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스타트업 투자가 검증된 후기 기업에 몰리면서 초기 투자시장이 위축되고 있다. 줄어드는 초기 투자 시장에서도 유망 딥테크 기업 중심의 '초기 빅딜' 중심으로 뭉칫돈이 쏠리며 '선택과 집중'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5일 국내 스타트업 투자 분석 플랫폼 더브이씨(The VC)에 따르면 올해 1~4월 국내 스타트업 및 중소기업 투자 금액은 3조3069억원으로 전년 동기(1조6910억원) 대비 96% 증가했다. 투자 건수가 14% 줄어든 것과 달리 투자 금액은 늘었다. 지난해 연간 스타트업 투자액(6조8206억원)과 비교하면 이미 절반 수준에 근접하는 규모다.
투자금은 후기 스타트업에 집중됐다. 이 기간 초기 라운드(시드~시리즈A) 투자액은 9440억원(229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58% 증가한 반면 중기 라운드(시리즈B~C)와 후기 라운드(시리즈D~프리 IPO) 투자액은 1조1785억원, 1조1844억원을 기록하며 각각 70%, 196%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투자 건수에서도 중기 투자와 후기 투자가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거나 증가세를 이어간 반면 초기 투자는 20% 감소하며 위축세를 보였다.
중소벤처기업부가 집계하는 벤처투자 동향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나타난다. 작년 전체 벤처투자액(6조8000억원) 중 12대 신산업(△AI모델·인프라 △반도체 △모빌리티 △보안·네트워크·양자 △로보틱스 △헬스케어 △생명·신약 △콘텐츠 △방산·우주항공·해양△친환경 △에너지·원자력·핵융합 △첨단제조) 투자액은 총 5조2000억원(76.4%)이다. 이중 후속투자에 87.7%에 달하는 4조5624억원의 자금이 몰린 반면 신규 투자(12.3%)는 6390억원에 그쳤다. 신산업 신규 투자는 제2벤처 붐 시기였던 2021년 1조1202억원을 기록한 뒤 꾸준히 감소하다 2024년 8803억원으로 반등했지만 지난해 다시 뒷걸음쳤다. 중기부도 "투자사가 기존 포트폴리오 기업에 투자하는 경향이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업력을 기준으로 한 통계에서도 통상 후기 기업으로 분류되는 업력 7년 이후 기업에 투자의 절반(51.6%)이 집중됐다. 투자사들이 기술력을 기반으로 성장성과 확장성을 갖춘, 될성부른 떡잎으로 판단한 기업에만 돈을 넣는 경향이 심화하고 있다는 의미다. 업계에선 벤처투자에 뭉칫돈이 몰리고 있지만 후기, 딥테크 쏠림으로 초기 투자로의 자금 흐름이 제한적이라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위축세를 보인 초기 투자에서 빅딜로 분류되는 100억원 이상 규모의 투자가 늘고 있다. 홀리데이로보틱스(AI), 디노티시아(클라우드), 씨너지(전자상거래), 오엔(반도체), 영창로보테크(제조·화학), 아보엠디(AI) 등이 여기에 포함된다. 더브이씨는 올들어 4월까지 100억원 이상 규모의 초기 투자가 총 26건으로 전년 같은 기간(21건) 대비 24% 증가한 것으로 집계했다. 투자금액 역시 2971억원에서 7078억원으로 두 배 이상 뛰었다. 더브이씨는 "소규모 분산 투자가 이뤄지는 초기 라운드 투자에서도 자금 쏠림이 상당히 심화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특히 이들 기업은 공통적으로 AI, 딥테크, 검증된 창업자라는 특징을 갖는 것으로 분석됐다. 휴머노이드 로봇 스타트업 홀리데이로보틱스 창업자 송기영 대표는 스타트업 수아랩을 미국에 매각한 이력을 갖고 있다. 홀리데이로보틱스는 지난달 1500억원의 투자를 유치하면서 기업 가치가 1조원 수준으로 평가받는다.
앞서 중기부는 지난해 말 발표한 '벤처 4대 강국 도약 종합대책'에서 초기투자 활성화를 위해 초기창업펀드를 확대하고, 초기투자 실적이 우수한 운용사의 경우 보수 우대 등 인센티브를 제공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올해 모태펀드 1차 정시 출자 사업 선정에선 창업초기 분야(소형·루키·일반)에 1950억원을 출자해 총 3562억원을 결성하기로 했다. 신생·소형 벤처투자회사 및 창업기획자를 위한 '루키리그(1684억원)'에 10개 펀드, 소형(548억원) 11개, 일반(1330억원) 6개 펀드를 결성한다.
투자 시장에선 초기 투자에 대한 모태펀드 역할 강화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대희 한국벤처투자 대표는 최근 취임 1년 기자간담회에서 "벤처캐피탈(VC)의 움직임이 상대적으로 큰 딜 쪽으로 움직이는 것은 사실"이라며 "국민성장펀드의 경우 딜 규모에서 초기 투자는 기본적으로 어려운 만큼 결국 초기 투자는 모태펀드가 주도적으로 가져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