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실 풍경] 나는 이혼을 반대하지 않는다

입력 2026-07-0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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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진료실에서 이혼과 관련된 상담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 배우자로 인해 우울증이 생겼다며 진단서를 요청하거나, 배우자의 정신질환 때문에 더 이상 함께 살 수 없다는 호소도 적지 않다. 그러나 실제로는 증상이 경미하거나, 객관적으로 혼인생활을 유지하기 어려운 수준이라고 보기 힘든 경우가 많다.

나는 옆집 아파트의 부부를 떠올린다. 전신마비 장애가 있는 아내를 위해 남편은 수년째 전동휠체어로 산책을 시킨다. 작은 TV까지 달린 그 휠체어는 단순한 이동 수단이 아니라, 마음의 표현이다. 지극한 돌봄이 일상이 된 그의 모습을 보며, 사소한 일에도 쉽게 지치고 불평하던 ‘무늬만 남편’인 나 자신이 부끄러워진다.

또 한 사람의 보호자도 생각난다. 조현병으로 일상 기능이 크게 저하된 아내를 평생 묵묵히 돌본 노 교수다. 단 한 번의 원망도 없이 감당해 온 그의 태도는, 배우자의 병 앞에서 우리가 취해야 할 자세가 무엇인지 되묻게 한다. 병이 생겼을 때 함께 치료를 돕고 노력하는 것, 그것이 부부이고 가족이라는 사실을 다시 일깨운다.

물론 법적으로 정신질환 자체가 곧바로 이혼 사유가 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치료가 어렵고, 혼인생활이 사실상 불가능하며, 가족에게 심각한 고통을 초래하는 경우라면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로 인정될 수 있다.

나는 이혼을 반대하지 않는다. 나 역시 한때 이혼을 생각한 적이 있다. 부부 싸움 중에 아내는 나에게 “정신과 의사인 줄 알고 결혼했는데, 오히려 정신과 환자 같다”고 불평하고, 나는 “환자는 치료라도 되지만 당신은 환자보다 더 어렵다”고 몰아붙였다.

이혼은 때로 필요한 선택이다. 지속되는 갈등 속에서 서로를 소진시키는 삶보다, 각자의 삶을 회복하는 것이 더 건강할 수 있다. 자녀에게도 마찬가지다. 불화 속에서 자라는 것보다, 안정된 환경에서 성장하는 것이 더 나은 선택일 수 있다.

그러나 이혼은 결코 가볍게 결정할 일이 아니다. 충분한 숙고와 현실적인 준비 없이 선택한 이혼은 또 다른 고통으로 이어질 수 있다. 결혼 전에는 눈을 크게 뜨고, 결혼 후에는 눈을 반쯤 감는 지혜가 필요하다.

박경신 서산 굿모닝정신건강의학과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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