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노갈등 야기 ‘장기평가’ 도입하고
주식 등 조건부 보상체계 마련해야

최근 AI 투자붐에 따른 우리 반도체 기업의 놀라운 성과는 올해 우리나라의 예상 경제성장률을 근래 보기 드문 3%대까지 올리도록 하는 주된 요인이 되고 있다. 그러나 성과분배를 둘러싼 삼성전자의 노사 간, 주주와의 갈등은 이제 우리도 기업성과 분배에 관한 새로운 원칙을 세워야 할 시기가 왔음을 알려준다.
반도체는 글로벌 산업이다. 글로벌 산업에서는 특정 기업이 경쟁력을 상실할 경우 바로 세계시장에서 퇴출될 위험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반도체기업과 같이 제품의 선제적 출시가 이후 시장에서의 초과이윤을 독식하는 특성을 지닌 산업은 경쟁력 유지를 위해 지속적인 투자를 요구한다.
최근 삼성이 거둔 성과는 과거 디바이스솔루션(DX) 부문인 휴대전화에서 얻은 이득을 꾸준히 반도체 부문에 투자하여 발생한 결과다. 우리 수출에서 반도체는 20%에 육박할 정도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반도체산업은 가히 국가전략산업이라 할 수 있다. 특히, 삼성전자는 국가 전체 법인세 수입의 10% 가까이를 납부하고 있다는 사실 하나로도 국가전략기업이라 불러도 손색이 없다고 생각된다.
기업의 운영과 투자를 위해 필요한 자본은 기업에 손실이나 이익이 발생할 경우 그 조성에 참여하는 각 자원조달자의 특성에 따라 약정한 배분 원칙에 의해 이익을 분배하게 된다. 바로 주주에게 잔여청구권(residual claimant)을 부여하는 이유이다. 주주는 채권자나 노동자와 달리 안전 대신 위험(주가하락, 상장폐지 등)을 안고 있는 자원조달자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주식회사 제도의 수익배분 원칙에 비추어 볼 때 이번 삼성전자 사태는 자본시장제도의 근본 운영원칙은 물론 배분의 ‘공정성’ 측면에서 문제가 크다고 생각된다. 차제에 글로벌산업의 장기 경쟁력 측면 즉, 효율성과 함께 고려해야 할 요소다.
삼성전자 초기업노조의 성과급 배분 문제의 발단은 SK하이닉스의 영업이익 10% 성과급 지급이 원인이 된 측면이 크다. 동종산업 내 경쟁기업과의 비교가 ‘공정성’ 인식(fairness perception)을 자극하였고, 공정한 대우를 요구한 삼성전자 조합원의 파업이라는 위협 행동으로 이끈 측면이 크기 때문이다. 이제 당면한 문제는 어떻게 각 자원조달자 간의 배분 원칙을 결정하여 글로벌산업에서의 장기적 경쟁력을 확보하고, 분배 공정성(distributive justice)을 보장하는 합리적 합의를 이루어 낼 것인가에 있다고 본다.
이를 위해서는 반도체산업의 수직적 및 글로벌 경쟁기업의 구조와 각 자원조달자 간의 위험배분이라는 두 가지 요인을 고려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는 부품으로서 이를 활용하여 AI 가속기, 자동차, 로봇 등 최종제품을 생산하게 된다. 따라서 최종재 산업에서의 수요가 반도체산업의 성패를 결정하는 중간재산업으로서의 특성을 지니고 있으며, 다양한 협력업체로부터 공급받는 소재 및 부품의 납품단가 및 품질이 수익성을 결정하는 복잡한 구조를 지닌 산업이다.
우선 글로벌산업으로서 경쟁기업인 대만 TSMC의 경우 노동조합도 결성되어 있지 않고 그간 초과이익의 분배를 요구한 적이 없었다. 이번 삼성사태가 계기가 되어 전년대비 30% 성과급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는 보도다. 이런 측면에서도 삼성전자는 물론 SK하이닉스의 영업이익 10% 혹은 15% 지급 합의는 지속적인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반도체산업의 장기 경쟁력 측면에서 문제가 크다는 생각이다.
이번 협상결과 도출한 초과이윤의 부문 간, 사업부 간 배분이 또 다른 노·노 갈등을 야기하여 노조원들의 탈퇴사태 및 분란의 소지가 되고 있음을 볼 때 부문 간, 사업부 간 배분원칙 또한 새롭게 정립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부품에서부터 최종재까지 생산하는 삼성전자의 종합기업적인 특성에 비추어 볼 때 이러한 부문 간 분배는 장기적인 시각에서 결정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우선 이번 반도체 부문의 엄청난 규모의 영업이익은 과거 휴대전화에서 얻은 이익을 지속적으로 투자한 결과 발생하였다는 사실에 주목하여 부문 간 성과 배분은 장기 이동평균(moving average) 방식을 채택하여 한 사이클(약 10년)을 주기로 평가할 필요가 있다. 보상방식 또한 주식으로 지급하더라도 장기보유조건부(RSU)로 해 근로자들의 노력과 성과 간 유인정합성(incentive compatibility)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하는 장치가 필요하다고 본다.
눈앞의 이익을 위해 ‘황금알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르는 우를 범하지 않고 우리의 다음 세대를 위한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