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리브영N 성수’ K뷰티 성지로 각광
한강서 치맥하고 다이소 생활용품 구매
한옥스테이·카페 등 머무르는 여행 확산
“지역 생활문화 결합한 콘텐츠가 경쟁력”

방한 외국인 관광이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며 국내 관광·산업 지형이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관광의 중심이 ‘방문 규모’에서 ‘체류 방식과 경험’으로 옮겨가고 있기 때문이다. 일회성 관람 위주의 관광은 생활 속 체험 중심으로 전환되고, K뷰티·K푸드·K콘텐츠 등 일상형 경험을 직접 소비하는 흐름이 확산되고 있다. 이에 따라 K-관광 또한 3000만명 시대를 앞둔 중요한 분기점에 들어섰다는 평가다.
27일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2026년 1분기 방한 외래관광객은 약 476만명으로 1분기 기준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이는 전년 대비 23% 증가한 수치다. 코로나19 이후 회복을 넘어 성장 국면에 진입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관광 수출액은 약 39조원 규모로 서비스 산업 중 3위 수준으로 올라섰다. 이미 2025년 방한 관광객은 1894만 명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하며 1800만명을 넘어섰다. 정부는 2026년 2300만명, 2029년 3000만명 조기 달성을 목표로 설정하고 한국 관광 정책 전반을 재정비하며 지속가능한 플랜을 짜고 있다.
이 과정에서 가장 두드러진 변화는 ‘외국인의 관광 방식’이다. 그저 명소를 둘러보는 일정 중심에서 한 발 더 들어가 한국인의 일상을 체험하는 관광에 대한 욕구가 계속 커지고 있다. 여러 미디어를 통해 간접적으로 접한 K컬처를 온몸으로 직접 느끼려는 체험형 콘텐츠가 관광의 핵심 요소로 자리 잡으면서 ‘생활밀착형 관광’이 주류로 부상하고 있다.
이미 외국인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서울 중심지에선 체험 방식을 변화를 체감할 수 있다. 여행업계에 따르면 서울 성수동과 연남동에선 카페 투어와 편집숍 쇼핑을 결합한 ‘로컬 라이프 체험’이 대세가 됐다. 한강 둔치에선 치킨과 맥주를 즐기는 ‘한강 피크닉’이 일종의 필수 코스로 자리 잡았고, 동네 마트나 편의점에서 즉석식품을 먹어보는 경험도 신선한 관광 콘텐츠가 됐다.
특히 K뷰티는 외국인들이 가장 선호하는 체험형 콘텐츠다. 국내 대표 K뷰티 플랫폼 CJ올리브영이 선보인 혁신 매장 ‘올리브영N 성수’는 외국인 관광객에게 ‘한국 필수 방문처’가 됐다. 작년 11월 오픈 이후 1년 동안 성수 지역 올리브영 전체 매장의 외국인 결제 건수는 592% 증가해 내국인(81%)을 압도했다. 성수 상권 내 올리브영 매장 6곳의 외국인 매출 비중도 이곳 오픈 전엔 평균 40%였으나 10월 기준 70%까지 상승했다.
외국인 유치의 비결은 단연 ‘체험’ 콘텐츠에 공을 들였기 때문이다. 유영환 올리브영 데이터인텔리전스 팀장은 “올리브영N 성수는 국내 트렌드세터들의 뷰티 플레이그라운드이면서 외국인 고객에게는 진짜 K뷰티의 모든 것을 알 수 있는 공간”이라고 설명한다. 이어 “고객들이 올리브영N 성수에서 가장 기대하는 것은 체험이다. 뷰티는 다른 상품보다 경험이 중요한데, 이곳은 오프라인 K뷰티 체험의 끝판왕”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올리브영에 따르면 이곳을 방문한 외국인의 86%는 사전 계획을 세우고 방문했다. 방문 계기는 ‘인기 상품이나 새로운 제품을 직접 체험하기 위함’이 77%로 가장 높았다. 체험 서비스도 외국인이 54%를 차지할 정도다.
