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현광장-김호성의 K-방산 인사이트] 향후 록히드마틴이 팔 ‘진짜 무기’

입력 2026-07-1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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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양상 바꾼 AI, 이란전서 입증
화력보다 네트워크 능력 우선시돼
韓, ‘전장운영체계’ 개발 집중해야

전쟁의 ‘두뇌’가 바뀌고 있다. 올해 이란전이 그 변화를 선명하게 보여줬다. 미군은 개전 첫 24시간에 1000개가 넘는 표적을 타격했는데, 보도에 따르면 팔란티어의 메이븐 스마트 시스템과 생성형 AI가 위성과 드론, 통신정보를 한데 모아 표적 후보를 추리고 우선순위를 매겼다고 한다. 물론 최종 판단은 사람의 몫이었다. 그러나 전쟁의 속도를 끌어올린 것은 분명 AI였다.

경제사가들은 산업혁명을 기점으로 동양과 서양, 나라와 나라의 운명이 갈린 사건을 ‘대분기(Great Divergence)’라 부른다. 기술의 물결에 올라탄 쪽과 놓친 쪽의 격차가 이후 200년을 지배했다. 방위산업에도 이런 분기가 있었다. 미국은 상대의 수적 우위를 기술로 무력화하는 방식을 ‘상쇄전략’이라 불러왔는데, 1950년대 1차 전략은 핵으로 소련의 병력 우위를 눌렀고, 1970년대 중후반 시작된 2차 전략은 정밀유도무기와 스텔스, 디지털 지휘통제를 결합해 1991년 걸프전에서 위력을 증명했다. 그리고 이 기술들의 가장 큰 수혜자가 록히드마틴 같은 거대 플랫폼 기업이었다. 군사전략이 전쟁의 방식만 바꾼 게 아니라, 산업의 승자까지 갈라놓은 것이다.

그리고 지금 세 번째 분기가 오고 있다. 2014년 척 헤이글 당시 미국 국방장관은 ‘국방혁신구상’을 발표하며 3차 상쇄전략을 추진했다. 핵심은 AI와 자율체계, 인간과 기계의 협업이었다. 10여 년 전 제시된 이 방향이 이제 전장에서 실물로 구체화하고 있다. 흥미로운 것은 새 주인공들의 얼굴이다. 팔란티어는 미사일 한 발 만들지 않지만 전장 데이터를 묶어 지휘관의 결심을 돕고, 안두릴은 자율체계로, 독일 헬싱은 유럽의 전장 AI로 부상했다. 지난 시대의 승자가 무기를 만드는 기업이었다면, 새 시대의 승자는 무기들을 연결하는 기업이 될 가능성이 크다.

최근 한국방위산업진흥회 국제세미나에서 주한 영국부대사의 발표를 들었는데, 영국의 ‘2025 전략국방검토’는 2035년까지 기술 기반의 통합군을 구축하겠다는 구상이었다. 최고의 전차나 전투기 한 대보다, 센서와 지휘체계와 무장을 하나의 네트워크로 묶는 능력이 더 중요하다는 뜻이다. 우크라이나전이 보여준 ‘전시 속도의 혁신’도 결국 완벽한 무기 한 종이 아니라, 드론과 소프트웨어를 빠르게 고쳐 다시 투입하는 능력이었다.

한국도 첫발을 떼었다. 국방부는 민간의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을 국방 특화 모델로 키우는 실증 협력을 시작했고, 국방과학연구소는 이달 폐쇄망 생성형 AI ‘애디’를 전 직원에게 열었다. 올해 초 여야 의원 33명이 공동발의한 국방인공지능법안은 국방위 소위에 회부돼 있다. 데이터 표준화와 신속 획득, 안전성, 그리고 인간의 개입 원칙까지 담은 국내 첫 포괄 법안이다.

이제 과제는 기술과 제도, 산업을 하나로 묶는 일이다. 국방 AI를 완성된 무기에 뒤늦게 붙이는 부품쯤으로 봐서는 안 된다. 처음부터 데이터 표준과 개방형 인터페이스, 지속적인 소프트웨어 갱신을 획득 조건에 넣어야 한다. 그래야 대기업의 플랫폼에 중소 AI 기업과 스타트업이 연결되고, 해외에 장비를 판 뒤에도 모델 개선과 사이버 방호, 운용지원으로 수익이 이어진다. 다만 속도만 좇아서는 안 된다. AI가 판단을 빠르게 만들수록 오판도 같은 속도로 커진다. 좋은 데이터, 반복 검증, 인간의 최종 통제와 책임 소재가 함께 설계돼야 한다.

미국과의 격차가 작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데이터와 컴퓨팅, 실전 운용 경험에서 이미 앞서 있다. 그러나 한국에는 세계가 인정한 제조 역량과 정보통신기술, 그리고 실전 배치되고 수출까지 된 K-방산 플랫폼이 있다. 이 세 가지를 연결하면 승부의 여지는 충분하다. 200년 전 대분기의 교훈은 분명하다. 물결이 갈라지는 순간, 어느 쪽에 서느냐가 이후 백 년을 결정한다. 다음 록히드마틴은 무기를 팔지 않을 것이다. 여러 무기를 연결하고 계속 학습시키는 ‘전장의 운영체계’를 팔 것이다. K-방산이 서야 할 자리도 거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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