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비비비비비비.
일주일 날씨 전망이 모두 흐립니다. 생각보다 시원했던 6월을 지나 ‘그 구간’에 돌입한 건데요. 늦게 찾아온 지각생. 7월 장마입니다.
기상청에 따르면 올해 장마는 제주도와 남부지방이 지난달 30일, 중부지방이 1일 시작했는데요. 평년 장마 시작일이 제주도 6월 19일, 남부지방 6월 23일, 중부지방 6월 25일인 점을 감안하면 제주도는 11일, 남부지방은 7일, 중부지방은 6일 늦은 출발입니다. 특히 제주는 1982년 7월 5일, 2021년 7월 3일에 이어 역대 세 번째로 늦은 장마 시작으로 분석됐죠.

6일 월요일, 전국이 정체전선 비구름의 영향을 받고 있는데요. 6일 전국은 대체로 흐리고 대부분 지역에 비가 내렸는데요. 다만 종일 일정한 강도로 이어지는 형태는 아니죠. 기상청은 모레까지 전국 곳에 따라 강하고 많은 비와 함께 비 소강상태가 많겠다고 설명했습니다. 전국에 비가 내리되 지역과 시간대에 따라 왔다 그치기를 반복하는 양상인데요.
이날 예상 강수량을 살펴보면 전북과 광주·전남에는 30~80㎜, 서울·인천·경기와 서해5도, 강원내륙·산지, 대전·세종·충남과 충북에는 20~60㎜가 예보됐습니다. 경남내륙과 대구·경북은 5~50㎜, 제주도는 5~40㎜, 강원동해안은 5~20㎜ 수준이죠. 낮 최고기온은 26~32도로, 비가 온다고 더위가 완전히 꺾이는 장마가 아니라 습도와 더위가 함께 이어지는 장마입니다.
7~8일 예상 강수량은 서울·인천·경기와 서해5도, 강원내륙·산지, 충청권, 전북이 30~80㎜인데요. 특히 많은 곳은 경기북부 100㎜ 이상, 서해5도 150㎜ 이상, 강원북부내륙 100㎜ 이상까지 예보됐습니다. 8일에는 새벽부터 밤사이 전국 대부분 지역에 비가 올 가능성이 있고, 9일에는 밤까지 중부지방 곳곳에 비가 이어질 전망이죠.

그렇다면 이번 장마는 언제까지 이어질까요? 현재 예보로 확인되는 장맛비는 우선 9일 밤까지입니다. 10일 이후 중기예보를 살펴보면 전국에 구름 많은 날이 많고 11일과 12일 주말에도 전국이 구름 많은 날씨로 예보됐는데요.
문제는 변동성입니다. 기상청은 이번 예보기간에 북태평양고기압 가장자리 위치 변화와 태풍 등 열대요란의 발생·이동에 따라 우리나라 주변 기압계가 달라질 수 있고, 강수 지역과 시점도 바뀔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10일 이후 비가 잠시 잦아들더라도 장마가 끝났다고 보기는 어렵죠.
평년값을 봐도 장마 종료를 말하기에는 이릅니다. 기상자료개방포털 기준 평년 장마 종료일은 제주 7월 20일, 남부 7월 24일, 중부 7월 26일인데요. 올해는 시작 자체가 늦었고 제9호 태풍 ‘바비’ 등 열대요란 변수도 남아 있는 만큼, 장마철 변동성은 7월 중하순까지 열어둬야 합니다.

올해 장마가 늦어진 이유는 단순히 비구름이 늦게 온 정도가 아닌데요. 기상청은 올해 장마 시작 지연의 원인으로 블로킹에 따른 상층 찬 기압골의 영향, 북태평양고기압의 북서쪽 확장 지연, 열대 서태평양 대류 활동 억제, 그리고 6월 하순 태풍의 영향을 함께 제시했죠.
장마전선이 한반도까지 올라오려면 남쪽에서 북태평양고기압이 세력을 키워 정체전선을 밀어 올려야 하는데요. 그런데 올해 6월에는 북극 주변 여러 지역, 특히 바렌츠해에서 북시베리아 부근에 블로킹이 발달했습니다. 블로킹은 대기 흐름이 막혀 비슷한 기압 배치가 오래 유지되는 현상인데, 이 영향으로 우리나라는 상층 찬 기압골의 영향을 자주 받았죠. 상층 찬 공기가 내려오면서 장마전선이 한반도 쪽으로 북상하기 어려운 구조가 만들어진 겁니다.
남쪽의 힘도 충분하지 않았는데요. 열대 서태평양 지역의 대류 활동이 평년보다 억제되면서 북태평양고기압 발달을 돕는 대기 순환이 약했습니다. 여름철 열대 서태평양에서 대류가 활발하면 상승한 공기가 연직 대기 순환을 통해 우리나라와 일본 부근 중하층에 고기압성 순환을 유도하고 북태평양고기압의 발달과 확장을 돕는데요. 그런데 올해는 이런 지원이 약했고, 북태평양고기압이 우리나라 쪽으로 충분히 확장하지 못했죠.
6월 하순 태풍도 장마 시작을 늦춘 변수였습니다. 기상청은 제7호 태풍 ‘메칼라’와 제8호 태풍 ‘히고스’가 북상하면서 북태평양고기압 가장자리가 동쪽으로 밀려났고, 그 결과 정체전선의 북상이 지연됐다고 분석했는데요. 그러니까 올해 장마는 시작부터 태풍의 간접 영향을 받은 셈입니다.
올해 6월은 장마가 늦어진 만큼 강수도 평년보다 적었는데요. 기상청은 6월 한 달 동안 전국 강수량이 95.4㎜로 평년 148.2㎜의 64.9% 수준이었다고 밝혔죠. 강수일수도 6.9일로 평년 9.9일보다 3일 적었습니다.
그렇다고 비가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닌데요. 6월 19~20일에는 전국적으로 많은 비가 내리면서 6월 강수량의 64.4%가 이틀 사이에 집중됐는데요. 동해안 지역을 중심으로는 강하고 많은 비가 내려 6월 중순 일강수량과 1시간 최다강수량 극값을 경신한 곳도 있었죠. 속초는 6월 20일 일강수량 170.1㎜, 강릉은 121.4㎜, 울진은 111.3㎜를 기록했는데요.
비가 자주, 고르게 내렸다기보다 특정 시점에 몰린 거죠. 6월 전체 강수량은 평년보다 적었지만, 비가 내릴 때는 강하게 쏟아졌습니다. 이처럼 장마가 늦게 시작됐다고 해서 비의 위험이 낮아지는 것은 아닌데요. 오히려 비가 오지 않던 기간 뒤에 정체전선이 활성화하면 짧은 시간 강한 비가 집중될 수 있습니다.

