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지대 아냐” 홍명보호 월드컵 가장 최악의 ‘변수’는⋯

입력 2026-05-28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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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지대보다 더 무섭다? 멕시코 우기 변수 주목
“진흙탕 싸움도 준비”⋯대표팀 내부서 나온 각오
월드컵 역사 바꾼 ‘물전쟁’ 재현 가능성도

▲미국 솔트레이크시티 사전 캠프에서 훈련하는 태극전사들. (사진제공=대한축구협회)
▲미국 솔트레이크시티 사전 캠프에서 훈련하는 태극전사들. (사진제공=대한축구협회)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을 준비 중인 홍명보호가 미국 유타주 솔트레이크시티 사전 훈련캠프에서 본격적인 고지대 적응 훈련에 돌입한 가운데 현지에서는 고지대보다 더 까다로운 변수로 ‘멕시코 우기’를 주목하고 있다.

한국 대표팀은 이번 조별리그 3경기를 모두 멕시코에서 치른다. 체코와의 1차전, 멕시코와의 2차전이 열리는 ‘과달라하라 스타디움’은 해발 1571m의 고지대다. 남아프리카공화국과의 3차전은 상대적으로 고도가 낮은 ‘몬테레이 스타디움’(해발 450m)에서 열린다.

고지대는 대표팀이 반드시 넘어야 할 첫 번째 변수다. 산소가 부족한 환경에서는 평소보다 체력 소모가 빠르고 회복 속도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 특히 고지대 원정 경험이 많지 않은 선수들에게는 경기력 자체가 흔들릴 수 있는 환경이다.

손흥민도 무서운 ‘고지대’ 공포

▲26일(현지시간) 오후 미국 유타주 헤리먼에 위치한 자이언스뱅크 트레이닝센터에서 축구 국가대표팀 손흥민이 인터뷰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26일(현지시간) 오후 미국 유타주 헤리먼에 위치한 자이언스뱅크 트레이닝센터에서 축구 국가대표팀 손흥민이 인터뷰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표팀 주장 손흥민(LAFC)은 올 시즌 북중미카리브축구연맹(CONCACAF) 챔피언스컵 원정 경기에서 해발 2600m가 넘는 멕시코 고지대를 직접 경험한 바 있다. 당시 손흥민의 소속팀 로스앤젤레스 FC(LAFC)는 준결승 2차전 원정 경기에서 톨루카에 0-4로 완패했다.

해발 약 2670m의 네메시오 디에스 경기장에서 열린 이날 경기에서 손흥민은 공격수로 선발 출전했지만 슈팅을 한 차례도 기록하지 못했다. LAFC 선수들 역시 경기 내내 거친 숨을 몰아쉬며 평소보다 무거운 움직임을 보였다.

손흥민은 26일(현지시간) 대표팀 합류 후 취재진과 만나 당시 경험을 떠올리며 “홈 팀 선수들도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면서 정말 쉽지 않은 환경이라는 걸 느꼈다”고 말했다.

이어 “데이터를 봐도 선수들이 평소보다 많이 못 뛰고 힘들어한 게 보였다”며 “고지대는 가서도 힘들지만 갔다 와서도 힘들다. 후유증이 꽤 오래간다”고 털어놨다.

“저녁마다 물폭탄”⋯멕시코 우기와 겹친 월드컵

▲멕시코 베라크루스주 포사리카에서 홍수 피해를 입은 차량이 진흙더미에 묻혀 있다. (AP/뉴시스)
▲멕시코 베라크루스주 포사리카에서 홍수 피해를 입은 차량이 진흙더미에 묻혀 있다. (AP/뉴시스)
하지만 최근 현지 분위기를 보면 진짜 변수는 따로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바로 ‘폭우’다.

멕시코의 우기는 보통 5월 말부터 시작돼 10~11월까지 이어진다. 북중미 월드컵 개막 시점인 6월 중순과 정확히 겹친다. 특히 한국의 조별리그 경기가 열리는 과달라하라와 멕시코시티 일대는 우기 기간 오후 늦게부터 저녁 사이 강한 스콜성 폭우가 쏟아지는 경우가 많다.

