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정책·탄소중립기본법 재검토 필요”

정치권과 학계가 이재명 정부의 서남권 반도체 산업 육성 계획의 실현 가능성을 놓고 우려를 제기했다. 반도체 생산의 핵심인 전력과 용수, 인력 확보는 물론 에너지 정책과 관련 법·제도까지 함께 재검토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고동진 국민의힘 의원은 16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이재명 정부가 발표한 호남 반도체의 허구와 실상’ 정책토론회에서 “반도체 산업은 결국 돈과 함께 물, 전력, 인력의 싸움”이라며 “정부가 800조원 투자 계획을 발표했을 때 왜 그 지역이냐는 정치적 문제가 아니라, 실제로 반도체 공장을 운영할 여건을 검토했는지가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고 의원은 반도체 클러스터 입지보다 생산 기반을 먼저 갖춰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정부가 서남권 입지의 강점으로 재생에너지를 내세웠다가 이후 원자력 발전 필요성을 언급한 점을 지적하며 에너지 정책의 일관성이 부족하다고 비판했다.
또 반도체 클러스터 운영에 필요한 용수와 인력 확보 방안도 충분히 제시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고 의원은 “반도체 공장은 하루 수십만 톤의 물이 필요하고, 팹 4기가 들어서면 1만명 이상의 연구·생산 인력이 상주하게 된다”며 “정주 여건과 기반시설에 대한 논의가 부족하다”고 말했다.
노동 규제도 반도체 경쟁력 확보를 위한 과제로 꼽았다. 그는 “주 52시간제와 노동 규제 등 기존 정책 기조를 유지하면서 첨단산업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며 “반도체 산업은 글로벌 속도전에 대응할 수 있는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일본 구마모토 사례를 언급하며 “일본은 약 30개월 만에 공장을 완공했다”며 “우리도 산업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현실적인 여건과 실행 가능성을 중심으로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가 완공될 시점이면 지금의 HBM 등 메모리 시장도 크게 달라질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학계에서는 반도체 산업의 핵심 경쟁력을 좌우하는 전력 공급 체계를 재정비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심형진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현재 정부 정책은 신재생 중심의 에너지 대전환인데, 어떤 형태로든 무탄소 에너지 중심의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으로 전환이 필요하다”며 “신재생에너지 확대 속도를 조절하고 원전 발전 비중을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심 교수는 반도체 산업의 입지보다 생산 여건이 더 중요하다고도 강조했다. 그는 “반도체 산업으로 보면 이 지역은 안 되고 이 지역이어야 되고 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반도체 팹은 조건만 맞으면 어디든 들어갈 수 있는 만큼, 반도체 산업이 요구하는 전력 공급 여건을 우선적으로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박주헌 동덕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에너지 정책의 방향뿐 아니라 관련 법·제도 정비도 병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탄소중립기본법은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를 법률로 규정하고 있는데, 목표가 상향되면 이후 이를 되돌리기 어려운 구조”라며 “현행 제도 아래서는 조기 탈석탄 등 비현실적인 에너지 계획이 수립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호남 반도체는 기존 산업 기반이 없는 곳에 새로운 클러스터를 조성하는 ‘그린필드 클러스터’인 만큼 난도가 높은 사업”이라며 “성공적인 추진을 위해서는 탄소중립기본법에 대한 입법적 검토와 함께 에너지 인프라를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