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도 폭염 덮쳤는데⋯에어컨 있는 집은 단 '5%' 무슨 일?

입력 2026-06-01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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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어컨. (게티이미지뱅크)
▲에어컨. (게티이미지뱅크)

최근 유럽 전역이 이례적인 5월 폭염에 휩싸이면서 수백 년간 이어져 온 '에어컨 없는 여름' 문화가 흔들리고 있다.

31일(현지시간) BBC에 따르면 영국 런던은 5월 말 35.1도를 기록하며 역대 5월 최고 기온을 경신했다. 프랑스와 스페인 일부 지역도 낮 최고기온이 39~40도에 육박하는 등 유럽 전역이 때 이른 폭염에 시달리고 있다.

문제는 유럽의 냉방 인프라가 극심한 폭염을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라는 점이다. 미국 가정의 에어컨 보급률이 약 90%에 달하는 반면 유럽 평균은 20%에도 미치지 못한다. 특히 영국은 5% 미만, 독일은 3% 미만 수준으로 주요 선진국 가운데서도 에어컨 보급률이 매우 낮은 편이다.

이 같은 배경에는 유럽 특유의 문화와 기후가 자리 잡고 있다. 유럽에서는 오랫동안 에어컨을 미국식 에너지 과소비의 상징으로 인식해 왔으며 자연 환기와 선풍기를 활용하는 생활 방식이 일반적이었다. 여름철 기온도 상대적으로 높지 않아 냉방시설 필요성이 크지 않았다.

그러나 기후변화로 폭염이 일상화되면서 상황은 달라지고 있다. 의학 저널 랜싯이 발표한 '랜싯 카운트다운 유럽 2026' 보고서에 따르면 유럽 내 폭염 관련 사망자는 연간 약 6만2000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세계보건기구(WHO) 역시 장기적으로 매년 약 17만5000명이 폭염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폭염이 반복되자 유럽 소비자들의 인식도 빠르게 바뀌고 있다. 과거에는 에어컨을 사치품으로 여겼다면 이제는 건강과 생존을 위한 필수품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영국 기후변화위원회(CCC)에 따르면 현재 영국 내 에어컨 보유 가구는 약 400만 가구로 집계됐다. 이는 3년 전보다 두 배 이상 늘어난 규모다. CCC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냉방 인프라 확대가 불가피하다며 에어컨 보급 확대를 권고했다.

수요가 급증하면서 공급난도 심화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보도에 따르면 지난해 여름부터 영국과 독일, 프랑스 등에서는 에어컨 품귀 현상이 나타나고 있으며 설치 기사 부족까지 겹쳐 수개월 이상 대기해야 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일부 소비자는 여름이 끝난 뒤에야 설치가 가능하다는 안내를 받는 것으로 전해졌다.

유럽 특유의 건축 환경도 냉방기기 확산의 걸림돌로 지목된다. 오래된 건축물과 역사적 건물이 많은 지역에서는 실외기 설치를 위해 문화재 보호 규정과 경관 심의를 거쳐야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 때문에 수요가 늘어도 실제 설치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

전기요금 부담 역시 문제로 꼽힌다. 에너지 가격이 높은 유럽 일부 국가에서는 에어컨을 설치하고도 냉방비 부담 때문에 충분히 가동하지 못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실제 한국의 가정용 전기요금은 kWh당 약 100원~200원대 수준으로 주요 유럽 국가보다 낮은 편이지만, 독일·영국 등 일부 유럽 국가는 한국보다 2~3배 안팎 높은 전기요금을 부담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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