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판14'에서 익숙한 향기가?…'한컴타자연습' 소환 [해시태그]

입력 2026-07-28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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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김다애 디자이너 mnbg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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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밀꽃 필 무렵

마지막 잎새

동백꽃

별 헤는 밤

왠지 모를 이 익숙함. 순서까지 기시감이 느껴지는 건 결코 우연이 아닌데요. 수능을 마주하기도 훨씬 전에 만났던 그 리스트죠. 한때 컴퓨터 과목 수행평가의 큰 관문 ‘한컴타자연습’인데요. 이 ‘한컴타자’가 한 판타지 게임을 통해 다시 소환됐습니다.

검과 마법이 오가는 판타지 세계에 키보드가 무기로 등장했는데요. 화면에 제시된 철자를 빠르게 입력하면 몰려오던 적이 쓰러지죠. 얼핏 보면 타자 연습 프로그램의 게임 화면 같지만, 일본 스퀘어에닉스의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파이널판타지14’에 추가되는 신규 콘텐츠인데요.

그런데 영상을 본 국내 이용자들의 반응은 비슷했습니다. 동시에 한 게임을 떠올렸죠. “이거 한컴타자연습 아니냐”, “파판14에 산성비가 들어왔다”, 한컴타자연습까지 들어 있는 교육용 게임 파이널판타지14에 어서 오세요”라는 반응이 이어졌는데요. 25일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파이널판타지14 팬 페스티벌 2026’에서 공개된 타자 미니게임 ‘키바운드 브롤러(Keybound Brawler)’가 학교 컴퓨터실의 기억까지 불러온 거죠.


(출처=유튜브 채널 '파이널판타지14' 캡처)
(출처=유튜브 채널 '파이널판타지14' 캡처)


키바운드 브롤러는 파이널판타지14의 게임 속 오락장인 ‘맨더빌 골드소서’에 들어가는 신규 어트랙션인데요. ‘파이널판타지7’에서 영감을 받은 협업 콘텐츠로, 이용자는 ‘마지타입 키’라고 불리는 자판을 이용해 다가오는 적으로부터 거점을 지켜야 합니다.

화면에 나타난 철자를 정확하게 입력하면 공격이 이뤄지는 방식입니다. 혼자 도전할 수도 있고 다른 이용자 3명과 함께 최대 4명이 플레이할 수도 있죠. 성공하면 파이널판타지7을 연상시키는 의상과 탈것 등 협업 보상을 받을 수 있는데요. 단어를 입력해 적을 물리치는 화면과 진행 방식이 국내 이용자들에게 익숙한 한컴타자연습을 떠올리게 한 거죠. 스퀘어에닉스는 키바운드 브롤러를 10월 28일 글로벌판에 추가할 예정입니다. (패치 분류는 7.5 본편이 아닌 후속 업데이트를 뜻하는 ‘7.5x’)

판타지 MMORPG와 타자 게임은 언뜻 어울리지 않아 보이는데요. 그러나 파이널판타지14 이용자에게는 그리 낯선 시도는 아닙니다.

파이널판타지14의 중심은 이야기를 따라가며 던전과 보스전을 공략하는 모험인데요. 동시에 전투하지 않아도 즐길 수 있는 생활·놀이 콘텐츠도 큰 비중을 차지합니다. 키바운드 브롤러가 추가되는 맨더빌 골드소서는 이를 한데 모아놓은 게임 속 놀이공원이죠.

이곳에서는 초코보를 훈련해 경주에 출전시키거나 NPC·이용자와 카드게임 ‘트리플 트라이어드’를 즐길 수 있습니다. 수집한 꼬마 친구를 조종해 상대와 겨루는 실시간 전략게임 ‘꼬마 친구 공방전’, 실제 마작 규칙을 구현한 4인용 ‘도마식 마작’도 있죠. 매주 제시되는 주제에 맞춰 의상을 입고 점수를 받는 ‘패션 체크’, 숫자를 골라 당첨을 기다리는 복권 ‘복권방’, 각종 아케이드게임도 마련돼 있는데요. 게임 초반인 레벨 15부터 관련 퀘스트를 통해 입장할 수 있으며, 미니게임으로 모은 전용 포인트는 의상과 탈것 등으로 교환할 수 있습니다.


