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증시는 직전일 급등에 따른 단기 차익실현 압력 속 제한적인 흐름을 보일 전망이다. 마이크론발 반도체 랠리에도 인공지능(AI) 투자 비용 부담과 주도주 쏠림 현상이 맞물리며 장중 수급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6일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금일에는 미국 증시 혼조세 여파, 직전일 급등에 대한 단기 차익실현 압력 등으로 하락 출발할 전망”이라며 “장 중에도 주도주 쏠림 현상과 소외주 저가 매수 등으로 수급 변동성이 높아지면서 제한된 지수 흐름을 연출할 것으로 판단한다”고 내다봤다.
전날 미국 증시는 5월 개인소비지출(PCE) 물가 안도감과 마이크론 어닝 서프라이즈에 따른 반도체주 랠리에도 혼조세를 보였다. 다우지수는 0.14% 상승했지만 S&P500지수는 0.01%, 나스닥지수는 0.46% 하락했다.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는 3.59% 올랐다.
미국 5월 PCE 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4.1% 상승해 시장 예상치에 부합했다. 마이크론은 16.0% 급등하며 반도체주 동반 강세를 이끌었다. 다만 호르무즈 해협 화물선 피격 소식과 애플의 제품가격 인상 발표로 AI 투자 비용 부담이 재부각되며 지수 상단을 제한했다.
한 연구원은 “지난 3월 중 4분기 어닝 서프라이즈 발표 후 주가가 부진했던 것과는 달리, 이번 마이크론의 1분기 실적 결과는 해당 주식 포함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샌디스크 등 여타 반도체주의 동반 급등세를 견인한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마이크론 실적은 높아진 시장 눈높이를 충족시킨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일정 기간 가격과 물량을 고정하는 장기공급계약(LTA·SCA)의 구체성이 확인되면서 전통적인 메모리 사이클의 진폭을 줄일 수 있다는 기대를 키웠다.
반면 애플의 제품가격 인상은 새로운 부담 요인으로 제시됐다. 애플은 전날 맥북, 아이패드 등 주요 제품 가격을 15~20% 인상한다고 발표했고 주가는 6%대 급락했다. 메모리 가격 상승이 최종 소비재 업체의 마진 압박과 가격 전가로 이어지고, 높아진 제품 가격이 소비자 구매 수요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 것이다.
한 연구원은 “수요 호조로 인한 메모리 가격 급등, 애플 등 최종 소비재 업체들의 마진 압박, 제품 가격 인상을 통한 가격 전가, 높아진 제품 가격으로 인한 소비자들의 구매 수요 위축, 메모리 가격 약세의 부정적인 경로가 형성될 수 있다”고 짚었다.
다만 메모리 업황이 조기 다운사이클에 진입할 가능성은 낮게 봤다. 메모리 가격 상승 추세가 당분간 이어지며 컴퓨터, 스마트폰 등 기업·소비자간 거래(B2C) 최종 소비재 가격 인상 압박은 지속될 수 있지만, 메타, 알파벳, 마이크로소프트(MS) 등 하이퍼스케일러 업체들의 기업간 거래(B2B) AI 투자 수요는 여전히 견조하다는 이유에서다.
유가와 시장금리 부담이 낮아지고 있는 점도 긍정적이다. 전날 호르무즈 해협 선박 피격 소식에도 WTI는 1%대 상승에 그쳤다. 한 연구원은 “다음 달부터 시작되는 2분기 실적시즌 및 소비 데이터를 확인하기 전까지 수요 감소로 인한 메모리 다운사이클 조기 진입과 같은 부정적인 시나리오에 낮은 확률을 부여하고 가는 것이 적절하다”고 말했다.
전날 국내 증시는 마이크론 어닝 서프라이즈에 따른 시간외 주가 급등과 WTI 유가, 미국 시장금리 하락 등 매크로 환경 개선에 힘입어 반도체주 중심으로 급등했다. 코스피 지수는 5.42% 오른 8930.30에 마감했다. 반면 코스닥 지수는 코스피로 수급 이탈 현상이 재차 나타나며 2.36% 내린 887.81에 거래를 마쳤다.
코스피 지수는 24~25일 2거래일 동안 8.9%대 V자 반등을 보이며 23일 9.99% 폭락분을 대부분 만회했다. 그러나 지수 회복과 달리 반도체를 제외한 여타 업종의 투자심리는 온전히 회복되지 못했다는 평가다.
최근 2거래일간 반도체 업종은 14.2%, 에너지 업종은 10.8% 상승해 코스피 지수 상승률 8.9%를 웃돌았다. 에너지 업종에는 SK하이닉스의 최상위 지주회사인 SK가 포함돼 있는데, SK는 2거래일간 21.7% 급등했다. 이를 고려하면 사실상 반도체 독주의 반등장이었다는 해석이다.
그 외 건강관리는 2거래일간 7.2% 오르며 선방했지만, 한동안 반도체와 함께 AI 밸류체인주로 묶이며 시장을 주도했던 IT하드웨어는 0.5% 하락했다. 소매·유통은 2.7%, 증권은 1.9% 오르는 데 그쳤고 기계는 3.1% 하락하는 등 기존 주도업종의 회복력도 제한적이었다.
변동성 지수인 VKOSPI가 95포인트대로 연중 최고치를 기록한 점도 부담 요인으로 꼽혔다. 통상 증시가 폭락하거나 패닉 장세를 보일 때 VKOSPI가 급등하지만, 올해는 대부분 기간에 걸쳐 VKOSPI 상승이 일상화되는 이례적 흐름이 지속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 연구원은 “최근과 같은 반도체 등 소수 업종 쏠림 현상이 이어지는 한 증시 전반에 걸친 고변동성 압력에 빈번하게 노출되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VKOSPI 95포인트를 일간 변동폭으로 환산하면 약 ±6.0% 수준이다.
반도체 주도력은 2분기 실적 시즌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5월 중순 급락기, 6월 초 급락기, 6월 말 급락기 모두에서 반도체의 주가 회복력이 가장 뛰어났기 때문이다.
한 연구원은 “주도주인 반도체 쏠림 현상은 적어도 2분기 실적 시즌 때까지 쉽게 소멸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금리와 유가 레벨이 낮아지는 구간에서는 키맞추기 성격의 업종 순환매가 나타날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한 연구원은 “IT하드웨어, 증권, 유통, 기계, 방산 등 여타 주요 업종들 대부분이 차트상 기술적인 진입 부담이 크지 않다는 점을 단기 대응 전략에 반영해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