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의 6개월 출전정지를 놓고는 찬반이 엇갈린다. 학생들에게 지나치게 무거운 징계라는 의견도 있었고, 재발 방지를 위해 불가피한 조치라는 주장도 나왔다. 징계의 적정성은 충분히 토론할 수 있다. 그러나 그 논쟁이 학생들의 잘못 자체를 희석시키거나, 반대로 학생들을 평생 낙인찍는 방향으로 흘러서는 안 된다.
무엇보다 이번 사건에서 가장 의미 있는 장면은 징계가 아니라 그 이후였다. 6일 배재고 학생들은 광주일고를 찾아가 고개를 숙였다. 잘못을 인정하고 직접 사과했다. 광주일고 학생들과 학교는 그 사과를 받아들였다. 이규연 광주일고 교장은 고개 숙인 배재고 학생들에게 “고개를 들고 어깨를 펴라”고 다독이기도 했다. 차원이 다른 용기와 품격이다.
사과하는 용기와 용서하는 품격이 만나자 비로소 화해라는 미래가 열린 셈이다. 그 순간 이번 사태는 누군가를 응징하는 사건이 아니라 모두가 배우는 교육의 현장이 됐다. 운동장은 다시 승부를 겨루는 공간이 되었고, 두 학교 학생들은 새로운 출발선 앞에 섰다.
그런데 이상한 일은 여전히 다른 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일부는 이번 사태를 정치적·이념적 공방의 소재로 삼고 있다. 학생들이 어렵게 놓은 화해의 다리를 어른들이 정치의 언어로 다시 무너뜨려서는 안 된다.
갈등을 끝내는 것보다 갈등을 부추기는 것이 더 쉬운 시대다. 정치와 이념은 모든 사건을 자기 진영의 논리로 끌어들이려 한다. 그러나 교육은 정반대다. 교육은 잘못을 인정하게 하고, 책임을 지게 하며, 다시 일어설 기회를 주는 과정이다. 학생들의 실수를 어른들의 정치적 무기로 삼는 순간 교육은 사라지고 선동만 남는다. 그래서 이번 화해를 이끈 정근식 서울시교육감과 김대중 전남광주교육감은 교육자의 역할이 무엇인지 행동으로 보여줬다.
이번 사태는 학생 스포츠에도 묵직한 숙제를 던졌다. 학생 선수들에게 승부욕과 기술을 가르치면서 시민의식과 역사적 감수성은 얼마나 가르쳤는지 돌아봐야 한다. 운동장은 메달을 따는 곳이기 이전에 사람을 키우는 곳이다. 응원도 마찬가지다. 상대를 모욕하는 함성은 응원이 아니라 폭력이고, 타인의 아픔을 웃음거리로 만드는 구호는 스포츠 정신과 거리가 멀다.
이번 배재고 사태가 남긴 가장 큰 교훈은 의외로 단순하다. 가장 어른스럽게 행동한 사람들은 어른들이 아니었다. 잘못을 인정하고 먼저 손을 내민 학생들, 그리고 그 손을 기꺼이 잡아준 학생들이었다. 그들이 보여준 것은 사과하는 용기, 용서하는 품격, 화해하는 미래였다.
이제 어른들의 차례다. 아이들이 어렵게 만든 새로운 출발점을 정치와 이념의 소음으로 무너뜨릴 것이 아니라, 그 화해를 지켜내야 한다. 승패는 한 경기에서 끝나지만, 사과와 용서, 그리고 화해는 한 사회의 품격을 결정한다. 학생들은 사과로 화해를 배웠다. 이제 어른들이 그 화해를 지킬 차례다.
김동선 정치사회부장·부국장 matthew@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