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후 서비스 명목 통행료 부과 우려
운송비 증가⋯유가ㆍ보험료 오를 듯
"통행료 없다"던 트럼프 발언과 배치

미국과 이란의 종전 양해각서(MOU) 전문이 공개된 가운데 일부 조항은 거센 논란에 휩싸일 것으로 관측된다. MOU 5조에 따르면 이란은 협정 체결 뒤 60일 동안 "페르시아만과 오만해를 오가는 상선들의 안전한 통항을 무상으로 보장하기 위한 조치를 마련한다"고 적시했다. 이란 의회 의장 역시 자국 국영TV에 출연 "호르무즈 해협은 전쟁 이전 상태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17일(현지시간) CNN 등은 백악관이 공개한 종전을 위한 양해각서(MOU) 14개 조항을 인용해 60일 이후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민간 선박으로부터 통행료를 징수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란 측 고위 관계자 역시 이런 전망을 사실상 공식화했다. 이날 AFP·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이란 측 협상단장인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의회 의장은 자국 국영TV 인터뷰에서 “호르무즈 해협은 전쟁 이전 상태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공개된 MOU는 총 14개 조항으로 이뤄졌다. 이 가운데 5조의 전문은 다음과 같다.
본 양해각서 체결 즉시 이란은 최선의 노력을 다해 향후 60일간에 한해 페르시아만과 오만해를 오가는 상선들의 안전한 통항을 무상으로 보장하기 위한 조치를 마련한다. 상선 운항은 즉시 재개되며, 기술적·군사적 장애물 제거와 이란의 기뢰 제거 작업을 고려해 30일 이내 정상화된다. 이란은 오만 술탄국과 협의해 호르무즈 해협의 미래 관리 체계와 해상 서비스에 대해 논의하며, 페르시아만 연안국들과도 협의를 진행한다. 이는 국제법과 호르무즈 해협 연안국의 주권적 권리에 부합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논란이 된 문구는 '60일 동안만 아무런 비용 없이'(with no charge for 60 days only)다. MOU 체결 후 미국과 이란이 종전 ‘최종 합의’를 위해 협상하는 60일이 끝나면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민간 선박에 돈을 징수할 수 있다는 취지로 풀이되기 때문이다. 요금 없는 해협 통항을 60일로 한정했다는 점에서 이란이 향후 어떤 명목으로든 통행료 성격의 요금을 부과할 것으로 우려된다.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석유나 가스 등 에너지를 조달해 온 다른 국가들의 불만도 커질 전망이다. 전쟁 전에는 없던 요금 부담이 새로 생길 수도 있다. 이 비용이 에너지 운송료에 포함되면서 유가 상승의 원인이 될 수 있어서다.
결국, MOU 5조는 트럼프 대통령의 그간 발언과 배치된다. 그는 “호르무즈 해협이 완전히 자유롭게 개방되고 통행료가 전혀 없을 것”이라고 장담해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에너지 가격 급상승 등으로 미국 내 불만 여론이 치솟은 상황에서 오히려 이란에 유리한 합의를 서둘렀다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
무엇보다 앞으로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통제권을 경제 압박용 무기로 활용할 가능성이 더욱 커졌다. 종전 MOU 발표 직후 이와 관련한 미국 현지 싱크탱크는 잇따라 합의의 불합리성을 지적했다.
갈리바프 이란 의회 의장은 이번 종전 합의와 관련해 "미국의 실패"라고 규정하며 "사람들이 보고 판단할 것"이라고 했다. MOU 내용이 공개된 후 확실한 비핵화 성과도 없이 이란에 대한 대규모 경제 보상만 포함됐다는 평가가 확산하는 상황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문서에는 서명이 이뤄지는 즉시 이란산 원유 수출 제재를 사실상 풀어준다는 내용도 포함돼있다.
이날 에스마일 바가이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이와 관련 "이란은 자국 원유를 운송·보험 관련 제약 없이 판매할 수 있어야 하며, 원유 판매 대금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 국가안보회의(NSC)에서 이란 담당 국장을 지낸 네이트 스완슨 애틀랜틱카운슬 선임연구원은 “MOU는 호르무즈 해협의 운용 방식과 이란 핵 양보, 제재 완화라는 핵심 사안을 해결하지 못했다”며 “후속 합의 없는 MOU는 불안정하고 지속 불가능하다”고 분석했다.
니티야 라브 채텀하우스 연구원은 “트럼프는 해협 통항이 영구적으로 무료라고 말하지만 테헤란은 향후 불특정 서비스에 요금을 부과하겠다고 말하고 있다”며 “호르무즈 해협은 아직 열린 것도, 열릴 준비가 된 것도 아니다”라고 진단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또다시 강경 대응 가능성을 언급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프랑스 에비앙레뱅의 G7 정상회의에서 “이건(종전 양해각서) MOU일 뿐이며 마음에 들지 않으면 다시 총을 쏘고 폭탄을 투하하겠다”며 경고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