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C 앞세워 CoWoS 틈새시장 공략
HIC 기반 2.5D 패키징 개발
글로벌 OSAT 경쟁력 강화


AI 반도체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반도체 후공정(OSAT) 업체들의 역할도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단순히 칩을 조립하는 생산기지를 넘어 다양한 반도체를 하나의 시스템으로 구현하는 첨단 패키징 기업으로 변신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동현 하나마이크론 부사장(COO)은 최근 경기도 판교 하나마이크론 R&D센터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통해 "AI 시대에는 OSAT도 제조업을 넘어 시스템 기업으로 진화해야 한다"며 "앞으로 경쟁력은 얼마나 다양한 칩을 고객이 원하는 형태로 구현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그는 첨단 패키징이 AI 반도체 시대의 핵심 경쟁력으로 자리 잡을 것으로 내다봤다. 지금까지는 그래픽처리장치(GPU)와 고대역폭메모리(HBM)가 AI 경쟁의 중심이었다면 앞으로는 여러 개의 칩을 하나로 연결하는 패키징 기술이 차별화 요소가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김 부사장은 "아직 칩렛(Chiplet) 생태계가 완전히 자리 잡은 것은 아니지만 결국 하드웨어도 소프트웨어 지적재산권(IP)처럼 표준화되는 방향으로 갈 것"이라며 "OSAT도 각각의 칩을 조합해 고객이 원하는 시스템을 구현하는 역할까지 맡게 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지금 ASIC 업체들이 다양한 IP를 조합해 고객 맞춤형 시스템온칩(SoC)를 만드는 것처럼 OSAT 역시 단순 제조가 아니라 시스템을 구현하는 서비스까지 제공해야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판단은 하나마이크론이 최근 수년간 첨단 패키징 역량 확보에 집중해 온 배경이기도 하다. 회사는 기존 메모리 패키징 중심 사업에서 벗어나 2.5D 등 첨단 패키징 기술 확보에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다만 김 부사장은 첨단 패키징이 기술만으로 성공할 수 있는 사업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첨단 패키징은 고객이 있어야 한다. 고객의 제품 개발 일정과 투자 계획에 맞춰 함께 개발하고 함께 투자해야 하는 산업"이라면서 "기술을 먼저 개발했다고 바로 사업이 되는 구조는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하나마이크론이 개발 중인 HIC(High Integration Carrier) 기반 2.5D 패키징도 같은 전략에서 출발했다. 회사는 HIC를 앞세워 대만의 파운드리사 TSMC와 정면 승부를 벌이기보다 비용 경쟁력이 필요한 새로운 시장을 공략한다는 구상이다.
김 부사장은 "HIC 하나에 회사의 미래를 거는 것은 아니다"라며 "OSAT의 역할은 특정 기술을 고집하는 것이 아니라 고객이 원하는 기술을 가장 적절한 방식으로 제공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HIC의 가장 큰 장점으로는 투자 효율성을 꼽았다.
그는 "기존 생산능력을 상당 부분 활용할 수 있기 때문에 신규 투자 부담이 크지 않다"며 "접근 방식도 기존과 달라 국제 전자부품기술학회(ECTC)에서 최우수 논문상을 받을 정도로 기술성과 아이디어를 인정받았다"고 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첨단 패키징 시장은 TSMC의 첨단패키징인 칩 온 페이퍼 온 서브스트레이트(CoWoS) 생태계가 주도하고 있다. 주요 AI 반도체 기업들도 우선적으로 CoWoS 생산능력을 확보하는 데 집중하고 있으며, TSMC가 소화하지 못하는 물량은 대만 OSAT 업체들이 맡는 구조다.
김 부사장은 "고객들도 검증된 CoWoS를 가장 먼저 원한다"며 "기술이 좋다고 시장이 바로 열리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현장에서 많이 느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하나마이크론은 엔비디아와 같은 최상위 AI 반도체보다 후발 AI 칩 시장을 주요 타깃으로 삼고 있다.
그는 이어 "앞으로 다양한 AI 칩들도 4nm(나노미터·1nm=10억분의 1m), 3나노 공정으로 내려가면 자연스럽게 2.5D 패키징이 필요하지만 이런 고객들은 물량이 크지 않고 가격에도 민감하다"면서 "결국 기존 CoWoS보다 저렴하면서도 성능을 확보할 수 있는 솔루션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김 부사장은 HIC 전략의 핵심은 TSMC의 CoWoS와 정면 승부를 벌이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시장을 공략하는 데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첨단 패키징 시장은 TSMC를 중심으로 형성돼 있다. 주요 AI 반도체 기업들은 가장 먼저 CoWoS 생산능력을 확보하려 하고, TSMC가 소화하지 못하는 물량은 ASE와 SPIL 등 대만 OSAT 업체들이 맡는 구조다.
그는 "저희 기술이 아무리 좋아도 고객 입장에서는 가장 먼저 확보하려는 것은 TSMC의 CoWoS 캐파"라며 "이미 업계 표준으로 자리 잡은 기술인 만큼 새로운 기술을 먼저 선택하기는 쉽지 않다. 고객들을 만나면서 이런 현실을 확인했고, 그에 맞춰 전략도 보다 현실적으로 가져가고 있다"고 말했다.