이번 장마를 더 복잡하게 만드는 변수는 태풍인데요. 특히 현재 초강력 태풍이 되어가는 중인 바비가 문제죠. 기상청 태풍통보문에 따르면 바비는 6일 중심기압 905hPa(헥토파스칼), 최대풍속 초속 58m, 시속 209㎞의 강도 5 태풍으로 분석됐습니다. 이어 7일 오전 3시 중심기압 900hPa, 최대풍속 초속 59m로 더 강해질 것으로 예보됐고 11일 오전 3시에도 중심기압 930hPa, 최대풍속 초속 50m의 강도 4 수준을 유지한 채 북서진할 것으로 제시됐죠.
예상 진로상 바비는 당장 한반도로 향하기보다 서쪽~서북서쪽으로 이동해 10일 오전 필리핀 동쪽·대만 남동쪽 해상을 지나고 11일 오전에는 대만 북동쪽 해상 부근까지 올라올 전망입니다.
태풍이 남쪽 바다에서 움직이면 북태평양고기압의 가장자리 위치가 달라질 수 있고 정체전선으로 들어오는 수증기 흐름도 바뀔 수 있는데요. 올해 6월 하순 메칼라와 히고스가 장마 시작 지연에 영향을 준 것처럼, 7월의 바비도 장마 종료 시점과 강수 지역을 판단하기 어렵게 만드는 변수입니다.
최근 장마의 흐름을 보면 비가 고르게 오래 내리기보다 특정 기간, 특정 지역에 집중되는 경향이 두드러지고 있는데요.
2020년은 ‘긴 장마’의 대표 사례입니다. 기상자료개방포털에 따르면 전국 장마철 강수량은 696㎜로 최근 10년 중 가장 많았고, 강수일수는 28.5일로 1973년 이후 최다 수준이었는데요. 반대로 2021년은 늦고 짧은 장마였습니다. 전국 장마철 강수량은 227.5㎜, 강수일수는 9.9일에 그쳤죠.
2023년은 장마철 강수량이 많이 늘어난 해였습니다. 정부 합동 ‘2023년 이상기후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장마철 전국 강수량은 660.2㎜로 평년 356.7㎜보다 많았고, 1973년 이후 3위를 기록했는데요. 장마철 강수일수는 22.1일로 평년 17.3일보다 28% 많았죠. 특히 남부지방 장마철 누적 강수량은 712.3㎜로 역대 1위였고 7월 중순 정체전선이 충청 이남 지역에 장기간 머물며 남부지방에 많은 비가 집중됐습니다.
2024년은 여름 전체 강수량은 평년보다 적었지만, 비가 장마철에 몰린 해였는데요. 여름철 전국 평균 강수량 602.7㎜ 가운데 78.8%인 474.8㎜가 장마철에 집중됐죠. 장마철 강수량만 놓고 보면 평년보다 32.5% 많았고, 9개 지점에서는 시간당 100㎜ 이상의 강한 비가 관측됐는데요.
2025년 장마는 기간도 짧고 비의 양도 적었습니다. 장마철 전국 강수량은 200.5㎜로 평년의 55.0% 수준, 강수일수는 8.8일로 평년의 절반 수준에 그쳤는데요. 다만 비가 적었다고 위험이 작았던 것은 아닙니다. 6월 중순, 7월 중순, 8월 전반처럼 특정 시기에 비가 집중됐고 좁은 구역에 단시간 강하게 내리는 특징은 이어졌죠.
2026년 장마도 아직 결론을 내리기에는 이른데요. 현재 예보상 9일 전후 비가 한 차례 약해질 가능성은 있지만, 태풍과 북태평양고기압의 위치 변화에 따라 정체전선은 다시 활성화할 수 있죠. 결국, 당분간은 장마 종료 여부보다 이후 강수 예보의 변동성을 계속 확인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