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둑 너무 높으면 물길 마른다”…벤처업계 “세그먼트·상장폐지 재검토 필요”

입력 2026-06-15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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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신미영 기자 win8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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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업계가 코스닥 상장 기업의 서열화와 낙인효과를 우려하며 코스닥 세그먼트 시행 유예 및 재검토를 주장했다. 코스닥 시장의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코스닥을 '프리미엄'과 '스탠다드'로 나누는 정책이 되레 프라임 시장으로 자금 쏠림을 유발해 극심한 양극화로 이어질 것이란 우려다. 업계는 서열적 명칭에 대한 전면폐지와 시가총액 기준의 상장폐지 요건 역시 재검토 해야한다는 그간 주장을 재차 강조했다.

벤처기업협회와 한국벤처캐피탈협회,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등 3개 단체는 15일 서울 여의도 켄싱턴호텔에서 공동 정책제안 기자간담회를 열고, 자본시장 개편을 위한 5대 정책과제를 제안했다. 5대 과제는 △코스닥 세그먼트 시행유예 및 재검토 △중복상장 금지 규제 예외 적용 △상장폐지요건 시행 유예 및 기준재고 △정책협의체 상설화 △기술특례상장 제도 보완이다.

현재 정부는 코스닥 시장 활성화와 경쟁력 제고를 위해 세그먼트 및 승강제 도입을 추진 중이다. 시가총액과 재무 실적 등을 기준으로 코스닥 시장을 프리미엄·스탠더드·관리군 총 3개 세그먼트로 분리하고 부실기업은 퇴출시키는 게 핵심이다.

업계는 강하게 반발했다. 제도 취지와 달리 시장 내 자금이 프리미엄 세그먼트로 과도하게 집중되고 스탠다드 기업들은 유동성 경색과 기관투자자 관심 저하 등의 불이익을 겪을 수 있다는 우려다. 송병준 벤처기업협회장은 "AI, 바이오, 로봇, 반도체 등 미래산업 분야 벤처기업들의 낮은 매출, 일시적 적자, 낮은 시가총액은 부실 징후가 아닌 고위험·고성장 과정의 특성"이라며 "자본시장이 지나치게 안정성만을 기준으로 설계하면 혁신기업이 성장하기도 전에 시장에서 밀려날 수 있다"고 꼬집었다.

업계는 2022년 일본 도쿄증권거래소(JPX)이 주식시장을 3개 시장(프라임·스탠다드·그로스)으로 개편한 점을 예로 들었다. 이 정책으로 인해 하위시장이 비우량시장으로 낙인찍혔고, 최상위인 프라임 시장으로 자금 쏠림 현상이 발생했다는 설명이다.

실제 일부 벤처 현장에선 상장을 앞두고 스탠다드 편입 가능성을 우려하며 상장 추진을 재고하는 사례도 나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승강제 유지를 위해 기업들이 단기 실적이나 시가총액 방어에 치중하면 장기적인 연구개발(R&D)이 필수인 딥테크 벤처의 성장동력이 크게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벤처기업협회, 한국벤처캐피탈협회,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등 3개 단체가 15일 여의도에서 공동 정책제안 기자간담회를 열고 있다. (사진제공=번처기업협회)
▲벤처기업협회, 한국벤처캐피탈협회,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등 3개 단체가 15일 여의도에서 공동 정책제안 기자간담회를 열고 있다. (사진제공=번처기업협회)

업계는 프리미엄 세그먼트를 신설해야 한다면 업종별 상용화 주기를 반영한 ‘기술성장성 트랙’ 신설 등 보완 정책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또 현재 코스닥 기관투자자 비중(6%)이 일본의 그로스 시장(7%) 수준에 불과한 점을 고려해 코스닥 시장 전반에 유동성을 확대하는 방안도 제안했다.

내년 1월1일부터 도입되는 시가총액 300억원 기준의 적용 유예 필요성도 제기했다. 기준에 근접한 기업이 시장에서 ‘상장폐지 우려 기업’으로 인식돼 낙인효과, 선제적 매도와 주가 추가 하락, 자금조달 여건 악화 등 악순환이 발생할 것이라고 반발했다. 실제 의료기기를 제조하는 A사는 금융당국이 '주가 1000원 미만 기업에 대한 상장유지 요건 신설' 등을 추진하면서 해당 기업군에 포함돼 주식병합을 결정했다. A사가 3년 연속 실적 개선을 기록하고 지난해 영업이익이 90억원 수준을 기록할 만큼 재무건전성이 양호했지만 결국 주가, 시가총액 등 지표 중심의 요건 강화에 대응할 수밖에 없었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송 회장은 정책 속도 조절을 당부했다. 송 회장은 "당장 7월부터 코스닥 상장 유지 시가총액을 200억원으로 상향한다. 2월이 이 기준에 해당하는 기업수가 50개였는데 지난주 125개로 늘었다. 시장 양극화로 기업들이 외면받고 있다는 의미다. 상장 기준으로 낙인효과가 생기면서 급속히 빨라지고 있다"며 "내년부터는 300억 미만은 상장 폐지다. 지난주 기준으로 300개가 넘는데, 너무 급격히 늘고 있다"고 덧붙였다.

중복상장 금지 예외 적용에 대해선 "벤처기업의 자회사 분사·상장은 일부기업의 쪼개기 상장과 성격이 다르다"며 "획일적인 규제로 인해 상장 벤처기업의 M&A 및 신사업 투자 심리를 위축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업계에선 상장폐지 기준 시행 유예하는 대신 벤처기업 전용 복합 평가체계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벤처기업에 대해 시총·주가 단일 기준이 아닌, 매출 성장성 및 기술 개발 마일스톤 달성 여부 등을 종합 고려하는 방식이다. 또 현장의 목소리가 정책 설계 단계부터 생산적금융 정책협의체와 기술특례상장 제도 보완도 제시했다.

김재원 코스포 의장은 "지금처럼 시가총액, 주가라는 단기 지표로만 퇴출을 가른다면 기술도 실적도 건강한 기업이 숫자 하나에 밀려 시장에서 사라질 수 있다"며 "둑을 너무 높게 쌓으면 물길이 마른다. 혁신기업의 기술개발과 성장 가능성을 함께 들여다보는 평가체계와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코스닥은 스타트업이 반드시 건너야 하는 다리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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