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 너머] 삼성전자 결정문에 등장한 ‘글로벌 공급망’

입력 2026-05-2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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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이 18일 삼성전자가 노동조합을 상대로 낸 위법쟁의행위 금지 가처분 신청을 대부분 인용했다. 방재·배기·배수·화학물질 공급·전력 공급·관제시설은 노동조합법상 ‘안전보호시설’로, 설비 내부 배관 관리와 웨이퍼 정체 관리 등은 ‘보안작업’으로 인정됐다. 파업 중에도 두 영역 모두 평상시(평일 및 주말·휴일 포함)와 같은 수준의 인력·가동시간·가동규모·주의의무가 유지돼야 한다는 게 결정의 골자다. 위반하면 각 노조에 하루 1억원, 노조 대표자에 하루 1000만원의 간접강제금이 부과된다.

이번 결정은 노조법상 안전보호시설과 보안작업 개념을 반도체 공정 특수성에 맞춰 폭넓게 인정한 사례로 읽힌다. 재판부는 안전보호시설이 정상적으로 유지되지 않으면 화재·폭발·유독가스 누출 같은 인명 위험이 발생할 수 있고, 생산 기능을 겸하더라도 그 기능을 분리하기 어렵다고 봤다.

설비 내부 배관 관리와 웨이퍼 정체 관리, 공정 불량 모니터링 등도 평상시처럼 수행돼야 한다고 인정됐다. 24시간 연속 공정으로 운영되는 반도체 공장 특성상 후속 공정이 제때 이뤄지지 않으면 웨이퍼가 변질될 위험이 크고, 초정밀 미세장비인 반도체 설비는 한번 손상되면 복구에 상당한 시간과 비용이 든다는 이유에서다. 반도체 산업 특수성을 감안하면 수긍 가능한 판단이다.

다만 한 대목이 눈에 머문다. 재판부가 ‘보전의 필요성’을 설명하며 글로벌 공급망과 국내 산업 전반에 미칠 영향까지 언급했다는 점이다. 재판부는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내에서 채권자(삼성전자)가 차지하는 비중”을 고려하면, 시설 손상이나 원료·제품 변질로 인한 생산 차질이 자동차·가전·정보통신 등 관련 산업의 생산 지연과 국내 산업 전반의 생산성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짚었다. 개별 사업장의 손해를 넘어 국가 산업 차원의 파급효과까지 고려 요소로 등장한 셈이다. 결정의 핵심 논거라기보다 피해의 막대성을 강조하기 위한 배경 정황에 가까워 보인다. 그럼에도 가처분 결정문에 거시경제적 표현이 등장하는 일은 흔치 않다.

판단의 핵심에 자리하지 않더라도, 결정문에 한 번 등장한 논리는 향후 유사 사안에서 인용되거나 확장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그래서 일각에서는 향후 국가 핵심산업과 글로벌 공급망 영향력이 노동사건 판단의 변수 중 하나로 자리 잡을 경우, 산업 중요도에 따라 노동3권 행사가 더 제한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공정상 명백한 인과관계로 피해가 입증되는 경우와 산업 자체가 중요하다는 이유로 노동권이 제약되는 경우는 다른 차원의 문제다. 생산 안정성과 산업 경쟁력의 중요성이 커지는 시대일수록, 헌법이 보장한 단체행동권과의 조화를 어떻게 설계할 것인지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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