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인보다 엄마가 좋다"…요즘 청년들이 '엄미새'가 된 이유 [이슈크래커]

입력 2026-05-27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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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AI 생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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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온라인에서 유독 자주 보이는 단어가 있습니다. 바로 '엄미새'입니다.

이는 엄마와 유독 친하고 무엇이든 함께하며 일상 대부분을 공유하는 사람을 뜻하는 말인데요.

처음 들으면 다소 낯설고 충격적으로 느껴질 수 있습니다. '엄마에 미친 XX'의 줄임말인 만큼 표현만 놓고 보면 거칠게 들리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Z세대 사이에서 이 단어는 비난이나 조롱이 아닌, 엄마를 향한 애정과 친밀함을 유쾌하게 표현하는 용도로 사용됩니다.

▲그룹 아일릿(ILLIT) 원희가 유튜브 채널 '아이돌 인간극장'에서 자신을 '엄미새'라고 소개하는 모습. (출처=유튜브 채널 '아이돌 인간극장' 캡처)
▲그룹 아일릿(ILLIT) 원희가 유튜브 채널 '아이돌 인간극장'에서 자신을 '엄미새'라고 소개하는 모습. (출처=유튜브 채널 '아이돌 인간극장' 캡처)

최근 그룹 아일릿(ILLIT) 멤버 원희가 유튜브 웹예능 '아이돌 인간극장'에 출연해 스스로를 "엄미새"라고 소개하며 화제를 모으기도 했습니다. 원희는 "엄마에게 '엄미새 릴스'를 보내고, 일상을 자주 공유한다"고 털어놓으며 남다른 모녀 관계를 공개했는데요.

이처럼 '엄미새'는 단순한 인터넷 밈이나 유행어를 넘어 하나의 세대 현상을 보여주는 키워드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Z세대는 왜 스스로를 '엄미새'라고 부르기 시작했을까요. 그리고 부모와 자녀의 관계는 어떻게 달라지고 있는 걸까요.

'마마보이'에서 '엄미새'로

몇 년 전만 해도 부모와 자녀 사이에는 어느 정도 거리감이 있는 것이 자연스러운 모습으로 여겨졌습니다. 친구에게는 고민을 털어놓아도 부모에게는 쉽게 말하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죠. 실제로 여성가족부와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이 발표한 '2017 청소년종합실태조사'에 따르면 청소년의 25.9%는 자신의 고민을 부모와 거의 이야기하지 않는다고 답했습니다. 청소년 4명 중 1명 이상이 어려움이나 고민을 부모와 공유하지 않았다는 의미입니다.

당시에는 부모와 유독 친한 자녀를 가리켜 '마마보이', '마마걸' 같은 표현을 사용하기도 했습니다. 부모에게 지나치게 의존한다는 부정적인 뉘앙스가 담긴 말이었죠.

하지만 지금은 분위기가 크게 달라졌습니다. 부모와 친하다는 사실이 놀림거리가 아니라 오히려 자랑거리가 된 것입니다.

이 같은 변화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도 쉽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인스타그램과 틱톡, 유튜브에는 엄마와 함께 찍은 셀카나 모녀 챌린지 영상이 꾸준히 올라오고 있는데요. 과거에는 친구나 연인과 주로 즐기던 카페 투어와 여행, 쇼핑 등을 부모와 함께하는 모습이 자연스러운 일상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최근에는 자신의 '엄미새 지수'를 확인하는 이른바 '엄미새 테스트'까지 등장했습니다. 몇 가지 질문에 답하면 엄마와의 친밀도를 점수로 보여주는 콘텐츠인데요. 관련 게시물 댓글에는 "엄마 없으면 못 산다", "우리 엄마 동결건조하고 싶다" 같은 반응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사진=AI 생성)
(사진=AI 생성)

Z세대의 새로운 '최애'

'엄미새' 현상을 이해하려면 Z세대의 가치관 변화부터 살펴봐야 합니다.

최근 여러 조사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흐름이 있는데요. 바로 젊은 세대에게 연애가 더 이상 '필수'가 아니라는 점입니다.