27일 멕시코 현지 매체 엘 오시덴탈 등에 따르면, 과달라하라 지역 당국은 월드컵 기간 우기 침수 가능성에 대비해 비상 대응 체계 점검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과달라하라 광역권 내 침수 취약 지역 역시 200곳이 넘는 것으로 파악됐다.

문제는 한국 조별리그 경기 시간이 현지 저녁 시간대에 편성돼 있다는 점이다. 낮 동안 고온다습한 날씨가 이어지다가 해가 지면 갑자기 시간당 수십 ㎜ 수준의 폭우가 쏟아지는 패턴이 반복될 가능성이 있다. 실제로 과달라하라 지역은 우기 때 도로 침수와 교통 혼잡이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공이 안 굴렀다”⋯월드컵 역사 바꾼 ‘물전쟁’

▲폭우 속에서 벌어지는 축구 경기.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생성된 이미지. (사진=챗GPT AI 생성)
▲폭우 속에서 벌어지는 축구 경기.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생성된 이미지. (사진=챗GPT AI 생성)
폭우가 무서운 이유는 단순히 비를 맞는데서 끝나지 않기 때문이다. 경기 결과 자체를 바꿀 수 있어서다. 월드컵 역사에 남은 사례도 있다.

대표적인 경기가 바로 1974 서독 월드컵 준결승 서독과 폴란드의 경기다. 본격적인 경기 직전 당시 프랑크푸르트에는 ㎡당 14리터에 달하는 엄청난 폭우가 쏟아졌고, 경기장은 일반적인 기준으로는 도저히 경기를 치르기 어려울 정도가 됐다. 오스트리아 출신 에리히 리네마이어 주심은 당시 "빗방울이 땅에서 0.5m나 튀어 올랐다"고 보고하기도 했다.

물통, 펌프, 수백 미터에 이르는 소방 호스 등이 동원됐지만 소용이 없었다. 결국 경기는 시작됐지만 빠른 패스와 기술 축구를 앞세우던 폴란드는 좀처럼 힘을 쓰지 못했다. 폴란드의 윙어를 맡고 있던 그제고시 라토는 그때의 경기를 "수구 같았다. 그런 재앙같은 조건에서는 공을 제대로 찰 수가 없었다"고 회상했다.

결국 승기는 서독에게 넘어갔다. 경기 종료 15분을 남기고 결승골이 나왔고, 이 골은 이 경기의 유일한 득점이 됐다. 이후 폴란드는 브라질을 꺾고 3위를 차지했고, 결승에 진출한 서독은 네덜란드를 꺾고 세계 챔피언이 됐다.

“진흙탕 싸움도 준비”⋯플랜B 필요

▲26일(현지시간) 오후 미국 유타주 헤리먼에 위치한 자이언스뱅크 트레이닝센터에서 축구 국가대표팀 손흥민 등 선수들이 훈련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26일(현지시간) 오후 미국 유타주 헤리먼에 위치한 자이언스뱅크 트레이닝센터에서 축구 국가대표팀 손흥민 등 선수들이 훈련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표팀 내부에서도 이미 ‘거친 경기’를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미드필더 김진규(전북 현대 모터스)는 이달 중순 대표팀 소집 인터뷰에서 북중미 월드컵 환경에 대해 “진흙탕 싸움을 할 각오”라고 밝혔다.

이어 “냉정하게 보면 월드컵 무대에서 우리보다 약한 상대는 없다. (손)흥민이 형은 ‘모든 선수가 상대가 짜증 날 정도로 밀어붙여야 한다’고 했고, (김)민재(바이에른 뮌헨)은 ‘최대한 더럽고 지저분하게 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전했다.

손흥민 또한 대표팀 합류 후 취재진과 만나 “훈련이 힘들어야 대회가 편하다”며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실제로 그는 이날 훈련 내내 동료들에게 “더 빨리 해봐!”, “좋아!” 등을 외치며 적극적으로 분위기를 끌어올리기도 했다.

북중미 월드컵은 고지대와 장거리 이동, 고온다습한 기후, 우기 변수까지 겹치면서 기존 대회보다 체력 부담이 더 클 수 있다. 홍명보 감독 역시 이달 중순 대표팀 최종명단을 발표하면서 “월드컵은 예상하지 못한 변수들이 많은 무대”라며 환경 적응과 상황 대응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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