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의 6월 생산자물가지수(PPI)가 시장 예상치를 밑돌며 인플레이션 우려를 덜어낸 가운데, 반도체주의 조정에도 불구하고 대형 플랫폼 기업들의 강세에 힘입어 미국 증시가 일제히 상승했다. 다만 국내 증시는 미 증시 내 반도체주 약세와 야간선물 하락의 영향으로 숨 고르기 장세를 나타낼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김유미 키움증권 연구원은 16일 "오늘 코스피는 코스피200 야간선물(-4.53%)과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2.08%) 하락 등을 고려할 때 약세로 출발할 것"이라며 "뉴욕 증시에서 반도체 주식이 하락한 만큼, 국내 증시에서도 전날 반도체 대형주 중심으로 올랐던 상승분을 일부 되돌리는 흐름이 나타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전날(현지 시간) 미국 증시는 인플레이션 둔화 흐름과 빅테크 기업들의 선방에 힘입어 상승 마감했다. 지수별로는 다우지수가 0.29%, 나스닥지수가 0.62%, S&P500지수가 0.38% 올랐다. 김 연구원은 "6월 미국 생산자물가 상승률이 시장 예상치를 밑돌면서 연방준비제도(연준)의 추가 긴축 우려가 완화됐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6월 헤드라인 PPI는 전월 대비 0.3% 하락해 시장 예상치(0.0%)를 밑돌았고, 근원 PPI 역시 전월 대비 0.2%, 전년 대비 4.7% 상승에 그치며 시장 전망치를 모두 하회했다.
이처럼 물가 상승 압력 둔화가 연이어 확인되면서 금리 추가 상승 우려가 완화됐고, 이는 성장주의 미래 가치 할인율 부담을 낮춰 증시 전반의 투자심리를 개선했다.
특히 글로벌 반도체 장비 대장주인 네덜란드 ASML이 깜짝 실적과 가이던스 상향을 발표하며 경기 및 인공지능(AI) 투자 주기에 대한 신뢰를 굳건히 했다. ASML은 2분기 매출 93억 유로, 순이익 29억 유로를 기록한 데 이어, 2026년 연간 매출 전망치 중간값을 기존 380억 유로에서 440억 유로로 약 16% 대폭 상향 조정했다. 김 연구원은 "일각에서 제기된 데이터센터 건설 지연 우려에도 불구하고, 첨단 반도체 생산을 위한 EUV 장비 수요와 투자가 여전히 강력함을 입증했다"며 "AI 투자 주기의 구조적 성장이 꺾이지 않았음을 확인해 준 대목"이라고 진단했다.
다만 증시 내부적으로는 반도체에서 플랫폼·소프트웨어로 자금이 이동하는 순환매 양상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최근 급등했던 마이크론(-8.15%)과 SK하이닉스 ADR(-9.00%) 등 메모리 반도체주들은 차익실현 매물과 중국 업체의 공급 확대 우려로 조정을 받았다. 반면 매수세는 애플(4.00%), 아마존(3.00%), 알파벳(3.17%), 마이크로소프트(2.78%) 등 대형 플랫폼 기업으로 고스란히 이동했다. 애플은 중국 알리바바의 AI 모델 '통의천문(Qwen)' 도입과 바이두 협력을 통해 규제 위험을 해소한 점이 부각됐고, 아마존은 자체 AI 칩 및 AWS 인프라 수요가 공급 능력을 초과하고 있다는 점이 재차 주목받았다.
국내 증시는 전날 연준 긴축 우려 완화와 외국인의 대규모 순매수에 힘입어 코스피가 6.24%, 코스닥이 5.80% 폭등하며 7,000선을 회복했으나, 오늘 장은 단기적인 숨 고르기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그러나 김 연구원은 단기 변동성 확대에도 불구하고 중장기적인 상승 추세는 유효하다고 판단했다. 대형 플랫폼주들의 강세가 인공지능 수요의 건재함을 방증하고 있는 데다, 미국의 물가 둔화와 원·달러 환율 하락에 따른 외국인 수급 개선 기대감이 하방 압력을 지탱해 줄 완충 장치로 작동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는 향후 대응 전략과 관련해 "추세적 상승세를 이어가기 위해서는 AI 수요의 지속성에 대한 추가적인 확인이 필요하다"며 "당분간 빅테크 기업들의 실적과 AI 투자 계획을 확인하는 과정이 이어질 것"이라고 짚었다. 아울러 "오늘 발표될 대만 TSMC의 실적과 가이던스를 통해 업황 회복의 지속 가능성을 가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편, 오늘 예정된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의 기준금리 인상 전망에 대해서는 "이미 시장에 상당 부분 선반영된 만큼 국내 증시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