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드바 판매액도 77% 급감⋯실물 금 수요 둔화
美 통화정책 불확실성·증시 강세에 투자심리 위축

연초 안전자산 선호로 급증했던 금 투자 열기가 빠르게 식고 있다. 은행권 골드뱅킹 잔액이 약 6개월 만에 다시 1조원대로 내려온 데 이어 골드바 판매도 연초 대비 크게 줄어들면서 ‘골드 러시’가 한풀 꺾인 모습이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골드뱅킹을 운영하는 은행(KB국민·신한·우리은행)의 골드뱅킹 잔액은 16일 기준 1조9851억원으로 집계됐다. 골드뱅킹 잔액이 1조원대로 내려온 것은 올해 1월 사상 처음으로 2조원을 돌파한 이후 약 6개월 만이다.
골드뱅킹은 금 실물을 직접 보유하지 않고 계좌를 통해 금을 사고파는 상품이다. 국제 금 시세에 따라 평가액이 변동하는 구조로 대표적인 금 투자 수단으로 꼽힌다.
골드뱅킹 잔액은 지난해 말 1조9296억원에서 올해 1월 2조4434억원까지 증가하며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와 지정학적 리스크 확대 등으로 안전자산인 금에 자금이 몰린 영향이다. 1월 정점을 찍은 뒤 잔액은 매달 줄어들었다. 2월 2조3522억원, 3월 2조1480억원, 4월 2조1175억원, 5월 2조648억원으로 줄어든 데 이어 이달 들어 다시 1조원대로 내려왔다. 올해 1월과 비교하면 약 4583억원(18.8%) 감소한 규모다.
실물 금에 대한 투자 수요도 위축되고 있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의 이달 16일 기준 골드바 판매액은 총 204억원으로 집계됐다. 올해 1월 판매액 약 900억원과 비교하면 77%가량 감소한 수준이다. 연초에는 금값 상승 기대감에 골드바 품귀 현상까지 나타났지만 최근에는 투자자들의 관망세가 짙어지면서 수요가 눈에 띄게 줄고 있다는 분석이다.
골드 투자 열기 둔화는 금값 조정과도 맞물려 있다. 금값은 올해 초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와 지정학적 리스크 확대로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강해지면서 가파르게 상승했다. 국제 금 선물 가격은 1월 온스당 5354.80달러까지 오르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하지만 이후 미국 통화정책 불확실성과 달러 강세 등이 이어지면서 상승세가 꺾였다. 현재 국제 금 선물 가격은 4350달러 수준으로 연중 고점 대비 약 19% 낮은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금값 상승에 따른 차익실현 수요와 함께 국내 증시 강세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코스피가 상승세를 이어가면서 안전자산에 머물던 자금이 주식시장 등 위험자산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관측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연초에는 골드바 재고를 찾는 문의가 이어질 정도로 투자 열기가 뜨거웠지만 최근에는 가격 흐름을 좀 더 지켜보겠다는 고객이 많아졌다”며 “차익실현 수요와 함께 투자자들의 관심이 증시 등 다른 자산으로 분산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다만 시장에서는 금값 반등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 글로벌 통화정책 변화와 지정학적 리스크 확대 여부에 따라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다시 강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은행권 관계자는 “지정학적 리스크가 재부각되거나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질 경우 안전자산 선호가 다시 강해질 수 있다”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