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의 급락세가 이어지면서 투자자들의 관심이 반도체 대형주에 집중됐다. 최근 주가 하락은 인공지능(AI) 반도체 사이클 훼손보다 단기 급등 이후 포트폴리오 재조정과 차익실현이 겹친 영향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반등을 위해서는 DRAM 가격 상승세 유지와 미국 하이퍼스케일러 실적 발표, 외국인 수급 안정이 확인돼야 한다는 진단도 제기된다.
2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장 시작 전 네이버페이증권 검색 상위종목은 SK하이닉스, 삼성전자, 현대차, 한화오션, 에코프로 등이다.
지난주 SK하이닉스는 전 거래일 대비 11.53% 내린 184만2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장중 191만9000원까지 올랐지만 저가 기준 182만1000원까지 밀리며 변동성이 컸다. 삼성전자도 8.77% 하락한 25만5000원에 마감했다. 장중 26만5500원까지 올랐지만 매물이 쏟아지며 25만2500원까지 밀렸다.
반도체 투톱의 급락은 최근 랠리 이후 고점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수급이 빠르게 흔들린 결과로 풀이된다. 반도체는 올해 국내 증시 상승을 사실상 주도해 왔지만, 7월 들어 글로벌 주식시장에서 IT 비중이 줄고 금융 등 다른 업종 비중이 늘어나는 포트폴리오 재조정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한국 증시에서도 반도체 시가총액 비중이 급격히 높아진 만큼 외국인 차익실현이 집중되면 지수와 대형주 변동성이 동시에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김성노 BNK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주가급락은 펀더멘털 훼손 때문은 아니다”라면서도 “외국인 매매 방향성이 리밸런싱으로 흘러간다면 변동성 확대가 지속할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실적 기대가 꺾인 것은 아니라는 점은 반등 가능성을 뒷받침하는 근거다. 글로벌 주식시장의 12개월 선행 주당순이익(EPS)은 상승 흐름을 이어가고 있고, 그 중심에는 반도체를 비롯한 IT 업종이 있다. 국내 증시 역시 코스피 이익 전망 개선의 상당 부분을 반도체가 이끌고 있다. 반도체 업종의 밸류에이션이 크게 낮아진 점도 가격 부담을 덜어주는 요인이다. 다만 과거 반도체 경기가 고점으로 향할 때 주가수익비율(PER)이 낮게 유지된 사례가 많아, 단순 저평가만으로는 즉각적인 반등을 설명하기 어렵다는 신중론도 있다.
반등 여부를 가를 핵심 변수는 DRAM 가격과 AI 투자 수요다. 최근 DRAM 현물 가격은 여전히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주 평균 2%, 한 달 전 대비 7%가량 오른 것으로 파악된다. DRAM 관련 상장지수펀드(ETF)에도 자금 유입이 이어지고 있다. 7월 이후 45억 달러, 최근 5일간 24억 달러가 순유입되며 반도체 업황 자체에 대한 투자 수요는 남아 있는 상황이다.
이재만 하나증권 연구원은 “시클리컬 반도체에 대한 우려를 인정한다고 하더라도 최근 발생한 주가 급락은 과도해 보인다”며 “반도체 기업 주가 반등 트리거는 7월 말부터 시작되는 미국 하이퍼스케일러의 실적 발표”라고 짚었다.
미국 대형 기술주의 투자 계획도 반도체 반등의 관건이다. 알파벳, 마이크로소프트, 메타, 아마존 등 주요 하이퍼스케일러의 설비투자(CAPEX) 증가율은 2분기와 3분기에도 높은 수준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알파벳과 메타의 실적 서프라이즈, 마이크로소프트의 CAPEX 서프라이즈 여부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포함한 글로벌 반도체주 투자심리에 직접 영향을 줄 수 있다. AI 데이터센터 투자가 유지된다는 신호가 확인되면 최근 급락이 과도한 조정으로 해석될 여지가 커진다.
AI 토큰 효율화 논란도 반도체 수요 둔화보다 생태계 확장 관점에서 볼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AI 모델이 같은 성능을 더 적은 토큰으로 구현하는 방향으로 진화하면서 일부에서는 연산 수요 감소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AI 사용량 감소가 아니라 에이전틱 AI 확산을 위한 효율화에 가깝다는 설명이다. 병렬 추론과 프롬프트 캐싱, 외부 연산 호출이 확대되면 CPU, 레거시 메모리, CXL 컨트롤러, NVMe SSD, 이더넷 스위치, 광통신 부품 등 AI 인프라 생태계 전반의 수요가 커질 수 있다.
김규진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여전히 토큰 소모와 AI 모델 성능은 비례 관계”라며 “토큰 효율화는 에이전틱(Agentic) AI로 향하는 과정이라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반도체 조정 속에서도 다른 종목은 엇갈린 흐름을 보였다. 현대차는 전 거래일 대비 2.07% 내린 42만5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최근 로봇과 피지컬 AI 기대가 주가에 반영됐지만, 대형 성장주 전반에 차익실현 매물이 나오면서 약세를 피하지 못했다.
현대차 노동조합은 이날부터 22일까지 추가 부분파업에 돌입한다. 13~15일에는 주·야간조가 2시간씩 파업했지만, 이번에는 파업 시간을 두 배로 늘려 4시간씩 실시한다. 이번 주 협상에서 돌파구를 찾지 못하면 파업이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화오션은 전 거래일 대비 5.73% 오른 8만6700원으로 강세를 보였다. 반도체 대형주가 급락한 가운데 조선·방산주는 상대적으로 견조한 흐름을 나타냈다. 액화천연가스(LNG)선과 특수선, 방산 수주 기대가 맞물리면서 투자자 관심이 이어지는 분위기다.
에코프로는 전 거래일 대비 7.41% 내린 8만원에 거래를 마쳤고, 에코프로비엠도 7.03% 하락한 11만2400원으로 약세를 보였다. 반도체뿐 아니라 2차전지 성장주 전반에 매물이 출회되며 위험자산 선호가 약해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에코프로비엠은 16일 일반투자자 대상 기업설명회(IR)에서 전고체 배터리 핵심 소재 개발 로드맵을 공개했다. 회사는 고체전해질과 이에 적합한 양극재를 동시에 개발하며 전고체 배터리 핵심 소재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삼성전기는 전 거래일 대비 9.62% 내린 127만7000원으로 급락했다. NAVER는 전 거래일 대비 0.21% 오른 19만원으로 강보합, LG전자는 전 거래일 대비 7.73% 내린 17만9000원으로 약세를 보였다. 두산에너빌리티도 4.52% 하락한 6만9700원에 거래를 마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