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출구전략도 미국 '눈치보기'

입력 2009-09-25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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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회복 속도 다른데도 '국제공조'만 강조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국가마다 경기 회복 속도가 다름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출구전략에 있어 지나치게 미국의 눈치만 보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25일 정부와 금융권에 따르면, 출구전략 이행시기에 대해 정부가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가운데, 피츠버그에서 열리고 있는 G-20 정상회의에서도 큰 틀에서 시기상조라는 견해가 지배적인 상황이다.

당초 이번 정상회의에서 각국 정상들과 재무장관들은 세계 각국의 경제 상황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고 적절한 금리인상 시기를 비롯한 출구전략에 대해 구체적인 논의가 있을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미국 경제의 회복 속도가 예상보다 느린 상황에서 출구전략 이행 시기가 시기상조라는 것 외에 구체적인 논의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는 아시아와 유럽 국가들의 경기회복이 가시화되면서 인플레이션 가능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반면, 미국의 경우는 미국의 경우 출구전략은 커녕 아직 바닥조차 확인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미국은 향후 '최소 7년 동안 세계 경제가 잠재성장률을 밑돌 것'이라는 IMF의 전망을 근거로 각국이 당분간 경기부양 기조를 유지해 줄 것을 주장하고 있다.

이같은 분위기를 감지한 듯 우리 정부도 최근까지 금리인상 시기를 두고 갑론을박 하던 것과는 달리 피츠버그 정상회의에서는 출구전략에 대한 논의 자체를 회피하고 있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한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한국 경제의 주요 분야가 여전히 연약한 상태를 지속하는 상황에서 금리에 손을 대는 것은 너무 이르다"면서 "출구전략을 이 시점에서 논의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말했다.

특히 "기업 투자와 수출, 민간부문 소비와 고용 등 전반적으로 경기가 회복될 때까지 정부의 재정지출 및 통화 확장 조치들을 지속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출국 전까지 한국은행 금리인상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시기상조론을 주장하던 것에서 한발 더 나가 당분간 재정확장 정책을 유지하겠다는 입장이어서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정부가 경기 회복 속도가 느린 미국의 입장을 고려해 출구전략에 대해 보다 신중한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우리나라 미국 경제의 영향을 크게 받을 수밖에 없는 것은 사실이나, 글로벌 금융위기의 진원지인 미국과 우리나라의 경제 여건을 전혀 다르다"면서 "정부가 경제 회복 속도가 느린 미국 정부의 눈치를 지나치게 보고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경제 전문가들도 각 국가마다 경제여건이 다르고 경기회복 속도가 달라 출구전략을 국제적으로 공조한다는 것 자체가 '구호성' 정책에 가까운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 권순우 거시경제실장은 "G-20 국가들이 출구전략을 공조한다는 것은 큰 틀에서 공감대를 형성하고 전체적인 방향에서 협조를 한다는 것 뿐"이라며 "금리인상 시기나 폭에 있어서는 각 국가별로 경제여건과 상황에 따라 결정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금융위기의 진원지인 미국의 경기 회복이 늦어지고 있는 가운데 예상보다 경기회복 속도가 빠른 우리나라를 비롯해 아시아 국가들은 금융위기 극복에도 불구하고 당분간 미국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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