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법저법] 중고거래 판매가에 “0” 하나를 빠뜨렸어요. 거래 취소할 수 있나요?

입력 2026-07-18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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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수진 법무법인(유) 광장 변호사
가장현 법무법인(유) 광장 변호사

법조 기자들이 모여 우리 생활의 법률 상식을 친절하게 알려드립니다. 가사, 부동산, 소액 민사 등 분야에서 생활경제 중심으로 소소하지만 막상 맞닥트리면 당황할 수 있는 사건들, 이런 내용으로도 상담 받을 수 있을까 싶은 다소 엉뚱한 주제도 기존 판례와 법리를 비교‧분석하면서 재미있게 풀어 드립니다.

▲중고품 판매가격을 너무 저렴하게 잘못 기재한 사실을 뒤늦게 알고 놀란 판매자의 모습을 그려달라고 했다. (미드저니)
▲중고품 판매가격을 너무 저렴하게 잘못 기재한 사실을 뒤늦게 알고 놀란 판매자의 모습을 그려달라고 했다. (미드저니)

“중고거래 플랫폼에 물품판매 게시글을 올리던 중 실수로 판매가격의 “0” 하나를 누락했습니다. 이미 물품배송과 입금이 이루어지긴 했지만 원래 판매하려던 가격의 1/10이라니 너무 저렴하게 판매한 것 같습니다. 이 거래, 취소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요?”

중고물품 판매자 입장에서는 '아차!' 싶을 상황일 텐데요. 법무법인(유) 광장정수진 변호사가장현 변호사 두 분과 함께 자세한 내용을 알아보겠습니다.

Q.중고거래 플랫폼에서의 물품거래도 취소가 가능한가요?

A. 우리 민법에 따르면 의사표시는 법률행위 내용의 중요부분에 착오가 있는 때 취소할 수 있습니다(민법 제109조 제1항). 법원 또한 법률행위의 내용의 착오는 보통 일반인이 표의자의 입장에 섰더라면 그와 같은 의사표시를 하지 않았으리라고 여겨질 정도로 그 착오가 중요부분에 관한 것이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예를 들어 부동산매매에 있어 ‘시가’에 관한 착오는 부동산을 매매하려는 의사를 결정함에 있어 동기의 착오에 불과할 뿐 법률행위의 중요부분에 관한 착오에 해당하지 않습니다(대법원 1992. 10. 23. 선고 92다29337 판결 참조).

한편 동기의 착오라고 하더라도 그 동기를 당해 의사표시의 내용으로 삼을 것을 상대방에게 표시하였다면 착오를 이유로 취소가 가능합니다. 다만 당사자들 사이에 별도로 그 동기를 의사표시의 내용으로 삼기로 하는 ‘합의’까지 이루어질 필요는 없습니다(대법원 2009. 11. 12. 선고 2009다42635 판결 등 참조).

이때 착오를 이유로 의사표시를 취소하는 자는 법률행위의 내용에 착오가 있었다는 사실과 함께 그 착오가 의사표시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점, 즉 만약 그 착오가 없었더라면 의사표시를 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점을 증명해야 합니다(대법원 2008. 1. 17. 선고 2007다74188 판결 등 참조).

따라서 중고거래 플랫폼에서의 물품거래의 경우에도 위와 같은 요건들을 충족한다면 민법 제109조 제1항에 따라 취소가 가능합니다.

Q. 실수로 “0” 하나를 누락한 것뿐인데, 그래도 취소가 안 되나요?

A. 최근 이와 유사한 사례에 대하여 재판이 이루어졌는데, 사안은 이렇습니다. A씨는 2025년 3월 중고거래 플랫폼에 물품 판매글을 게시하였는데, 작성 과정에서 그만 판매가격을 3,170,000원이 아닌 317,000원으로 잘못 기재하고 말았습니다. 게시당일 B씨로부터 물품을 구매하겠다는 연락이 왔고, 같은 날 A씨는 곧바로 물품을 배송해 주었습니다. 이후 B씨는 플랫폼을 통해 대금을 결제하고 구매확정까지 완료하였습니다.

