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탈모를 단순한 미용 문제로 보는 시각은 현실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 탈모는 우울감, 대인기피, 사회활동 위축까지 이어질 수 있다. 게다가 탈모가 건강에 치명적인 영향이 없다는 통념도 오류가 있다. 탈모의 유형 가운데는 심각한 자가면역질환과 관련된 질환도 있어서다.
본지는 최근 신정원 분당서울대병원 피부과 교수를 만나 탈모 치료 환경과 한계점에 대해 들었다. 신 교수는 “생명을 좌우하지 않는다고 해서 삶의 질에 미치는 영향을 가볍게 봐서는 안 된다”라고 당부했다.
탈모는 정상적으로 모발이 있어야 할 부위에 모발이 가늘어지거나 없어지는 상태를 말한다. 원인과 경과가 다양한데, 가장 크게는 모낭이 파괴돼 다시 머리가 나기 어려운 ‘반흔성 탈모’와 모낭이 살아 있어 회복 가능성이 있는 ‘비반흔성 탈모’로 구분된다. 남성형·여성형 탈모, 특정 시점 이후 머리카락이 전반적으로 많이 빠졌다 회복되는 휴지기 탈모, 원형탈모 등 흔한 유형은 모두 비반흔성 탈모다.
남성형 탈모는 남성호르몬 대사산물인 디하이드로테스토스테론(DHT)이 모낭에 작용해 모발을 점점 가늘게 만들면서 진행한다. 여성형 탈모 역시 호르몬의 영향을 받지만, 그것만으로 설명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저장철 부족, 갑상선 질환, 출산 후 변화, 스트레스, 영양 상태, 전신질환 같은 다양한 요인이 함께 작용할 수 있다. 원형탈모는 면역 세포가 모낭을 공격해서 발생하는 자가면역질환이다.
신 교수는 “여성 탈모는 원인을 고치면 다 좋아지고, 남성 탈모는 되돌릴 수 없다는 식의 이분법은 실제와는 거리가 있다”라고 말했다. 남성형 탈모는 비교적 기전이 분명해 약을 복용하면 호전되는 반면, 여성 탈모는 남성에 비해 원인이 훨씬 복합적이라는 설명이다.
신 교수는 “여성 탈모는 호르몬의 영향이 분명히 관여하지만, 여기에 철분 부족, 갑상선 질환, 출산, 스트레스, 영양 불균형 등 다양한 요인이 함께 작용해 탈모를 악화시키는 경우가 많다”라며 “호르몬 요인만 차단한다고 해서 탈모가 충분히 해결되지 않는 경우도 많아 치료가 쉽지 않을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남성 탈모는 호르몬 작용을 억제하는 경구약에 비교적 반응이 뚜렷하다”라며 “반면 여성 탈모에서는 미녹시딜이나 알파트라디올과 같은 바르는 약을 우선으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으며 동반 요인을 함께 평가하고 교정해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여성 탈모에서는 원인 교정이 중요하고 남성 탈모에서는 약물 반응이 비교적 좋다는 설명은 큰 틀에서 맞지만, 어느 한쪽을 지나치게 단순화해서 이해하는 것은 정확하지 않다”라고 지적했다.
탈모 유형 가운데 면역계 이상으로 발생하는 원형탈모는 특히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한 질환이다. 심한 경우에는 두피 전체의 모발이 빠지는 전두탈모뿐 아니라, 눈썹·속눈썹을 포함해 전신의 털이 빠지는 전신탈모로 진행되기도 한다. 환자들은 급격한 외모 변화로 인한 스트레스와 삶의 질 저하가 크고, 눈썹이나 속눈썹이 소실돼 기능적인 불편도 경험한다.
신 교수는 “최근에는 원형탈모에 대해 효과와 안전성이 입증된 새로운 치료제들이 등장해 허가됐지만, 아직 건강보험 적용을 받지 못해 치료 접근성에 한계가 있다”라며 “또한 원형탈모는 소아 환자도 적지 않은데, 어린 연령에서는 아직 허가된 치료 옵션이 제한적이라는 점도 큰 미충족 수요”라고 안타까워했다.
탈모는 미용과 질환의 경계에 걸쳐 있는 것이 아니라, 분명한 의학적 평가와 치료가 필요한 질환군으로 인식해야 한다는 것이 의료계의 시각이다.
신 교수는 “모발은 얼굴의 인상과 자아 이미지에 큰 영향을 주는 요소”라며 “ 많은 환자가 외출 자체를 꺼리거나, 사람을 만나기 전 헤어스타일에 과도한 스트레스를 받고, 직장생활이나 대인관계에서 위축을 겪는다”라고 말했다. 이어 “게다가 원형탈모는 대표적인 자가면역질환이고, 반흔성 탈모는 조기 대응을 놓치면 영구적 손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라며 “생명을 좌우하지 않는다고 해서 삶의 질에 미치는 영향을 가볍게 봐서는 안 된다”라고 강조했다.
탈모 치료를 건강보험 체계 내에서 지원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것이 신 교수의 조언이다. 중증도와 비용을 고려해 우선순위를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다.
신 교수는 “탈모 자체가 생명을 직접 위협하는 질환은 아니지만, 탈모로 인해 심각한 심리적 고통을 겪거나 사회생활에 지장을 받을 정도라면 사회가 일정 부분 부담을 함께 나누는 것도 필요하다”라며 “다만 건강보험 적용 범위를 넓힐 때는 우선순위를 정하는 과정이 중요한데, 현재도 중증 원형탈모에 사용되는 일부 효과적인 신약들이 비급여로 처방돼 환자들이 비용 부담 때문에 치료를 지속하기 어려운 경우가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질병 부담이 크고, 치료 효과와 의학적 필요성이 비교적 명확한 중증 원형탈모 환자부터 지원을 확대하는 것이 현실적”이라며 “안드로겐성 탈모의 경우 건강보험 급여 적용까지는 신중한 논의가 필요한데, 다만 이를 단순한 미용 문제로만 보아 모발 이식 등에 부가가치세를 부과하는 현재의 방식은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라고 제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