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반도체특별법이 시행되지만 업계에서는 “이제 첫 단추를 끼운 데 불과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연구개발(R&D) 인력의 주52시간 근로 특례가 법안에서 빠진 데다 주요 경쟁국과 비교하면 근로제도와 세제, 규제 개선 등 보완해야 할 과제가 여전히 많다는 이유에서다.
26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다음 달 반도체특별법 시행을 계기로 후속 입법과 제도 보완 논의를 이어가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글로벌 반도체 패권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주요국이 공격적인 지원책을 내놓는 상황에서 한 차례 입법만으로 산업 경쟁력을 확보하기는 어렵다는 판단이다.
업계가 가장 시급한 과제로 꼽는 것은 R&D 인력의 근로시간 유연화다. 제품 개발과 공정 전환, 양산 검증 단계에서는 특정 기간에 업무가 집중되는 만큼 주52시간제를 탄력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관련 조항은 이번 특별법에서 제외됐지만 후속 입법 과정에서 다시 논의될 가능성이 거론된다.
중장기 과제로는 일정 수준 이상의 전문성과 업무 자율성을 갖춘 인력에 근로시간 규제를 달리 적용하는 ‘화이트칼라 이그젬션(White Collar Exemption)’ 도입 논의도 제기된다.
미국 등 일부 국가에서는 직무와 보수 수준 등을 기준으로 초과근로 규제 적용 여부를 구분한다. 국내에서도 첨단산업 경쟁력 강화 차원에서 유사한 제도 도입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다만 근로시간 규제 완화에 대한 노동계의 반대가 큰 만큼 사회적 합의가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세제 지원 확대도 업계의 주요 요구 사항이다. 미국은 반도체지원법을 통해 보조금과 투자세액공제를 제공하고 있으며 일본과 대만도 반도체 기업에 대한 재정 지원을 확대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국내 역시 주요 경쟁국에 뒤처지지 않는 수준의 투자 유인책을 지속해서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국가전략기술 관련 규제 개선도 후속 과제로 꼽힌다. 반도체 산업은 기술 변화와 투자 속도가 빠른 만큼 R&D와 생산시설 구축 과정에서 불필요한 규제를 줄이고 관련 제도를 신속하게 정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특별법은 산업 지원의 출발점이라는 의미가 크다”며 “주52시간 특례를 비롯해 세제와 R&D 제도 등 이번 법안에 담지 못한 과제를 후속 입법 과정에서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부와 정치권도 추가 제도 개선 필요성에는 공감하고 있다. 다만 근로시간 제도는 노동시장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사안인 만큼 산업계의 요구뿐 아니라 노동계 의견과 사회적 합의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