입금된 액수를 보고 뒤늦게 자신이 판매가격을 잘못 입력했음을 깨달은 A씨는 구매자 B씨에게 물품 반환을 요청했습니다. B씨는 보상금으로 50만원을 지급하겠다거나 A씨가 물품을 재구매해 갈 것을 제시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최종 협의가 결렬되면서 다툼은 법적 공방으로까지 이어졌습니다.

본건 매매계약을 취소하고 물품을 반환하라는 A씨의 청구는 모두 기각됐습니다. 법원은 시가에 관한 착오법리를 적용헤 ‘물품의 판매희망 가격’에 관한 착오는 ‘동기’의 착오에 불과할 뿐 법률행위 ‘내용의 중요부분’에 관한 착오로 볼 수는 없다고 판시했습니다. 또한 원고인 A씨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 당초 해당물품을 317만 원에 판매하려 했다는 점이 B씨에게 표시되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보았습니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26. 4. 28. 선고 2025가단1837 판결).

Q. 앞으로 중고거래 플랫폼 이용, 어떤 점을 주의해야 할까요?

A. 법원은 결국 A씨와 B씨 사이의 중고거래는 유효하고, 구매자인 B씨에게 물품반환 의무가 없다고 보았습니다. 판매자가 주장하는 가격 오기재는 계약의 중요부분에 관한 착오가 아니라 동기의 착오에 불과하고, 판매희망가격이 계약내용으로서 상대방에게 전달되었다고 볼 증거도 부족하다는 게 이유입니다.

판매희망가격과 실제 등록가격 사이에 차이가 발생하였을 경우, “나는 원래 더 비싸게 팔려고 했다”는 사정만으로 계약의 중요부분 자체가 잘못됐다고 볼 수는 없다는 의미입니다. 동기의 착오를 주장하고 싶다면 판매자가 생각했던 가격이 계약의 전제조건이고, 그러한 사실이 적어도 상대방에게 전달되었어야 합니다.

중고거래 플랫폼 이용이 늘어나고 있는 만큼 우리 사안과 같이 판매자는 가격을 잘못 입력해 취소를 요구하고, 구매자는 정상적인 거래였다고 주장하는 사례는 충분히 발생할 수 있습니다. 물론 같은 가격 오기재 사안이라 하더라도 판매자의 희망가격이 중고거래의 내용으로서 상대방에게 표시되었다면 결론이 달라질 수 있고, 이때는 게시글 내용과 플랫폼 내에서의 대화내역 및 결제과정, 거래이후 당사자들의 대응이 중요한 증거로 작용할 것입니다. 다만 판매자의 단순입력 실수만으로 이미 성립한 거래가 취소될 가능성은 높지 않으므로 향후 플랫폼 이용에 주의가 필요하겠습니다.

법률 자문해 주신 분…

▲정수진 변호사 (법무법인 광장)
▲정수진 변호사 (법무법인 광장)

▲ 정수진(사법연수원 32기) 변호사

정수진 변호사는 2003년부터 2023년까지 20년간 서울고등법원(공정거래 전담부, 형사 부패‧선거 전담부, 상사‧기업 전담부 등), 서울중앙지방법원, 서울동부지방법원, 서울남부지방법원 등 각급 법원에서 고법판사 또는 판사로 재직하면서 다양한 분야의 사건을 두루 담당하여 재판 실무에 정통합니다. 또한 사법연수원 기획교수 및 서울고등법원 공보관 등을 역임해 사법행정 업무에 관한 경험도 쌓았습니다. 정 변호사는 오랜 기간 법원에서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특히 공정거래, 상사‧기업, 기업형사, 건설‧부동산, 행정, 가사 사건 등의 분야에서 뛰어난 전문성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가장현 변호사 (법무법인 광장)
▲가장현 변호사 (법무법인 광장)

▲ 가장현(사법연수원 39기) 변호사

가장현 변호사는 2013년 법무법인(유) 광장에 합류한 공정거래법 전문 변호사로서 공정거래, 기업인수‧합병, 기업지배구조 및 기업일반 자문 업무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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