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원조가 농가 소득모델로…코피아가 키운 베트남 농업 자립

입력 2026-07-07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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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첫 코피아센터인 베트남센터, 누에 신품종·땅콩 품종 보급 성과
중국산 잠종 의존도 낮추고 땅콩버터 가공까지 가치사슬 구축

▲조명래 KOPIA 베트남센터 소장이 1일 베트남 잠업연구소에서 기자들과 만나 베트남 코피아센터 현황 및 성과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 공동취재단)
▲조명래 KOPIA 베트남센터 소장이 1일 베트남 잠업연구소에서 기자들과 만나 베트남 코피아센터 현황 및 성과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 공동취재단)

한국 농업기술 공적개발원조(ODA)가 베트남에서 단순 지원을 넘어 현지 산업 기반을 키우는 단계로 확장되고 있다. 해외농업기술개발사업(KOPIA·코피아) 베트남센터가 현지 연구기관과 함께 개발한 누에 신품종은 중국산 잠종 의존도를 낮추는 자립 기반이 되고 있고, 땅콩 사업은 한국 기업과 연계한 가공·판매 구조로 이어지고 있다. 품종 개발과 농가 실증, 시범마을, 가공품 생산까지 연결되면서 농업 ODA가 농가 소득을 높이는 가치사슬로 진화하고 있는 셈이다.

농촌진흥청과 베트남농업과학원(VAAS)은 2009년 양해각서(MOU)를 맺고 같은 해 8월 베트남센터를 열었다. 베트남센터는 전 세계 코피아센터 가운데 첫 번째로 문을 연 곳이다. 현재 조명래 소장과 현지 직원·연구원 등 6명이 근무하며 단기 전문가들이 분야별 기술지도와 컨설팅을 지원하고 있다.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베트남센터에 투입된 예산은 1234만3000달러, 농업인 교육 실적은 1만5711명이다.

핵심 성과는 양잠이다. 베트남은 뽕나무가 1년 내내 자라는 기후 덕분에 누에 사육을 연 10~12회까지 할 수 있지만, 흰고치용 잠종 상당 부분을 중국산에 의존해왔다. 비공식 경로로 들여오는 잠종은 품질 편차와 검역 문제가 있어 산업 경쟁력의 약점으로 꼽혔다.

코피아와 베트남 연구진이 개발한 ‘VH2020’은 이 문제를 풀기 위한 품종이다. 베트남 최초의 흰고치 생산용 복교잡 F1 누에 품종으로 2023년 베트남 정부에 정식 등록됐다. 생사 1㎏을 만드는 데 필요한 고치 소요량을 13% 줄였고, 한국형 다단 선반과 회전 잠박 보급으로 생산량은 15~20% 늘고 노동력은 20% 줄었다는 분석도 나왔다.

▲조명래 KOPIA 베트남센터 소장이 1일 베트남 잠업연구소에서 누에 사육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 공동취재단)
▲조명래 KOPIA 베트남센터 소장이 1일 베트남 잠업연구소에서 누에 사육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 공동취재단)

성과는 농가로 확산되고 있다. 코피아는 옌바이성 일대 207.5ha에 시범마을을 조성해 555개 농가에 VH2020과 F1 뽕나무 GQ2를 공급했다. 잠종 생산체계는 연간 1만450상자 규모로 구축됐고, 시범마을 생산액은 ha당 3660달러 늘었다. 소득은 벼 재배보다 3.3~4.6배, 옥수수보다 5.6~8.3배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베트남 정부 투자도 뒤따랐다. 코피아의 정책 건의 이후 베트남 농업환경부는 잠종 연구 인프라 투자사업을 채택했고, 실험동과 사육동, 잠종 증식동, 뽕 시험포장 등을 갖췄다. 잠종 국가 자급률은 2023년 5%에서 지난해 8%, 올해 9%로 올랐고 2028년까지 13%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실크비누와 실크치약, 화장품 등 부가가치 제품 개발도 추진 중이다.

조 소장은 “베트남센터는 제1호 코피아센터라는 자부심이 있다”며 “한국 품종과 기술을 이용해 개도국 농업 발전과 농가 소득 증대를 돕는 것이 코피아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이어 “1년에 자급률 1%포인트를 높이는 것이 작아 보일 수 있지만 국가 투자와 ODA 자원으로 기반을 만드는 단계”라며 “VH2020이 좋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라오스에서도 수출 요청이 왔다”고 설명했다.

▲허수영 한농주식회사 대표가 1일 땅콩 가공공장에서 자사 땅콩버터 제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 공동취재단)
▲허수영 한농주식회사 대표가 1일 땅콩 가공공장에서 자사 땅콩버터 제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 공동취재단)

이와 함께 땅콩 사업은 코피아 성과가 가공·판매 가치사슬로 이어진 사례다. 코피아 사업으로 선발한 L20, TK10 품종은 병에 강하고 수확량이 많다는 점을 인정받아 국가 품종으로 등록됐다. 이후 종자 생산체계와 재배법 개선이 함께 이뤄지면서 생산성은 53%, 소득은 56% 높아졌고, 우량종자 보급면적도 2016년 60ha에서 2022년 1430ha로 확대됐다.

가공·판매 구조도 붙었다. 한국 크레이지피넛과 베트남 동아가 각각 50%씩 출자한 합작법인 동아 VINA는 코피아 사업지에서 생산한 땅콩을 구매해 땅콩버터로 가공·판매하고 있다. 이 회사는 코피아 사업지인 지엔화면에서 생산한 땅콩을 2025년 30톤 사들였고, 올해는 구매 물량을 50톤으로 늘릴 계획이다. 품종을 고르고 재배기술을 보급하는 데서 끝나지 않고, 농가가 생산한 원료를 기업이 사들여 제품으로 만드는 구조가 붙은 셈이다.

양잠이 잠종 자급 기반을 키운 사례라면, 땅콩은 농가 생산물이 민간기업의 가공제품으로 이어진 사례다. 두 사업 모두 연구기관에서 개발한 기술이 농가 보급과 시장 연결로 이어졌다는 점에서 코피아 사업의 방향을 보여준다.

조 소장은 “베트남은 연구 인력은 우수하지만 정부 투자가 부족해 도울 분야가 많다”며 “농업기술 개발과 현장 보급 체계가 이어지도록 지원할 여지가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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