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실 풍경] 그 여름이 내게 남긴 것

입력 2026-07-2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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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를 진료하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세심한 진찰과 충분한 검사다. 늘 느끼는 것이지만 검사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정확한 진단과 치료를 위해서는 필요한 검사를 주저해서는 안 된다. 물론 검사를 부담스러워하는 환자도 있지만, 원인을 정확히 알고 싶어 적극적으로 검사를 원하는 환자도 많다.

요즘은 국가암검진을 비롯해 혈액검사, 내시경, 초음파 등 각종 검진을 국가가 적극적으로 권장하고 있으며, 고혈압과 당뇨병 같은 만성질환 진료에서도 적절한 검사 시행은 의료의 질을 평가하는 중요한 기준이 되고 있다. 그러나 불과 20여 년 전만 해도 분위기는 사뭇 달랐다. 과잉진료 논란으로 의료현장은 크게 위축되었고, 필요한 검사조차 심평원의 삭감 대상이 되거나 사회적 쟁점으로 떠오르기도 하였다.

그때를 떠올리면 지금도 가슴 아픈 기억이 있다. 2002년 태풍 ‘루사’가 전국을 휩쓸던 여름이었다. 형수님은 한 달 가까이 미열과 오른쪽 어깨 통증으로 고생하시다가 뒤늦게 간농양 진단을 받고 입원하셨다. 처음에는 치료를 받으면 좋아질 것으로 생각했지만, 그날 밤 갑작스러운 패혈성 쇼크로 심정지가 발생하였고 결국 세상을 떠나셨다. 병원에 미소를 지으며 걸어 들어가셨던 분이 불과 몇 시간 만에 우리 곁을 떠났다는 사실은 지금도 믿기 어렵다.

아직도 아쉬운 것은 처음 진료받을 당시 원인을 알 수 없는 미열과 어깨 통증에 조금만 더 관심을 기울여 복부초음파 등 필요한 검사가 일찍 시행되었더라면 하는 점이다. 그러나 당시에는 그런 검사조차 과잉진료라는 시선을 피하기 어려운 의료환경이었다. 지금 돌이켜보면 안타깝기만 하다. 물론 그 검사 하나로 결과가 달라졌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환자에게 필요한 검사를 의학적 판단에 따라 시행할 수 있는 진료환경이 얼마나 중요한지 절실히 깨달았다.

해마다 장맛비가 내리는 계절이 오면 그 여름의 기억이 떠오른다. 창밖 빗소리는 한 가족의 슬픔을 다시 불러오지만, 그날 지키지 못한 한 사람의 기억은 지금도 내 진료실에서 ‘환자에게 필요한 검사라면 결코 망설이지 말라’는 가장 엄중한 가르침이 되고 있다.

그 여름은 내게 가족을 잃은 계절이었다. 그러나 동시에 환자에게 필요한 일이라면 결코 주저하지 말아야 한다는 의사의 소명을 평생 가슴에 새긴 계절이기도 했다. 서종호 부천시민의원 진료원장/한국의사시인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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