 겪은 이후 새 정책을 마련했다. 특히 빈민가와 야외노동자를 핵심 보호 대상으로 지정했다.

지붕에는 흰색 반사 도료를 활용한 ‘쿨 루프’를 도입했다. 빈민가와 저소득층 주택의 지붕을 밝은색으로 칠해 햇빛을 반사하고 실내 온도를 낮추는 정책을 수립하고 정부가 이를 지원하기 시작했다. 에어컨을 살 형편이 안 되는 가정에도 적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더운 나라인 만큼 일정 기온과 폭염 지속 시간을 넘으면 보험금이 자동 지급되는 ‘폭염보험’도 등장했다. 2024년에는 극심한 더위가 보험금 지급 조건을 충족하면서 여성 비공식 노동자 수만 명이 보상을 받았다.

아예 초대형 자동 파라솔을 수백 개 세워 뙤약볕을 틀어막은 나라도 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주요 도시 자체가 거대한 폭염 대응시설로 변했다. 예언자 모스크 광장이 대표적이다. 종교 행사 때 최대 20만 명이 넘게 모이는 곳이다.

사우디는 이곳 광장에 약 250개의 자동 개폐식 대형 파라솔을 설치했다. 통합 제어실이 날씨와 이용 상황에 맞춰 파라솔을 펼치고 접는다. 이른 아침에 하늘을 개방했다가 한낮 뙤약볕이 쏟아질 때는 초대형 파라솔이 자동으로 펴진다. 파라솔 아래에는 436대의 미스트 팬이 물안개를 분사해 열기를 식힌다.

한꺼번에 22만8000명 넘는 순례객에게 단박에 그늘을 제공할 수 있다는 게 최대 장점. 폭염 속에서도 종교 행사를 멈출 수 없는, 중동의 부자 나라가 도전할 수 있는 대규모 공학적 해법이다.

각국의 대책은 서로 다르지만 공통점은 분명하다. 폭염 피해는 기온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고령 여부, 주거 환경, 직업, 소득, 의료 접근성에 따라 위험은 크게 달라진다. 프랑스와 영국은 의료 체계를 먼저 움직이고, 인도는 지붕과 보험으로 빈곤층을 보호한다. 사우디아라비아는 거대한 그늘을 도시 위에 펼친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유럽 지역 국가의 절반 이상이 아직 포괄적인 폭염·보건 행동 계획을 갖추지 못했다”며 “폭염 경보가 울린 뒤 가장 취약한 사람에게 얼마나 빨리 그늘과 물ㆍ의료 서비스 등을 제공하느냐가 국가의 재난 대응력을 가르는 기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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