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T 거래량 49%·현물 ETF 거래량 78% 감소
위험자산 회피 속 스테이블코인 도미넌스 15%까지 상승

비트코인 가격 조정이 이어지면서 전통 금융권을 통한 비트코인 투자 수요도 빠르게 위축되고 있다. 비트코인을 보유한 상장사, 미국 현물 비트코인 ETF 등 전통 금융 채널의 거래 활동이 동반 감소한 가운데, 시장에서는 위험자산 노출을 줄이고 스테이블코인으로 이동하는 흐름이 뚜렷해지고 있다.
전통 금융권 BTC 투자 수요 위축
디지털자산 분석 업체 글래스노드의 2026년 6월 10일자 ‘The Week On-chain: Finding a Floor’ 보고서와 관련 차트에 따르면, 비트코인 보유 기업들의 총 거래량 90일 이동평균은 2025년 12월 하루 342억 달러에서 현재 174억 달러로 감소했다. 약 6개월 만에 49% 줄어든 수치다.
DAT는 디지털자산 트레저리 기업을 뜻한다. 이들 기업은 재무자산으로 비트코인 등을 보유하며, 투자자들에게 주식시장을 통해 비트코인 가격에 간접 노출될 수 있는 수단으로 인식돼 왔다. 비트코인 상승장에서는 DAT 기업 주식이 비트코인에 대한 레버리지성 투자 수단으로 주목받았지만, 최근 가격 조정 이후 거래량이 급감하며 투기적 관심도 함께 식은 모습이다.
미국 현물 비트코인 ETF 거래량 감소폭은 더 컸다. 글래스노드가 12일 공개한 관련 차트에 따르면, 미국 현물 비트코인 ETF의 30일 이동평균 거래량은 2025년 10월 하루 44억 달러에서 현재 9억6000만 달러로 줄었다. 약 78% 감소한 수준이다.
가격 조정 넘어 수요 둔화 신호
이는 비트코인 현물 가격 하락이 단순히 가상자산 거래소 내부의 투자심리 위축에 그치지 않고, 전통 금융권의 비트코인 투자 채널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상장 기업을 통한 간접 투자 수요와 ETF를 통한 기관·개인 투자 수요가 동시에 약화되면서, 전통 금융시장에서 비트코인 익스포저를 확대하려는 움직임도 둔화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윤승식 타이거리서치 리서치센터장은 DAT 기업과 현물 ETF 거래량이 동시에 줄어든 흐름에 대해 “냉정하게 시장 수요가 떨어진 것이 사실”이라고 진단했다. 윤 센터장은 “자본이 주식시장으로 이동한 지 오래됐고, 비트코인으로 유입돼야 할 이유가 당장 모이지 않는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기관·기업 매수세도 관망 전환
앞서 언급한 글래스노드 보고서의 오프체인 인사이트 섹션에서도 미국 기관 수요 약화가 확인됐다. 보고서에 따르면 비트코인이 6만 달러 부근까지 하락하는 과정에서 코인베이스 프리미엄은 할인 구간에 머물렀다. 코인베이스 프리미엄은 미국 기반 현물 수요를 가늠하는 지표로 활용된다. 해당 지표가 할인권에 머물렀다는 것은 가격 하락 구간에서 미국 기관 투자자들이 공격적인 저가 매수에 나서지 않았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기업들의 비트코인 매입 흐름도 둔화됐다. 글래스노드는 기업 재무전략상 비트코인 순매입 규모가 4~5월에는 하루 5억 달러 이상까지 확대된 구간이 있었지만, 6월 이후에는 거의 0에 가까운 수준으로 줄었다고 분석했다. 기업들이 여전히 순매수 기조를 유지하고는 있지만, 가격 하락 구간에서 매입 속도를 크게 낮추며 신중한 태도로 돌아섰다는 설명이다.

파생상품 시장은 하방 방어 우위
파생상품 시장에서도 방어적 흐름이 강화됐다. 글래스노드는 비트코인이 주요 지지선을 하회하는 과정에서 레버리지 롱 포지션이 대거 청산됐고, 옵션시장에서는 하방 보호 수요가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특히 풋옵션 수요가 확대되며 투자자들이 추가 하락 가능성에 대비하는 모습이 나타났다.
이 같은 흐름은 현재 시장이 저가 매수 국면보다는 위험 회피 국면에 가깝다는 점을 시사한다. 과거 강세장에서는 비트코인 조정이 ETF 자금 유입, 기업 매수, 기관 현물 매수로 연결되며 가격 하방을 지지하는 역할을 했다. 그러나 이번 조정에서는 DAT 거래량, ETF 거래량, 기관 현물 수요, 기업 매입세가 모두 약화되며 시장의 수요 기반이 이전보다 약해진 모습이다.
스테이블코인으로 이동한 대기자금
반면 스테이블코인 지배력은 확대되고 있다. 가상자산 시황·데이터 플랫폼 크립토랭크 자료에 따르면 전체 암호화폐 시가총액은 2025년 고점 대비 약 50% 하락한 반면, 스테이블코인 도미넌스는 7.56%에서 15% 수준까지 상승했다. 전체 시장에서 비트코인과 알트코인 등 변동성 자산의 가치가 줄어든 가운데, 달러 연동 자산의 상대적 비중은 크게 높아진 것이다.

스테이블코인 지배력 상승은 시장 전반의 위험 회피 흐름과 맞물려 있다. 전체 가상자산 시가총액이 줄어든 가운데 달러 연동 자산의 비중이 커지면서, 투자자들이 변동성 자산보다 유동성과 안정성을 우선하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글래스노드 역시 최근 시장에 대해 “위험 선호가 여전히 낮은 상태”라고 평가했다. 보고서는 레버리지 포지션이 상당 부분 정리됐지만, 지속적인 저점 형성에 필요한 수요 회복은 아직 나타나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반등 조건은 신규 수요 회복
현재 가상자산 시장에서는 비트코인 가격 조정, DAT·ETF 거래량 감소, 기관 수요 약화, 스테이블코인 지배력 확대가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 전통 금융권을 통한 비트코인 투자 수요가 약해진 가운데, 시장 참여자들이 재진입보다 관망을 택하는 흐름이 이어지는 모습이다.
글래스노드는 “레버리지는 상당 부분 해소됐고 밸류에이션 지표도 역사적으로 할인된 구간에 진입했지만, 지속 가능한 시장 저점에서 나타나는 수요 반응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고 진단했다. 향후 비트코인 가격 회복 여부는 ETF 자금 유입, 기관 현물 매수, 기업 재무전략상 비트코인 매입 등 신규 수요 지표의 회복에 달릴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