하나마이크론은 엔비디아와 같은 최상위 AI 반도체보다 차세대 선단 공정에 진입하는 후발 고객군을 주요 타깃으로 삼고 있다. 앞으로 AI 기능이 서버를 넘어 PC와 스마트폰, 자동차 등 다양한 기기로 확산되면 선단 공정을 활용하는 고객도 점차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김 부사장은 "현재 7나노 공정을 사용하는 고객들도 앞으로는 4나노, 3나노 공정으로 전환할 수밖에 없다"며 "공정이 미세화될수록 하나의 SoC로는 개발비와 수율 부담이 커져 결국 칩렛 기반의 2.5D 패키징이 필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들 고객은 엔비디아처럼 고마진의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이 아니라 가격에 훨씬 민감한 경우가 많다"며 "TSMC도 수익성이 높은 빅테크 고객에게 생산능력을 우선 배정하는 만큼 중소규모 칩 개발 업체들은 새로운 대안을 찾을 수밖에 없다. HIC는 바로 그런 시장을 겨냥한 기술"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현재 국내외 고객사들과 차세대 제품 개발(NPI)을 진행하고 있다"며 "OSAT 산업은 개발이 끝났다고 곧바로 양산으로 이어지는 구조가 아니다. 고객 인증과 최종 제품 검증까지 통상 2년 정도가 걸리는 만큼 실제 양산은 내년 말 이후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김 부사장은 AI 확산이 메모리 패키징 시장에도 새로운 성장 기회를 만들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AI를 이야기하면 HBM만 떠올리지만 실제로는 GPU와 서버용 중앙처리장치(CPU), 서버 D램까지 함께 성장하고 있다"며 "최근에는 서버용 D램이 회사 물량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할 정도로 시장 구조가 달라졌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하나마이크론의 패키징 사업은 최근 5년간 연평균 30% 수준의 성장세를 이어왔다. 다만 그는 메모리 패키징만으로는 장기적인 성장을 담보하기 어렵다고 봤다.
김 부사장은 "메모리는 결국 사이클 산업으로 향후 2년 정도는 수요가 견조할 것으로 보지만 회사가 지속적으로 성장하려면 고부가가치 첨단 패키징 비중을 계속 높여야 한다"며 "메모리 가격이 오른다고 패키징 단가가 같이 오르는 구조는 아니다. 고객들이 더 많이 생산하면 저희 물량도 함께 늘어나는 구조"라고 했다. OSAT 업체에는 메모리 가격보다 생산 물량이 더 중요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는 앞으로 첨단 테스트의 중요성도 더욱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김 부사장은 "패키징 내의 여러 다이(Die)들을 각각 테스트하고, 패키징 이후에는 시스템 전체가 정상적으로 동작하는지도 검증해야 한다"며 "반도체가 복잡해질수록 테스트 시간과 난이도도 계속 높아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 DDR5 등 차세대 메모리로 넘어가면서 제품 하나를 검사하는 시간도 길어지고 있다. 이에 맞춰 하나마이크론은 패키징과 테스트 설비를 함께 확대하며 차세대 제품 대응 능력을 강화하고 있다.
김 부사장은 "OSAT는 대표적인 장치산업이기 때문에 지속적인 투자가 필수"라며 "해외 팹리스 고객은 우리가 먼저 기술을 준비해 제안해야 하는 만큼 국가 연구개발과 연구기관 협력도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AI 시장 확대는 공급망에도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그는 "현재는 거의 모든 소재가 공급 부족 상태"라며 "기존 일본 업체뿐 아니라 국내외 다양한 공급망을 검토하면서 안정적인 소재 확보에 집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AI 수요가 폭증하면서 대만 업체들의 생산능력이 대부분 AI 제품으로 채워지고 있다"며 "그동안 대만을 이용하던 일반 고객들이 새로운 공급처를 찾기 시작했고, 이는 하나마이크론에도 새로운 기회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회사 내부에서도 AI 활용은 이미 시작됐다. 다만 제조 현장보다 사무 생산성 향상에 우선 적용하고 있다.
반면 제조 공정에는 아직 시간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그는 "제조라인은 사실상 100%에 가까운 정확도를 요구한다"며 "AI 환각 문제가 남아 있는 만큼 사람을 완전히 대체하기는 아직 어렵다. 다만 데이터를 축적하며 제조 AI도 꾸준히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2013년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에서 하나마이크론으로 자리를 옮긴 김 부사장은 글로벌 팹리스 고객을 상대했던 경험이 지금의 사업 전략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그는 "삼성전자에서 애플과 브로드컴, 엔비디아, 퀄컴 같은 글로벌 고객들을 상대하며 고객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많이 배웠다"며 "하나마이크론에서도 그 경험을 바탕으로 해외 팹리스 고객을 꾸준히 확대해왔다"고 설명했다.
김 부사장은 "아직 해외에서 하나마이크론이 널리 알려진 회사는 아니지만 지금이 고객 기반을 확대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시기라고 생각한다"며 "AI 시대 변화에 맞춰 첨단 패키징 경쟁력을 계속 높여 글로벌 OSAT 시장에서 입지를 키워가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