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폐 제도 도입 따른 '방어용 조치'
형식적 운영땐 부작용 발생 우려도

동전주 탈출을 위한 주식병합의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주식병합을 하더라도 주당 가격만 높아질 뿐 기업가치 자체에는 변화가 없는 데다, 유동성이 부족한 종목까지 주식병합을 하면서 해당 종목의 거래 유동성마저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3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주식병합을 공시한 기업들은 대부분 병합 목적에 대해 "적정 유통주식수 유지를 통한 주가 안정화 및 기업가치 제고"라고 설명했다. 표면적으로는 주가 정상화와 투자 매력 제고를 위한 조치처럼 보이지만, 시장의 시선은 다소 냉소적이다. 정부가 7월부터 동전주를 상장폐지 요건에 포함하기로 하면서, 저가주 기업들이 단순히 상폐 심사를 면하기 위한 미봉책으로 주식병합을 선택하고 있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주식병합은 기업의 본질가치를 높이는 조치와는 거리가 멀다. 주식 수가 줄어드는 만큼 주당 가격이 올라갈 뿐 시가총액과 기업가치는 동일하게 유지된다. 시가총액 100억원인 기업이 10대1 병합을 진행하면 주가는 10배가 되지만 전체 기업가치는 그대로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보유 지분 가치 역시 변하지 않는다. 이에 따라 시장에서는 이번 주식병합 러시가 정부의 동전주 상폐 제도 도입에 따른 '방어용 조치'라고 본다.
당국도 이러한 우회 가능성을 의식해 관련 규제를 함께 강화했다. 개정안에는 반복적인 주식병합이나 감자를 통한 동전주 요건 회피를 막기 위한 방지조치가 포함됐다. 구체적으로 최근 1년 이내 주식병합이나 감자를 실시한 기업은 동전주 관리종목 지정 이후 추가 병합이나 감자를 할 수 없다. 또한, 관리종목 지정 이후에는 10대 1을 초과하는 과도한 병합·감자도 금지된다. 이를 위반하면 즉시 상폐 사유가 된다. 거래소가 사실상 '꼼수 병합' 차단에 나선 셈이다.
하지만, 올해 선제적으로 주식병합을 단행한 기업들은 규제를 피해갈 수 있다는 점에서 형평성 논란도 제기된다. 시장에서는 제도 시행 이전 막판 병합 수요가 더욱 몰릴 가능성도 점쳐진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주식병합 자체가 문제라기보다는 기업의 실질 개선 없이 숫자만 바꾸는 방식이 반복되는 게 문제"라며 "결국 장기적으로는 실적과 재무구조 개선이 뒤따르지 않으면 시장 평가를 되돌리기 어렵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동전주 퇴출 정책이 투자자 보호 측면에서는 필요하지만, 지나치게 형식적인 기준 위주로 운영될 경우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저가주라고 해서 모두 부실기업은 아니다"라며 "산업 특성이나 성장 단계 등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거래소의 그물망이 얼마나 촘촘하든 기업이 본질적인 체질 개선에 실패한다면 동전주 문제는 반복될 수밖에 없다"며 "숫자를 바꾸는 것만으로는 시장의 평가를 바꿀 수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