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 온라인쇼핑 해외직접구매액 1조9789억원⋯직구 시장 정체
11번가·무신사 등 K-기업 직구 시장 공략 속도

30대 남성 직장인 A씨는 최근 미국 온라인 쇼핑몰에서 좋아하는 옷을 구매하려다 마음을 돌렸다. 현지 상품 가격은 예전과 비슷했지만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면서 최종 결제 금액이 크게 늘어났기 때문이다. 그는 "예전에는 국내보다 훨씬 저렴하게 살 수 있었는데 지금은 배송비와 수수료까지 더하면 차이가 거의 없다"고 말했다.
원·달러 환율이 고공행진을 이어가면서 해외 직구족들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 과거에는 해외 상품을 국내보다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다는 점이 직구의 가장 큰 장점으로 꼽혔지만, 최근에는 환율 상승으로 가격 경쟁력이 약화하면서 구매를 줄이거나 포기하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
9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1512.1원을 기록했다. 앞서 이달 5일에는 1560원대까지 치솟을 정도로 계속해서 고환율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해외 직구는 국내 소비자가 해외 온라인 쇼핑몰 등을 통해 상품을 직접 구매하는 방식이다. 그동안 패션, 건강기능식품, 생활용품, 전자기기 등을 중심으로 꾸준히 성장해 왔지만, 최근에는 환율 상승이 직격탄이 되고 있다.
실제 해외 사이트에서 100달러짜리 상품을 구매할 경우 환율이 1300원일 때 결제 금액은 13만원 수준이지만 환율이 1500원대까지 오르면 15만원 이상을 지불해야 한다. 단순 계산으로도 2만원 이상 부담이 늘어나는 셈이다. 여기에 해외 결제 수수료와 배송비까지 더하면 체감 부담은 더욱 커진다.
업계에서는 고환율이 지속될 경우 해외직구 시장 성장세에도 제동이 걸릴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국가통계포털(KOSIS) 온라인쇼핑동향조사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온라인쇼핑 해외직접구매액은 1조9789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2% 증가하는 데 그쳤다. 코로나19 이후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오던 해외 직구 시장이 사실상 정체 국면에 접어든 모습이다. 특히 미국발 해외직접구매액은 3366억원으로 지난해보다 6.2%(222억원) 감소했다. 달러로 결제해야 하는 탓에 국내 소비자들이 환율 부담을 크게 느끼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온라인 해외 직접 판매액(역직구)은 1조59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4% 증가했다. 달러 강세로 한국 상품의 가격 경쟁력이 높아지면서 해외 소비자들의 국내 상품 구매는 오히려 늘어난 것이다.
국내 이커머스 업체들은 직구 수요 일부가 국내 소비로 전환될 가능성에 주목하며 일부 반사이익도 기대하고 있다. 11번가는 이달 중순 중국 이커머스 업체인 ‘징둥닷컴’의 크로스보더 플랫폼 ‘징둥월드와이드’에 ‘11번가 전문관’을 오픈할 예정이다. 패션 플랫폼 무신사도 8일 중국 최대 해외 직구 플랫폼 ‘티몰 글로벌’에 공식 스토어를 열고 중국 시장 공략에 나선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가격 민감도가 높은 품목을 중심으로 국내 구매가 늘어날 수 있다”며 “과거에는 해외 직구가 절대적인 가격 우위를 가졌지만, 환율 상승으로 가격 차이가 줄어들면서 배송 속도와 교환·환불 편의성 등을 고려해 국내 구매를 선택하는 소비자들이 증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