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하철 무임승차는 그리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정책의 유지·개편 필요성을 따지려면 도입 당시의 시대적 배경과 목적, 효과를 모두 따져야 한다.
먼저 배경을 보자. 제도가 전면 시행된 1984년 대한민국의 총인구 중 노인 인구(65세 이상) 비율은 4.1%였고, 65세의 기대여명은 13.9세였다. 노인 지하철 무임승차는 소수 인구를 대상으로 제한된 기간 혜택을 제공하는 ‘저비용’ 정책이었다. 정치적으로는 제12대 총선을 1년 앞둔 군부독재기에 사회적 합의나 객관적인 분석과 재정 추계 없이 하향식으로 도입된 정책이다.
명분은 존재했다. 국가 발전과 산업화에 이바지한 세대에 대한 보상적 성격이 짙었다. 은퇴 후 소득이 준 노년층의 교통비 부담을 덜고 이들의 사회적 참여를 유도하려는 목적도 있었다.
현재를 보자. 노인 비율은 20%를 넘어섰고, 65세 기대여명은 21.7세(2024년)로 늘었다. 인구는 주는데 노인만 느는 기형적 인구구조에 진입했다. 노인 지하철 무임승차는 지속 가능성이 떨어진다. 수혜층의 특성도 변했다. 1980년대 노인이 전후 복구와 초기 산업화를 이끌고도 가난했다면 최근 노인에 진입한 1960년대생은 고도성장기를 거치며 단일 세대 중 가장 큰 부를 축적했다. 애초에 근거도 없이 졸속으로 도입된 제도인 데다 제반여건도 달라졌다.
무엇보다 제도의 부작용이 사회를 위협하고 있다. 첫째, 경제력이 충분하거나 필요에 의해 요금을 내더라도 지하철을 이용했을 ‘유료 수요’가 무의미한 운임 손실로 누적되고 있다. 둘째, 수송력이 제한된 상황에서 경쟁이 발생하면서 유료 이용자와 무료 이용자(노인) 간 갈등이 확대되고 있다. 셋째, 지하철 등 교통 인프라가 열악하고 상대적으로 소득수준이 낮은 비수도권 지역 노인들이 배제되는 '혜택의 역진성'이 발생하고 있다.
변화한 환경과 부작용을 고려할 때 노인 지하철 무임승차는 백지상태에서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정책의 대상과 목적을 명확히 설정하고 거기에 따라 수단을 설계해야 한다. 모든 노인에게 보편적 이동권을 보장하는 게 목적이라면 지하철 무임승차를 교통수단에 구애받지 않는 대중교통 이용권으로 전환해야 할 것이고, 국가 발전 기여에 보상하는 게 목적이라면 지하철 무임승차를 폐지하고 산업화 세대를 대상으로 한 별도 복지정책을 신설해야 할 것이다.
구체적인 해법 중 하나로 경제력에 따라 한도를 차등하는 대중교통 이용권으로 전환한다고 가정해보자. 이용권도 ‘재정으로 비용을 지불한 것’이므로 노인 이용으로 인한 운임 손실은 사라진다. 또한 이용권 금액에는 한도가 있으므로 유료·무료 이용자를 구분할 수 없게 된다. 혜택의 역진성도 해소된다. 무임승차를 폐지하고 별도 복지정책을 신설한다면 노인 복지의 총량은 줄겠지만 지금보다 적은 비용으로 국가 발전에 이바지한 세대를 더 확실하게 예우할 수 있다.
‘운영 적자 때문에 요금을 받아야 한다’, ‘노인 복지를 축소해선 안 된다’는 단편적 진영논리에 바탕을 둔 논쟁은 제도 발전과 사회 통합을 가로막는다. 이제라도 논의의 틀을 전환해야 한다. ‘누구에게 무엇을 줄 것인가’를 정하는 게 먼저다. ‘어떻게’는 그다음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