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가능성" 표현, 이란 ‘나무호 공격 부인 명분’ 됐다

입력 2026-05-28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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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에 정박 중이던 한국 선박 ‘나무호’ 공격을 부인하고 나선 가운데 정부의 조사 결과 발표가 이란에 빠져나갈 여지를 만들어줬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일 외교부 대변인은 28일 정례브리핑에서 이와 관련해 “여러 분석을 통해 이란에서 개발된 누르 계열의 대함미사일일 가능성이 높다는 결론을 내렸다”면서도 “발사 주체라든지 공격의 원점이라든지 공격의 의도성 등을 식별하고 입증하기에는 현재로서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답했다.

정부가 전날 발표한 나무호 피격 조사 결과는 사실에 기반하면서도 일정 수준의 모호함과 해석의 여지를 남기는 ‘외교수사’로 채워졌다. 엔진, 탄두, 폭약, 기체 분석 결과 이란에서 생산, 제작된 것이라면서도 ‘이란산 대함미사일일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박윤주 외교부 1차관은 “비행체의 엔진이 이란산 터보제트 엔진과 유사하고 부품에서 이란 제조사 각인이 확인된 점, 탄두 형태, 기체 잔해물이 하늘색으로 도색돼 있는 점도 이란산 대함미사일 누르 계열의 도장 및 색상과 일치한다”면서 “이란의 구형 누르 대함미사일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이란산 대함미사일이라고 확정하는 대신 ‘가능성이 높다’는 말로 불확실성을 남긴 것이다.

한 외교 소식통은 “우리 스스로 가능성이라고 얘기를 해버리니까 이란이 와서 안 했다고 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조사 결과 발표 후 외교부로 초치된 사이드 쿠제치 주한이란대사는 "이란에서는 이 문제에 대해 다 부인한다"며 "절대 개입한 게 없다"고 주장했다.

정부가 공격 주체를 이란 해군, 혁명수비대, 친이란 세력 등으로 세부적으로 구분해 설명하면서 책임 규명을 어렵게 만들고 대응 여지를 스스로 제한했다는 평가도 있다. 전직 국방부 고위 관계자는 ”누가 했는지에 따라 대응조치가 달라지는 게 아니다“라면서 ”누가 했든 이란 책임이고 이란 정부를 상대로 확실하게 얘기할 수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란 무기체계이고, 이란이 스스로 공격했다고도 했다“면서 정부 대응을 두고 ”대이란 저자세“라고 비판했다. 고의성을 판단할 수 없다고 한 부분에 대해서도 ”공격을 당했으면 끝이지 의도를 왜 파악하나“라고 했다.

애초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김건 국민의힘 의원은 ”사실은 기정사실화 전략을 해야했다“면서 ”인도나 태국이나 피격된 후 모든 정황이 이란을 가리키니까 대사 불러서 강력 항의해버린 것인데 사건 터졌을 때 대사 초치해서 용납할 수 없다, 재발되면 큰일난다고 경고를 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앞으로 이란 뿐만 아니라 소말리아 해적부터 시작해서 온갖 나라가 보기에 한국은 공격을 받아도 본국에서 제대로 대응을 못하는 그런 나라가 되는 것“이라며 ”글로벌 ‘호구’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박 대변인은 ”객관적 사실에 기초해서 주한이란대사를 불러 항의의 뜻을 전달하고 재발방지를 포함한 책임있는 조치를 요구한 것 자체가 정부가 이번 건을 얼마나 엄중하게 다루고 있는지 보여주는 것“이라며 ”정부가 대응조치를 함에 있어서 다른 측면도 고려를 하면서 종합적으로 대응을 해나가고 있다는 점을 말씀드린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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