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환! 이해관계자경영 시대] 3. 자본주의 정체성 흔들 ‘삼전 노조’ 사태

입력 2026-06-1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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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배·절차상 공정성 심각하게 위반
이사충실의무 충돌, 신뢰성 떨어져
성과급한도 명시…주주동의 필요해

삼성전자 초과성과급을 둘러싸고 한국 사회는 한바탕 내홍을 겪었다. 분규는 타결되었지만, 이 과정에서 엄청난 사회적 갈등이 생겼다. 삼성전자 노조 사건은 한국 사회가 지켜야 할 공정성을 제대로 무너뜨렸다. 공정성은 다양하게 정의되지만, 분배 공정성과 절차 공정성이 핵심이다.

분배 공정성이란 노력 대비 보상의 적절성을 의미한다. 이 원칙에 비추어 볼 때, 노조의 요구는 무리했다. 노조가 초과성과급 기준으로 삼은 2026년 1분기 영업이익의 상당 부분은 글로벌 AI 수요 폭등에 따른 메모리 가격 급등에 기인한다. 또 국민 세금이 삼성전자를 위한 인프라에 투입되는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노력 덕도 있다. 그럼에도 노조만이 영업이익 산출의 일등 공신인 양 분칠하는 것은 분배 공정성에 위배된다.

절차 공정성 시각에서도 무리하다. 상법상 주식회사의 이익처분은 엄격한 절차적 통제를 받는다. 상법 제449조에 따르면 재무제표의 승인과 이익잉여금 처분은 주주총회의 결의를 요한다. 노조가 영업이익을 기준으로 초과성과급을 요구한 것은 이러한 절차와 충돌한다. 초과성과급은 말 그대로 초과이익이 발생해야 받는 성과급이다. 초과이익은 영업이익에서 이자(채권자 몫)와 세금(정부 몫)을 제외한 당기순이익에서 자본비용(투하자본에 대한 적정 수익률)을 공제한 후에야 계산된다. 이 순서를 무시하고 영업이익을 기준으로 초과성과급을 요구하는 것은 주주가 받아야 할 배당을 사전에 잠식하는 결과를 낳는다.

법 위반 소지도 있다. 상법 제382조의 3(이사의 의무)에 따르면 이사는 회사를 위하여 그 직무를 충실하게 수행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대법원 판례도 이사가 ‘회사와 주주의 이익’을 해쳐서는 안 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만일 이사진이 적법한 절차를 벗어나 영업이익에서 대규모 성과급 지급을 결의한다면, 이는 이사의 신의성실 의무 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업무상 배임죄에도 저촉될 수 있다. 형법 제356조에 따르면 경영진이 회사에 현저히 불이익한 결정을 내려 재산상 손해를 끼친 경우 적용된다. 물론, 배임죄가 성립하려면 고의성과 손해 발생의 입증이라는 까다로운 조건이 요구된다. 하지만, 주주총회를 통한 이익처분 절차를 우회하여 대규모 초과성과급이 결정된다면, 절차적 위법성으로 인해 경영 판단 원칙의 적용이 제한될 수 있다. 이 경우 경영진은 배임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

이번 사태에서 주목해야 할 또 다른 문제는 동일 회사 내 부문 간 분배의 불균형이다. 초과성과급의 대부분은 메모리(DS) 사업부에 집중되었고, 수익성이 낮은 DX(TV·가전) 사업부 직원들은 매우 적은 보상을 받았다. 이는 두 가지 측면에서 심각한 문제를 야기한다. 첫째, 같은 회사에서 동등한 노력을 기울이는 직원들 사이에 사업부 성과에 따른 과도한 보상 격차로 인한 위화감이다. 이것이 심각한 이유는 미래 먹거리 투자를 어렵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신사업이나 장기 투자 사업은 오랜 기간 이익을 내기 어렵다. 성과 보상이 현재의 이익만을 반영한다면 유능한 인력이 장기·위험 사업을 기피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둘째, 삼성전자는 과거 메모리 사업이 어려웠던 시절 DX 부문의 이익으로 DS 부문을 지원하는 상호 보완적 관계를 유지해 왔다. 이번 성과급 사태는 이러한 상호 연대를 무시한 채 현재의 수익만을 기준으로 분배를 결정함으로써, 조직 내 협력 문화를 과도하게 훼손하게 되었다.

다른 문제도 있다. 이번 사태로 한국의 정체성이 무너질 수도 있다. 헌법 제119조 제1항은 “대한민국의 경제 질서는 개인과 기업의 경제상의 자유와 창의를 존중함을 기본으로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상법은 주주 자본주의 원칙에 기초한 이익처분 체계를 규정하고 있다. 그럼에도 영업이익에서 노동자의 몫을 먼저 챙기는 사례는 헌법적 경제 질서에 의한 한국의 자본주의 정체성을 무너뜨리는 선례가 될 수 있다.

더 우려되는 것은 국가적 파급 효과다. 이번 사례가 관행이 될 경우, 다른 노사 협상에서도 영업이익 기준 초과성과급 요구가 반복될 수 있다.

이는 이익처분의 예측 가능성을 훼손하고 투자자(주주) 신뢰를 약화시켜, 장기적으로 한국 기업 전반의 자본 조달 비용 상승과 투자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러한 문제에서 벗어나려면 초과성과급 지급 한도를 명시하고 산정 기준에 대해 주주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이런 절차 없이 과도한 초과성과급 보상이 이루어진다면 이로 인한 부정적 파급 효과는 생각보다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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