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점 포착할 때마다 비공개 시정 조언
G42, 화웨이 장비 1억5000만달러어치 철거
트럼프 행정부, 첨단 AI칩 수출 제한 완화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8일(현지시간) 전·현직 외교·안보·정보 당국자와 백악관 관계자 30여 명을 인터뷰한 결과 CIA 아부다비 지부장을 지낸 조니 개넌이 UAE의 AI 기업 G42를 감시하는 동시에 미국 정부의 신뢰를 얻을 수 있도록 조언했다고 보도했다.
G42는 UAE 국가안보보좌관이자 대통령의 동생인 셰이크 타흐눈 빈 자이드 알 나흐얀이 막대한 자금을 지원해온 핵심 AI 기업이다. UAE는 약 1조4000억달러(약 2088조원)의 자금력을 바탕으로 세계 최대급 AI 허브를 구축하려 했지만 중국과의 관계가 걸림돌로 작용했다.
미국 정부는 감청 정보를 통해 중국이 G42와의 관계를 이용해 미국 기술과 AI 알고리즘을 빼내려 한다고 의심했다. G42의 샤오펑 최고경영자(CEO)가 과거 UAE 사이버보안업체 다크매터에서 근무하며 중국 화웨이와 감시 기술을 개발한 전력도 우려를 키웠다.
CIA는 2023년 개넌을 아부다비에 파견해 G42와 중국 국영기업 간 접촉을 추적했다. 개넌은 조사 과정에서 G42의 약속과 배치되는 정황이 발견될 때마다 샤오 CEO와 타흐눈 측에 이를 비공개로 알렸다. 이후 문제가 된 연결고리들이 사라졌으며 G42는 자사 시스템에서 1억5000만 달러(약 2080억 원) 상당의 화웨이 장비를 제거했다고 미국 측에 설명했다.
개넌의 역할을 놓고 미국 정부 내부에서는 격론이 벌어졌다. 중동 담당자들은 UAE를 중국 진영으로 밀어내지 않으려면 미국 기술을 제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대중 강경파들은 CIA가 명백한 위험 신호를 축소하고 미국의 AI 우위를 해외에 넘겨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조 바이든 전 미국 정부는 바이든 임기 종료 직전인 2025년 1월 UAE가 미국산 AI칩을 공급받을 수 있는 제도적 틀을 마련했다. 같은 해 5월 오픈AI와 엔비디아 등 미국 빅테크들은 G42가 아부다비에 건설하는 초대형 AI 인프라 단지 ‘스타게이트 UAE’에 참여하기로 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이후 UAE에 대한 첨단 AI칩 공급을 한층 확대했다. 특히 최근에는 G42에 적용하던 미국산 반도체 도입 상한을 일시적으로 해제하며 타흐눈 측에 결정적인 승리를 안겼다. 다만 타흐눈과 공동 투자자들이 트럼프 취임 직전 트럼프 일가의 가상자산 업체 월드리버티파이낸셜에 5억 달러를 투자한 사실을 두고 이해충돌 논란도 이어지고 있다.
WSJ는 이 과정이 첩보와 외교, 상업적 로비의 경계가 뒤섞인 새로운 ‘외교적 회색지대’를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한때 미국의 제재 명단에 오를 뻔했던 G42는 이제 미국산 최첨단 반도체를 기반으로 세계 최대 AI 허브 가운데 하나를 건설하는 기업으로 변모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