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중앙銀 총재 전격 사임⋯독립성 훼손 우려

입력 2026-07-27 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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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임기 2년여 앞두고 전격 사임
장기간 통화정책 주도해온 경제 관료
FT "루피아 약세와 변동성 확대 우려"

▲페리 와르지요(Perry Warjiyo) 인도네시아 중앙은행 총재가 임기를 약 2년 앞두고 전격 사임했다. 사진은 2023년 2기 총재 취임 당시 모습. (출처 인도네시아 중앙은행 웹사이트)
▲페리 와르지요(Perry Warjiyo) 인도네시아 중앙은행 총재가 임기를 약 2년 앞두고 전격 사임했다. 사진은 2023년 2기 총재 취임 당시 모습. (출처 인도네시아 중앙은행 웹사이트)

페리 와르지요(Perry Warjiyo) 인도네시아 중앙은행 총재가 임기를 약 2년 앞두고 전격 사임했다. 동남아시아 최대 경제국의 통화정책을 이끌어온 중앙은행 수장이 갑자기 물러나면서 루피아화 안정과 환율에 대한 시장의 우려가 번졌다. 나아가 5명의 중앙은행 부총재 가운데 한 명이 프라보워 수비안토 대통령의 조카인 만큼 독립성을 둘러싼 갖가지 우려도 이어졌다.

27일(현지시간) 블룸버그와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인도네시아 정부는 “와르지요 총재가 개인적인 사유로 사임서를 제출했으며 프라보워 대통령이 이를 수락했다”고 밝혔다. 와르지요 총재는 이틀 전 사임 의사를 행정부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구체적인 사임 배경을 공개하지 않았다. 다만 “중앙은행의 업무와 권한은 중단 없이 유지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중앙은행법에 따라 대통령과 의회의 절차를 거쳐 새 총재를 선임할 예정이다. 후임 총재가 정식으로 임명될 때까지 다마얀티 수석부총재가 총재 직무를 대행한다.

사임한 와르지요 총재는 2018년 처음 5년 임기의 중앙은행 총재로 취임했다. 이후 2023년 두 번째 5년 임기를 시작했다. 그는 장기간 인도네시아 통화정책을 이끌며 물가와 환율, 금융시장 안정을 책임져온 대표적인 경제 관료로 평가받았다. 애초 임기는 2028년까지였으나 중도 사퇴하면서 약 8년에 걸친 재임을 마치게 됐다.

시장은 즉각 반응했다. 사임 발표 이후 루피아화 가치는 달러당 1만7992루피아까지 떨어지며 최대 0.32% 약세를 나타냈다. 자카르타종합지수도 등락을 반복하며 불안정한 흐름을 보였다.

인도네시아 중앙은행은 최근 루피아화 급락을 막기 위해 기준금리를 잇달아 인상하고 외환시장에도 적극적으로 개입해 왔다. 이 과정에서 외환보유액은 약 2년 만의 낮은 수준인 1449억달러(약 213조원)까지 감소했다. 루피아화는 올해 주요 신흥국 통화 가운데 상대적으로 부진한 흐름을 보였다.

이 시점에서 중앙은행 총재가 스스로 사임하자 독립성을 둘러싼 논란도 커졌다. 프라보워 정부는 고성장 정책과 대규모 복지사업을 추진하면서 중앙은행에 경기 부양을 지원하라는 압박을 높여왔다. 인도네시아 의회도 최근 중앙은행과 금융감독기관에 대한 의회의 영향력을 확대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시장에서는 정부의 성장정책과 물가·환율 안정을 우선하는 중앙은행의 역할이 충돌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옥스퍼드이코노믹스의 분석을 인용해 “중앙은행 지도부 교체가 향후 통화정책 방향의 불확실성을 키우고 루피아화 약세와 변동성 확대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나아가 투자자들은 사임 자체보다 차기 총재가 누구인지, 정부가 중앙은행 정책에 어느 정도 영향력을 행사할지를 주시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직무대행 체제에서는 기존 통화정책이 당분간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인도네시아 중앙은행은 총재를 중심으로 수석부총재 1명과 일반 부총재 4명이 지도부다. 이 가운데 총재 직무를 대행할 다마얀티 수석부총재는 정책의 연속성을 이어갈 수 있는 인물로 평가받는다. 다만 차기 정식 총재에 정치권과 가까운 인사가 지명될 경우 시장의 의구심이 커지고 루피아화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앵거스 매킨토시 앨리시아캐피털 아세안 전문가는 싱가포르 일간 스트레이츠타임스에 “와르지요 총재는 안정적인 정책 운용 능력과 좋은 실적을 가진 인물이어서 그의 사임은 시장에 부정적으로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크다”고 평가했다. 이어 “프라보워 대통령의 조카이자 부총재 가운데 한 명인 토마스 지완도노(Thomas Djiwandono)가 차기 총재로 임명된다면 시장은 이를 의심스러운 시선으로 바라볼 것”이라며 “중앙은행의 독립성에 대한 우려가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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