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 너머] 젠슨이 준 치킨 3조각

입력 2026-06-12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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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슨! 젠슨!” 5일 저녁 삼성동 깐부치킨 앞.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치킨이 담긴 접시를 들고 나오자 시민들이 일제히 환호했다. 기자도 젠슨이 준 치킨을 받아먹었다. 갓 튀긴 치킨은 따뜻하고 맛있었다. 일주일 동안 주변 사람들에게 자랑했다. 젠슨이 내게 치킨을 줬다고.

치킨값을 낸 사람은 젠슨이 아니었다. 곽노정 SK하이닉스 CEO가 236만원을 계산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깐부치킨 앞에서 치킨을 받은 시민들은 평생 ‘젠슨이 준 치킨’으로 기억할 것이다. 실제 계산서가 누구에게 향했는지는 별개의 문제다.

젠슨은 한국을 위해 선물을 들고 왔다고 했다. 한국 기업과 정부도 그를 반겼다. SK와 현대차, LG, 두산그룹, 네이버 등의 총수를 만난 젠슨은 AI 인프라를 비롯해 로봇·피지컬 AI 분야에서의 협업을 약속했다. 한국에 기가와트(GW)급 ‘AI 팩토리’를 구축해 아시아 AI 인프라 거점으로 만들겠다는 청사진도 나왔다.

그러나 AI 팩토리의 계산서는 결국 한국이 받아들일 가능성이 높다. AI 팩토리는 엔비디아의 DSX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다. 협력을 확대할수록 엔비디아 생태계 의존성이 높아지는 구조다. 젠슨이 언급한 4가지 선물은 차세대 AI 가속기 ‘베라 루빈’, 베라 중앙처리장치(CPU), AI 노트북 ‘RTX 스파크’, AI 엣지 슈퍼컴퓨터 ‘젯슨 토르’다. 다시 말해 엔비디아의 신제품이다.

젠슨 출국 전날 진행된 ‘코리아 AI 에코시스템 리셉션’에 참석한 한 관계자에 따르면 배경훈 부총리 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젠슨을 향해 “쇼만 하지 말고 실질적인 투자를 해달라”고 강력하게 전했다고 한다. 한국어로 말해서 젠슨에게 전달됐는지는 모르겠다고 했다. 반면 이날 젠슨은 기자들에게 “AI에는 막대한 자본 투자가 요구되며 정부의 지원이 필수적”이라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젠슨은 지금 한국에게 가장 필요한 AI 파트너다. 동시에 장기적인 관점에서 가장 강력한 경쟁자이기도 하다. 행사에 들어가기 전 “베라 루빈의 최우선 공급을 요청하겠다”고 밝힌 배 장관은 행사 이후 최우선 공급을 약속받았다고 밝혔다. 정부가 국내 AI 반도체 활용 생태계를 독려하면서도 당장은 엔비디아의 그래픽처리장치(GPU)에 기대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

엔비디아 없이는 AI 경쟁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엔비디아에만 의존하면 한국의 선택지는 갈수록 좁아진다. 깐부치킨 앞에서 먹은 치킨 3조각은 맛있었다. 그러나 그 맛에 취해 있으면 안 된다. 화려한 이벤트 끝에 남은 것은 결국 한국이 받아들여야 할 계산서다. 젠슨이 준 선물을 마냥 반길 수만은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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