대학내일20대연구소 조사에서는 삶에서 갖추지 않아도 되는 것을 묻는 질문에 Z세대만 유일하게 '연인ㆍ애인'을 상위권에 뒀습니다. 또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조사에서는 19~24세 청년의 약 79%가 연애를 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중요한 건 연애를 하지 않는다는 사실 자체가 아니라, 과거에는 연인이 담당했던 정서적 교류와 공감, 일상 공유의 역할이 이제는 가족의 역할로 이동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취업난과 경기 불안, 인간관계에서 오는 피로감이 커지면서 청년들은 자신을 조건 없이 이해하고 지지해 주는 관계를 더욱 중요하게 여기기 시작했는데, 그 대상이 엄마, 언니, 동생 같은 가족인 경우가 많아진 것입니다.

▲삶에서 갖추지 않아도 되는 것. (사진제공=대학내일20대연구소)
▲삶에서 갖추지 않아도 되는 것. (사진제공=대학내일20대연구소)

'언미새'ㆍ'동미새'의 등장

흥미로운 점은 이런 현상이 '엄마'에게만 국한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최근 SNS에서는 '언미새', '동미새'라는 신조어도 빠르게 확산하고 있습니다. 각각 '언니에 미친 XX', '동생에 미친 XX'라는 의미인데요. 이름만 보면 자극적이지만 실제로는 자매 사이의 애정을 표현하는 용도로 사용됩니다.

(사진=AI 생성)
(사진=AI 생성)

실제로 인스타그램과 틱톡에서는 자매 브이로그가 높은 조회 수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언니가 동생에게 음식을 사주는 영상, 동생이 언니를 놀리는 영상, 함께 여행을 떠나는 일상 콘텐츠까지 다양합니다. 현실 자매 특유의 티격태격하는 모습이 웃음을 유발하면서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는 것이죠.

특히 여성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자매를 단순한 가족이 아닌 '취향 공동체'로 인식하는 경향도 나타납니다. 좋아하는 카페가 같고, 옷 스타일이 비슷하고, 디저트 취향도 공유합니다. 과거에는 친구가 담당하던 역할을 이제는 자매가 함께 수행하는 경우가 늘고 있는 것입니다.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전업자녀'를 탄생시킨 주거 현실

'엄미새' 현상 뒤에는 청년들의 달라진 주거 현실도 자리하고 있습니다. 과거보다 독립이 어려워지면서 부모와 함께 보내는 시간이 자연스럽게 늘어난 것이죠.

국무조정실의 '2024 청년의 삶 실태조사'에 따르면 만 19~34세 청년의 54.4%는 부모와 함께 거주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청년 두 명 중 한 명 이상이 부모와 동거하고 있는 셈입니다. 특히 19~24세의 부모 동거 비율은 78.1%에 달했습니다. 같은 조사에서 부모와 함께 사는 청년 가운데 구체적인 독립 계획이 있다고 답한 비율은 38.0%에 그쳤습니다.

독립이 늦어지는 가장 큰 이유는 경제적 부담입니다. 같은 조사에서 부모와 함께 사는 청년의 56.6%가 '경제적 여건이 갖춰지지 않아서' 독립하지 못한다고 답했습니다. 점점 높아지는 집값과 전셋값, 취업난, 생활비 부담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독립 시기가 전반적으로 늦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한국 청년의 부모 동거 비율은 국제적으로 비교해봐도 높습니다. OECD 통계에 따르면 2022년 한국 20대의 부모 동거 비율은 약 81%로 OECD 36국 가운데 1위를 차지했습니다. OECD 평균인 약 50%를 크게 웃도는 수치죠.

▲책 '전업자녀' 북카드. (사진제공=교보문고)
▲책 '전업자녀' 북카드. (사진제공=교보문고)

최근에는 부모와 함께 살며 청소·요리·돌봄 등 가사를 담당하는 자녀를 뜻하는 '전업자녀'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습니다. 부모로부터 경제적 지원을 받는 대신 집안일을 맡아 수행하는 일종의 협력 관계를 의미하는데요. 이처럼 부모 의존을 부정적으로 바라보기보다 가족 구성원 간 역할을 나누는 새로운 가족 형태로 인식하는 시각도 있습니다.

'엄미새'와 '언미새', '동미새' 열풍은 오늘날 청년 세대가 가장 편안함을 느끼는 관계가 어디인지를 보여주는 현상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연인과 친구 중심이었던 관계의 축이 가족으로 일부 이동하고, 독립보다 공존이 길어지면서 가족은 더 이상 당연한 존재가 아니라 가장 가까운 취향 공동체이자 정서적 안전망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결국 '엄미새'라는 단어의 인기 뒤에는 달라진 청년들의 삶과 가족 관계의 변화가 담겨 있는 셈입니다.

(사진=AI 생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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