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호르무즈 지켜보는 ‘무산담의 신뢰’

입력 2026-04-1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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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산담: 아라비아반도 동쪽 끝>

김창규 민간LNG산업협회 부회장

최근 중동 정세가 급변하면서 호르무즈 해협이 연일 뉴스를 장식하고 있다. 이란이 위치한 호르무즈 해협 맞은편에는 오만왕국이 자리하고 있다. 여러모로 이란보다 작고 아라비아반도 끝자락에 있다 보니 우리에게는 다소 낯선 나라이기도 하다. 2019년부터 3년간 현지 대사로 지켜본 조용하고 평화롭던 오만이 요사이 신문지상에 자주 회자되는 것을 보면 격세지감이다.

당시 오만은 우리나라의 액화천연가스(LNG) 수입국 톱3에 이를 정도로 양국 간 에너지 협력이 매우 활발하였다. 최근 이란과 카타르의 가스시설 피격 소식을 접하며, 새삼 오만과의 LNG 협력을 이어가지 못한 아쉬움이 남는다. 20년 넘게 이어온 양국 간 LNG 협력이 더 이상 존속되지 못한 아쉬움은 최근 카타르 LNG 도입 중단 사태를 보며 더욱 뼈아프게 다가온다.

駐오만 대사때 ‘LNG 협력’ 가치 새겨

이후 LNG협회에서 일하며 다시 찾은 오만에서 당시 친하게 지내던 국영 LNG 기업 대표와 재회하였다. 그가 전한 말이 아직도 귓가에 맴돈다. 양국 간 오랜 LNG 협력의 끈을 놓지 않기 위해 마지막 남은 한 카고(Cargo)는 한국 몫으로 남겨둘 테니, LNG 협력을 계속 이어가자고 당부하던 자리였다. 그 눈빛은 단순한 비즈니스 차원을 넘어, 한국과의 관계에 대한 깊은 감사의 표시로 읽혔다.

요사이 국제 정세는 비단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중동 전쟁을 굳이 언급하지 않더라도, 철저한 약육강식과 자국 우선의 각자도생 논리가 지배하고 있다. 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우리는 상대국을 배려하며 장기적인 선린우호의 관계를 모색하는 길을 선택해야 한다. 최근 우리가 어려움에 처했을 때 우방국인 아랍에미리트(UAE)로부터 호의적인 원유 공급을 받을 수 있었던 것도 이러한 선린우호 관계에서 비롯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어떻게보면 의외로 우리는 가진 것도, 나눌 것도 꽤 많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사실은 지금처럼 각박하고 치열한 국제 정세 속에서 더욱 빛을 발할 수 있다. 우선 한국이 축적한 경제 및 산업 발전 경험은 대부분의 개도국이 간절히 배우고 싶어하는 어젠다이다. 대사 시절 오만왕국의 여러 장관들과 산업 및 경제 개발에 대해 깊이 토의하고 조언을 나누었던 기억이 생생하다. 한국 고유의 멋과 맛, 문화 등 소프트파워 역시 그들이 함께하고 싶어하는 자산이며, 우리가 기꺼이 나누어줄 수 있는 제도와 정책, 그리고 훌륭한 교류의 영역이 될 것이다.

우리와 미래를 함께 하고자 하는 여러 국가의 다양한 리더십과 연계하여 한국과의 미래 파트너십을 도모하는 것 또한 멋진 나눔의 영역이다. 이들 역시 자국을 지금보다 더 부강하고 살기 좋은 나라로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해 고민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미래 파트너십은 우리 스스로가 나아갈 미래 청사진을 보다 선명하고 바람직한 방향으로 가다듬는 데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호르무즈 해협에서 이란과 직접 마주하고 있는 땅은 가장 가까워 보이는 UAE가 아니라 오만왕국의 일부이다. 과거 UAE가 오만에서 분리 독립할 당시, 이 지역이 오만 왕국령으로 남았기 때문일 것이다.

한국의 발전경험 나눠 우호관계 다지길

UAE 내 두바이와 아부다비가 이란과의 관계에서 완전히 자유롭지 못한 반면, 호르무즈 해협을 낀 오만의 무산담(Musandam) 지역은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편이다. 이란이 아라비아반도 전역을 타깃으로 감행한 보복 공습에서도 그 차이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앞으로 호르무즈 해협에 어떤 격랑이 몰아칠지 예측하기 어렵지만, 오랜 기간 신뢰와 선린우호 관계를 다져온 이란과 오만의 관계가 무산담 지역에서도 빛을 발할 것이다.

우리가 개도국들에 과거의 한국 산업 및 경제발전 경험과 노하우를 나누고, 오늘의 다채로운 한국 문화와 콘텐츠를 공유하며, 나아가 미래의 인공지능(AI) 및 첨단 기술 파트너십을 함께 도모할 때 쌓이는 흔들림 없는 신뢰. 그 선린우호의 든든한 모습 또한 호르무즈 해협을 바라보는 무산담처럼 굳건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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