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론가 39점 vs 관객 97점…'마이클'은 좋은 영화일까

입력 2026-05-19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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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명하게 갈리는 평론가와 관객들의 평점. (출처=로튼 토마토 '마이클' 페이지 캡처)
▲극명하게 갈리는 평론가와 관객들의 평점. (출처=로튼 토마토 '마이클' 페이지 캡처)

영화 '마이클'을 둘러싼 반응이 흥미롭다. 로튼 토마토 기준 평론가 평점 39점, 관객 평점 97점. 평론가들에게는 한없이 부족한 영화인데, 관객들에게는 열광적인 경험을 가져다 준 영화다. 그렇다면 평론가가 보는 영화와 관객이 원하는 영화는 애초에 다른 것일까.

사실 평단과 대중의 온도가 엇갈리는 일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최근 한국 영화 역대 흥행 2위를 기록한 영화 '왕과 사는 남자' 역시 폭발적인 관객 반응과 달리 평론가들의 평가는 다소 갈렸었다. 결국 이 현상은 영화라는 매체가 품어온 오래된 논쟁으로 이어진다.

대중성과 예술성, 영화의 오랜 딜레마

▲상업성 vs 예술성. (사진=AI 생성)
▲상업성 vs 예술성. (사진=AI 생성)

영화는 재미를 위한 대중문화인가, 아니면 감독의 철학과 시선을 담아내는 예술인가. 이 간극을 이해하려면 영화가 가진 태생적인 이중성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관객이 원하는 것을 보여주는 대중성(상업성)과 감독의 문제의식을 담아내는 예술성은 영화사 내내 가장 중요한 두 축이었다.

초기 할리우드 스튜디오 시스템은 철저히 관객의 취향에 맞춘 장르 영화를 생산하며 대중성을 극대화했다. 반면 프랑스 누벨바그를 중심으로 등장한 작가주의는 영화의 진정한 창작자는 감독이며, 상업 영화 안에서도 감독만의 세계와 시선이 뚜렷하게 드러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오늘날에도 이 구도는 여전히 유효하다. 한쪽에는 거대한 프랜차이즈 상업 영화가 자리하고, 다른 한쪽에는 영화제를 통해 예술성을 인정받는 독립·예술 영화가 존재한다. 물론 크리스토퍼 놀란이나 봉준호처럼 대중성과 예술성 사이에서 적절한 균형을 만들어낸 감독들도 있다.

결국 영화의 역사는 이 두 가치가 끊임없이 충돌하고 타협하며 진화해 온 과정에 가깝다.

황금 동상이 된 팝의 황제

▲영화 '마이클'의 포스터. (사진제공=유니버설 픽쳐스 코리아)
▲영화 '마이클'의 포스터. (사진제공=유니버설 픽쳐스 코리아)

특히 실존 인물을 다루는 전기 영화는 이 줄다리기가 가장 첨예하게 드러나는 장르다. 대중이 기대하는 것은 명확하다. '보헤미안 랩소디'가 퀸의 명곡과 무대를 완벽하게 재현해 관객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듯, 극장에서 느끼는 감정적 카타르시스다. 하지만 밥 딜런의 다층적인 자아를 실험적으로 연출해 평단의 환호를 이끌어낸 '아임 낫 데어'처럼, 영화가 예술로서 추구해 온 방향은 결을 조금 달리한다. 단순히 관객이 원하는 감동 요소만 조립한다면 감독은 단순 '기술자'에 가까우며, 굳이 작가로서 개입할 이유가 희미해지기 때문이다.

인간은 누구나 복합적인 존재다. 대중이 기억하는 빛나는 모습 뒤에는 언제나 결핍과 그림자가 존재한다. 한 인물의 위대함만 강조하는 것은 결국 그 사람의 절반만 보여주는 일이다. 영화 '마이클'에 대한 한 외신 평론가의 비유는 이 작품의 방향성을 꽤 정확하게 짚어낸다.

평범한 팝스타 전기 영화가 기념품 숍에 들러 느끼는 소소한 길티 플레저라면, 이 영화는 15미터짜리 마이클 잭슨의 황금 동상이 세워진 파르테논 신전에 방문하는 것과 같다.

이 영화는 마이클 잭슨의 천재성과 위대함, 그리고 무대의 황홀함을 찬양하는 데 거의 모든 에너지를 쏟는다. 대형 뮤지션의 전기 영화는 유족이나 재단이 막대한 권한을 쥐고 있어, 인물의 어두운 면을 깊이 파고들기 힘든 산업적인 한계도 분명 존재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설적으로 그의 음악이 얼마나 위대한지 진정으로 증명하려면 그가 겪은 고난과 이면의 복잡함 역시 함께 다뤄졌어야 했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찬양에 집중하느라 어려움을 이겨내는 과정과 인간적인 균열이 제거되어 평단에게는 예술성의 포기처럼 느껴졌을 가능성이 크다.

스크린으로 옮겨온 완벽한 무대

▲영화 '마이클' 속 장면. (사진제공=유니버설 픽쳐스)
▲영화 '마이클' 속 장면. (사진제공=유니버설 픽쳐스)

반면 관객들의 반응은 전혀 다르다.

정말 환상적인 영화였어요. 자파르 잭슨은 그냥 마이클 그 자체였고, 영화도 정말 잘 만들어졌어요. 마이클의 이야기를 엄청 흥미롭고 몰입감 있게 풀어내서 보는 내내 빠져들었어요. 거의 실제 마이클 잭슨 콘서트에 와 있는 기분이었습니다.

관객들은 이 영화를 하나의 거대한 공연으로 받아들인다. 복잡한 해석이나 서사의 완성도보다, 압도적인 퍼포먼스와 감각적인 몰입이 더 중요했던 것이다.

기존 예술 영화들에 대한 대중의 피로감 역시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대목이다. '상업 영화면 그냥 재밌게 만들면 안 되나?', '예술병 같은 연출은 이제 피곤하다'는 반응은 대중문화가 가져야 할 오락적 기능에 대한 대중의 솔직한 요구이기도 하다.

더구나 그 대상이 마이클 잭슨이라면 비평적 잣대를 잠시 내려놓더라도, 그의 음악적 유산은 몇 가지 논란만으로 축소될 수 없을 만큼 거대하다. 대중음악 역사에서 센세이셔널이라는 단어가 그보다 잘 어울리는 인물이 또 있을까. 그의 음악은 그 자체만으로 강력한 설득력을 발휘한다.

결국 영화 '마이클'은 관객이 어떤 렌즈로 이 작품을 바라보느냐에 따라 평가가 극단적으로 갈리는 영화다. 감독의 시선이 담긴 예술 작품으로 본다면 아쉬운 결과물일 수 있다. 반대로 거대한 공연 영상이자 스타를 기념하는 콘텐츠로 받아들인다면 이보다 만족스러운 경험도 하기 힘들다.

우리가 사랑했던 스타의 어두운 이면을 스크린에서 마주하는 일은 생각보다 피곤하고 고통스러운 경험일 수 있다. 때로 사람들은 복잡한 서사보다, 완벽하게 복원된 무대와 그 시절의 짙은 향수 속에 잠시 머물고 싶어 한다. 어쩌면 이번 영화는 시대를 초월한 아티스트를 가장 대중적인 방식으로 추모하고 기억하는 또 하나의 훌륭한 방법인지도 모른다.

비평가들의 날카로운 평가는 뒤로하고, 이 영화가 팝의 황제를 그리워했던 수많은 사람들이 극장에 모여 함께 노래하고 열광할 수 있는 거대한 음악 축제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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