(출처=출처=유튜브 채널 '파이널판타지14' 캡처)
(출처=출처=유튜브 채널 '파이널판타지14' 캡처)


키바운드 브롤러 역시 메인 스토리를 진행하기 위해 반드시 해야 하는 콘텐츠는 아닌데요. 본 게임 안에서 선택해 즐기는 부가 미니게임인 셈이죠. 경마와 카드게임, 마작과 패션쇼까지 품은 골드소서에 타자게임이라는 새 놀이기구가 들어오게 된 겁니다.

이 놀이기구의 모습이 한컴타자연습의 ‘산성비’를 떠올리게 한 건데요. 화면 위에서 떨어지는 낱말을 바닥에 닿기 전에 입력해 없애는 방식이죠. 낱말을 놓칠수록 산성도를 나타내는 pH 수치가 낮아지고 단계가 오르면 낱말이 떨어지는 속도도 빨라졌는데요. 단순한 규칙이지만 타자 속도와 정확도를 동시에 겨뤄야 해 긴장감이 컸죠.


(출처=한글과 컴퓨터)
(출처=한글과 컴퓨터)


한컴타자연습 화면으로 세대를 나눌 수 있다는 얘기도 나왔는데요. 구버전의 단순한 화면과 ‘산성비’, ‘자원캐기’를 기억하는 이용자와 캐릭터와 배경이 강조된 후속 설치형 버전에서 ‘케이크 던지기’와 ‘해상구조 SOS’를 접한 이용자로 말입니다.

케이크 던지기는 내려오는 단어를 입력해 캐릭터가 케이크를 던지게 하는 게임인데요. 해상구조 SOS에서는 튜브에 적힌 단어를 입력해 자신의 캐릭터를 구조하거나 상대 캐릭터의 튜브를 없앨 수 있죠. 게임만 세대를 가르는 것은 아닙니다. 자리 연습부터 낱말·짧은글·긴글연습으로 이어지는 메뉴의 모양, 화면 속 캐릭터, 타수와 정확도가 표시되는 위치도 버전마다 달랐는데요.

특히 구버전부터 이어온 ‘메밀꽃 필 무렵’, ‘마지막 잎새’, ‘동백꽃’, ‘별 헤는 밤’, ‘소나기’, ‘어린 왕자’ 등이 포함된 ‘긴글 연습’은 학창시절 수행평가의 강력한 기억으로도 남아 있는데요. 학교나 교사에 따라 제한 시간 동안 글을 입력한 뒤 타수와 정확도를 확인하는 시험이었는데요. 완료된 후 화면에 뜬 타수와 시간, 오답률에 촉각을 곤두세웠죠.

현재 국가 교육과정에는 한컴타자연습을 활용하거나 일정 타수 이상을 평가하도록 한 기준이 없지만 한컴타자가 학교에서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닌데요. 한컴은 지난해 타자게임 ‘판뒤집기’의 전국 학교 대항전을 열어 이용자들이 획득한 점수를 학교별로 합산해 순위를 매겼죠. 과거 수업과 평가에 활용됐던 타자연습이 이제는 학교 대항 게임으로도 확장한 셈입니다.


(출처=유튜브 채널 '파이널판타지14' 캡처)
(출처=유튜브 채널 '파이널판타지14' 캡처)


파이널판타지14처럼 타자를 전투에 활용한 게임은 이전에도 있는데요. 대표적인 작품은 세가의 ‘더 타이핑 오브 더 데드’입니다. 총으로 좀비를 쏘는 ‘더 하우스 오브 더 데드’의 무기를 키보드로 바꿔, 화면에 나타난 단어나 문구를 입력하면 적을 공격하는 방식이죠.

2013년 출시된 ‘더 타이핑 오브 더 데드: 오버킬’은 무작위로 제시되는 문구와 2인 협동 플레이를 지원하는데요. 단어를 입력해 다가오는 우주선을 격추하는 웹게임 ‘ZType’처럼 산성비와 비슷한 구조를 가진 게임도 있습니다.

키바운드 브롤러의 국내 도입 일정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는데요. 하지만 국내 이용자들의 반응은 낯섦보다 자신감에 가깝죠. 산성비와 긴글연습으로 타수를 겨뤄온 만큼, 자신있다는 반응인데요. 한컴타자연습에서 단련한 손가락이 에오르제아에서도 통할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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