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낭콩으로 유전법칙을 발견한 교회 사제 멘델처럼 야생화를 개량하려는 발칙한 생각을 했다. 희미한 생화학 지식을 더듬으며 최신 생물학 어휘의 숲을 헤치며 나아갔다. 정상이 보였다. 그런데 정상을 막고 유전자가위로 개량한 품종은 재배하지 못한다는 경고판이 세워져 있다. 유전자 오염과 작물의 독성을 우려한다는 설명도 덧붙여 있다.
육종방식에는 꽃가루 수분을 통한 전통적 방식과 유전자 변형(GMO)을 통한 신육종 방식이 있다. 전통 방식은 동종 작물끼리의 교배로 다른 종의 유전자가 삽입되지 않지만, GMO 방식은 외래 운전자가 삽입된다. 방사선을 쪼여 돌연변이를 유도해도 이는 외래 유전자가 도입되지 않았으니 재래식 방법으로 간주한다. 이 둘을 굳이 구분하는 이유는 규제 차이 때문이다. 재래식 개량종은 제약이 적지만 GMO 개량종은 규제를 받는다. 특히 우리나라에는 GMO 식물은 재배가 금지되고 GMO 가공식품은 철저히 표시되어야 한다.
유전자는 번식이 숙명이라, GMO 옥수수도 경작지를 조금씩 벗어난다. 수입 과정에서 유실된 GMO 식물이 우리나라에서도 자라기도 했다. 바로 제거되었지만, 모르는 사이에 또 다른 GMO 식물이 자라고 있을 수도 있다. 생태계 구멍이 뚫렸다고 우려할 수도 있지만, 생태계에 미치는 GMO 영향이 적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GMO 식품 도입 초기에는 독소나 알레르기 유발 성분에 대해 우려가 컸다. 이후 30년 동안 GMO 식품은 아무런 해를 일으키지 않았다. 이제 과학자들은 GMO 식품을 대체로 수용하지만, 일반인은 여전히 거부감을 지니고 있다. 제품이나 제도를 완전히 예측할 수 없고 평가도 주관적일 수 있으니 한 입장만 탓할 수는 없다. 그래도 부작용이 나타나지 않으면 규제 강도를 완화할 필요는 있다. 유전자가위 기술은 GMO 기술을 보완하며 태어났다. GMO는 아그로박테리아를 매개로 외래 유전자를 주입하지만, 유전자가위 기술은 크리스퍼(CRISPR-Cas9)라는 시약으로 허약한 자체 유전자만 잘라 낸다. 조작의 정교함을 우편으로 비유하면, GMO은 수신자를 아파트명만, 유전자가위는 동호수까지 기재한다. 따라서 유전자가위로 태어난 씨앗은 GMO 씨앗과 같을 수 없다. 미국, 일본은 벌써 족쇄를 풀었고 엄격한 유럽도 지난 6월에 규제를 완화했다.
생태계는 역동적이다. 코로나19에서 보듯이 새로운 생명 종은 끊임없이 나타나고 사라진다. 바이러스나 세균 같은 미생물은 변신 능력이 탁월하다. 미생물의 도전에 고등생물은 가만히 머물라고 말할 수 없다. 인류에 의한 생물 멸종을 막아야 하지만 인류가 사라진 파국도 막아야 한다.
균형된 생태계를 위해서는 세포의 거동을 알아야 한다. DNA가 밝혀지고, 알파폴드에 의한 단백질의 3차원 구조가 밝혀지면서 세포의 신비는 한 꺼풀 벗겨졌다. 이제 유전자가위 기술이 그 안을 밝힐 것이고 신약과 새로운 종자도 터져 나올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