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현광장_황근의 시선] ‘CNN 효과’ 주역 테드 터너가 남긴 것

입력 2026-06-0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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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시간 뉴스’ 지상파 아성에 도전
사회영향·산업경쟁력 두 토끼 잡아
고정관념 깰 때 혁신가능 본받아야

5월 6일 CNN 설립자 테드 터너가 별세했다. 그는 2001년 ‘최악의 실수’라고 하는 AOL과의 합병이 사업적으로 실패하면서 사실상 현업에서 한발 물러나 있었다. 하지만 최초의 24시간 뉴스 전문 채널을 만들고, 위성을 이용해 전 세계에 실시간 뉴스를 제공하는 ‘슈퍼스테이션(super-station)’을 도입한 것은 미디어 발달사에서 획기적인 사건 중 하나로 꼽힌다.

그것은 한 세기 가까이 유지되어 온 견고한 지상파방송 독점 붕괴를 예고하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물론 인터넷을 통해 수많은 뉴스 매체들이 난립하고 있는 지금에서 보면 뉴스 전문 채널이 전혀 신기하지 않다. 하지만 속보성을 강조하는 CNN의 뉴스 전략은 각국의 외교 정책과 국제 관계에 크게 영향을 미쳐 ‘CNN 효과’라는 용어까지 만들어냈다.

하지만 CNN에 대해 긍정적 평가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출범 초기 “누가 하루종일 뉴스를 보겠냐”는 비관적 전망이 더 많았고, 현장성과 속보성을 강조하다 보니 뉴스 완성도가 떨어져 싸구려라는 의미의 ‘Chicken Noodle Network’라고 조롱받기도 했다. 때로는 전통적인 저널리즘 양식을 크게 벗어나 객관성이나 공정성 시비에 시달리기도 했다.

그럼에도 뉴스 콘텐츠가 정치·사회적 영향력과 산업적 경쟁력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런 면에서 테드 터너는 혜안과 용기를 지닌 인물이었다 할 수 있다. 고정관념에서 벗어나지 못해 혁신에 이르지 못하는 경우가 훨씬 많기 때문이다. 심지어 전문가나 산업을 이끌어가는 리더들조차 그런 오류를 범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 이유는 당시의 잣대로 기술의 미래를 전망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그들이 제시한 근거들도 고정관념을 벗어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1865년 보스턴포스트 편집인은 “똑똑한 사람들은 유선으로 목소리를 전달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고 있고, 설사 가능하다 하더라도 실용적 가치가 없다”라고 단언하였다. 당시 최대 전신 회사인 웨스턴유니언 내부 보고서에서도 “전화기라는 물건(telephone-thing)은 커뮤니케이션 수단으로서 많은 단점들을 가지고 있어 전혀 가치가 없다”고 결론 내리고 있었다.

정보통신 기술 개발과 산업을 선도했던 사람들도 그런 오류를 범했다. 그레이엄 벨이 전화를 발명하자, 에디슨은 전화기를 녹음된 음성을 다시 듣는 기구로만 생각하였다. 1927년 유성영화 등장을 두고 당시 워너브러더스 영화사 대표는 “누가 배우들의 소리를 듣고 싶어 할까?”라는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1977년 미국 최대 디지털 장비회사 대표였던 켄 올슨은 “사람들이 자기 집에 컴퓨터를 들여놓을 이유가 전혀 없다”고 확신하였다. 1981년 빌 게이츠가 640K 메모리 칩이면 충분하다고 장담했던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또 1990년대 초반 ‘Being Digital’이란 책으로 유명해진 니콜라스 네그로폰테는 미국 같은 선진국보다 우간다나 캄보디아처럼 전화 보급률이 낮은 나라들에서 휴대폰을 이용한 전자책이 더 빨리 상용화될 것으로 예측하기도 했다.

그런 의미에서 테드 터너는 기존의 고정관념을 깨고 혁신을 이뤘다고 할 수 있다. 이 같은 혁신적 사고는 비디오 대여업을 온라인으로 전환해 전 세계 2억5000만 가입자를 끌어들인 넷플릭스 창업자 리드 헤이스팅스, 2006년 휴대전화에 인터넷을 결합해 미디어 접근 패러다임을 스마트폰으로 변화시킨 스티브 잡스로 이어졌다고 할 수 있다.

유감스럽게도 한국 미디어 시장에서는 그런 혁신적 발상이나 용기를 가진 인물을 좀처럼 찾아보기 힘들다. 협소한 시장이란 한계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혹시 혁신을 가로막고 있는 고정관념과 그런 고정관념에 집착하는 경직된 제도나 정책 때문은 아닌지 생각해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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