손재주가 뛰어나기로 유명한 한국 미용실에선 K뷰티 스타일링을 받거나 퍼스널 컬러 진단을 체험하려는 관광객도 늘고 있다. 일부 외국인은 헬스장, 필라테스, 요가 수업까지 참여하며 한국인의 하루 일상 자체를 여행 콘텐츠로 소비하기도 한다. e스포츠 경기 관람, 웹툰 카페 방문, K팝 댄스 클래스 참여도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지역으로 눈을 돌리면 여행 방식의 변화는 더 뚜렷해지고 있다. 전주에선 한옥 스테이와 전통주 체험, 강릉에선 바다를 배경으로 한 카페 투어, 제주에선 오름 트레킹과 해녀 체험 등 지역 고유의 생활문화 기반 콘텐츠가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외국인들 사이에서 한국의 삶을 그 자체로 느끼며 일상 속에 ‘머무르는 여행’이 확산하고 있는 것이다.
외국인이 한국을 찾아오는 방식도 변화하고 있다. 단체 패키지 중심 구조에서 개별여행(FIT)으로 변모하는 양상이 뚜렷하다. 문체부가 발표한 ‘K-관광, 세계를 품다: 방한관광 대전환·지역관광 대도약’ 자료에 따르면 미국·유럽 등 장거리 여행객의 개별여행 비중은 95% 이상에 달한다. 각자의 삶을 중시하는 여행객 특성상 이들의 한국 관광 수요도 획일적 코스에서 개인취향 기반 경험이 중심이 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로 인해 우리나라 지역관광 지표도 확연히 바꼈다. 지역 방문 외국인 수부터 체류 기간, 소비액까지 2026년 1분기 지역관광 전반에서 각종 수치가 상승세를 보이며 지역관광 활성화의 청신호가 켜진 것이다. 무엇보다 방한 외국인 관광객의 지역 방문과 소비 지표가 가시적인 성장세를 보였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지방공항을 통해 입국한 외래객은 85만3905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49.7% 증가했다. 철도 이용 외국인 여행객도 약 169만명으로 전년보다 46.4% 늘었다. 외국인의 지역 방문율은 34.5%를 기록해 전년 동기보다 3.2%포인트(p) 증가했다. 같은 기간 외국인의 지역 체류 기간은 528만 일로 36.2% 늘었고, 지역 지출액도 올해 8억8000만달러로 17.2%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흐름을 ‘K-관광의 일상화’로 해석한다. 외국인 관광객이 소비자가 아니라 ‘임시 거주자’처럼 행동하기 시작했다는 것. 관광업계 한 관계자는 “이제 외국인들에게 K-관광은 구경이 아니라 참여”라며 “지역의 생활문화와 결합한 콘텐츠가 경쟁력이 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과제도 있다. 전체 방한 외국인의 80% 이상이 수도권에 집중되는 구조는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서울 중심 관광 구조가 유지되는 한 지역관광 확산은 쉽사리 이뤄지기 힘들다.
전문가들은 K-관광 패러다임의 획기적 전환을 꼽는다. 서울은 쇼핑과 K컬처 중심의 ‘글로벌 허브 도시’로 기능하면서도 체류형 콘텐츠를 강화해 외국인의 체류 기간을 늘리는 전략이 필요하다는 것. 이와 동시에 지역에선 고유한 생활문화와 자연환경을 기반으로 차별화한 경험을 제공하는 ‘체험형 관광 거점’으로 재편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지역관광의 성패는 ‘누가 주도하느냐’에 달려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슬기 세종대 호텔관광경영학과 교수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방한 외국인의 소비가 지역경제에 실질적인 파급효과를 내려면 주민참여 기반의 지역주도형 모델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전 제주로 몰려든 중국인 단체관광객의 소비가 특정업소 중심으로 이뤄져, 지역 경제 전반으로 소비가 확산하지 못했던 과오를 되풀이해선 안된다는 뜻이다.
이 교수는 이어 “외국인 관광객의 재방문을 유도한 뒤 지역으로 확장하는 수도권의 허브 역할이 중요하다”면서 “수도권의 바가지 요금이나 숙박 수급 불균형 문제는 지역 관광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외국인의) 지역 방문을 활성화하려면 해당 지역에서만 가능한 독창적인 경험이 핵심”이라며 “이미 수도권을 경험한 관광객을 고려해 문화·자연 등 차별화한 관광자원을 내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