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키움증권이 퇴직연금 시장에 뛰어든다. 국내 주식시장 온라인 투자 강자로 쌓아온 플랫폼 경쟁력을 퇴직연금 시장에 접목해 가입자 중심의 투자형 온라인 연금 플랫폼을 구축하겠다는 전략이다.
키움증권은 28일 서울 여의도 TP타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6월 1일 퇴직연금 사업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키움증권은 21년 연속 국내 주식시장 점유율 1위를 지켜온 온라인 투자 플랫폼 역량을 바탕으로 퇴직연금 시장에서도 비대면·투자형 서비스를 앞세우겠다는 방침이다.
국내 퇴직연금 시장은 제도 도입 20년 만에 적립금 500조원을 넘어섰다. 키움증권은 향후 10년 안에 시장 규모가 1200조원 이상으로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안전자산 중심이던 퇴직연금 운용이 실적배당형 상품으로 이동하고, 대면 중심 가입·관리 방식이 온라인 비대면 환경으로 전환되는 점을 시장 진입의 핵심 배경으로 꼽았다.
표영대 키움증권 연금플랫폼본부장은 “초기 퇴직연금 시장은 키움증권 사업과 성격이 맞지 않았지만, 지금은 가입자 선택의 자유가 높아지고 투자상품에 대한 관심도 커졌다”며 “보험과 은행에 있던 퇴직연금 적립금이 증권사로 이동하는 머니무브가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키움증권은 후발주자라는 한계를 디지털 플랫폼 경쟁력으로 극복하겠다는 구상이다. 지점망 없이 성장해온 기존 증권 비즈니스 경험을 퇴직연금에도 적용하고, 법인영업 조직과 퇴직연금 전문 인력을 결합해 DB·DC 시장을 공략한다. 표 본부장은 “지점이 없는 것은 퇴직연금뿐 아니라 다른 증권업도 마찬가지였지만 키움증권은 지점 없이도 비즈니스를 잘해왔다”며 “기존 오프라인 대면 영업과 관리 중심 프로세스를 비대면 온라인으로 바꿔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키움증권 퇴직연금의 핵심은 가입자 중심의 ‘투자형 온라인 연금 플랫폼’이다. 기존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 ‘영웅문S#’의 직관적인 매매 환경을 퇴직연금에도 적용해 고객이 익숙한 화면에서 적립식 투자, 자동감시주문 등 기능을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투자 경험이 많은 고객에게는 직접매매 편의성을 제공하고, 투자에 익숙하지 않은 고객에게는 자동투자와 이자·배당 재투자 약정, 인공지능(AI) 기반 포트폴리오 서비스를 제공한다. 장기적으로는 퇴직연금, 개인연금,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등 주요 절세 계좌를 하나의 플랫폼에서 관리할 수 있는 통합 서비스를 구축할 계획이다.
송수열 키움증권 연금컨설팅팀장은 “DC에서는 투자상품 비중이 2025년 기준 33%, IRP에서는 43% 수준까지 올라왔다”며 “적극적으로 투자하는 고객과 소극적으로 투자하는 고객 모두 장기수익률을 높일 수 있도록 서비스를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상품 라인업도 원리금보장형과 실적배당형을 모두 갖췄다. 원리금보장 상품은 기존 사업자의 협약 수준 이상으로 준비했고, 실적배당형 상품은 퇴직연금 전용펀드와 상장지수펀드(ETF)를 중심으로 구성했다. ETF는 다른 사업자에서 매매 가능한 상품을 모두 등록해 실시간 매매에 불편이 없도록 했다는 설명이다. 수수료 정책도 차별화 포인트로 내세웠다. 키움증권은 DB·DC·IRP 전 제도에 걸쳐 첫해 운용관리수수료와 자산관리수수료를 면제한다. DB 수수료는 전 업권 최저 수준, DC 수수료는 증권업 평균 수준으로 책정한다는 방침이다. IRP에는 업계 최초로 수익률 연동형 수수료 체계를 도입한다. 기본 수수료는 있지만 고객 수익률이 회사가 정한 기준 수익률에 미달하면 수수료를 면제하는 방식이다.
이승진 키움증권 연금전략팀장은 “IRP 고객이 가장 큰 적립금을 보유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며 “온라인 채널만 운영하는 만큼 고객 수익률이 기준 지표 이상일 때만 수수료를 수취하는 정책을 적용한다”고 말했다.
외화상품 도입도 준비 중이다. 퇴직연금 감독 규정상 외화상품도 투자 가능한 상품으로 분류되는 만큼 외화 RP, 채권, 주가연계증권(ELS) 등을 순차적으로 공급할 계획이다. 우선 외화 RP부터 제공하는 방안을 준비하고 있다. 디지털 접근성도 강조했다. 퇴직연금 가입은 ‘영웅문S#’을 통해 비대면으로 신청할 수 있다. 근로자가 직접 자신의 회사 퇴직연금 사업자로 키움증권을 요청하는 서비스도 제공해 개인 가입자의 선택권을 강화한다. 기업 담당자는 키움증권 홈페이지와 관련 채널을 통해 상담을 신청할 수 있다.
가입 이후 관리 체계도 비대면 중심으로 구축한다. 키움금융센터 안에 퇴직연금 전문 상담 조직을 별도로 신설하고 상품, 세무, 노무, 계리 전문 인력으로 구성된 연금컨설팅 조직을 통해 온·오프라인 컨설팅을 병행한다. 단순 알림톡을 넘어 고객이 궁금한 점을 바로 묻고 답할 수 있는 쌍방향 채널도 마련할 계획이다.
키움증권은 단기적으로 적립금 확대보다 사업 안정화에 집중한다는 입장이다. 다만 중장기적으로는 10년 안에 시장점유율 10%, 업계 5위권 진입을 목표로 제시했다. 표 본부장은 “미래에셋증권이 10위권 밖에서 5위로 올라섰고 삼성증권, 한국투자증권 등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며 “키움증권도 충분한 경쟁력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엄주성 키움증권 대표이사는 “퇴직연금은 노후를 책임지는 장기 투자인 만큼 가입자 중심의 투자형 온라인 플랫폼을 처음부터 새롭게 설계했다”며 “고객이 스스로 더 스마트한 선택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연금자산 수익률을 실질적으로 높이는 데 모든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