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제회 지방이전 논의가 재점화하면서 업계에서는 운용 효율성 저하와 함께 전문인력 이탈 가능성을 주목하고 있다. 공제회는 그동안 공공성이 있는 조직이면서도 서울에서 근무할 수 있다는 점이 주요 장점으로 작용했다. 민간 운용사보다 보상은 다소 낮더라도 안정성과 서울 근무 여건을 동시에 제시할 수 있었던 만큼, 지방이전 논의가 현실화할 경우 인력 유치와 유치 기반이 빠르게 악화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13일 공제회 노동조합이 조합원을 상대로 실시한 자체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내부 분위기는 이직 의사가 뚜렷하게 나타났다. 지방이전이 현실화하면 이직 의사가 있다고 답한 비율은 84.3%에 달했다. 이직의사 없다는 응답은 15.7%에 그쳤다. 노조 측에 따르면 이직 의향이 없다고 답한 응답자의 상당수는 퇴직을 앞둔 관리 직군 조합원이었다. 실제 실무를 맡은 중간급 인력일수록 지방 이전에 대한 수용도가 낮다는 의미다 .
투자 기능을 담당하는 부서의 반응은 더 민감했다. 지방 이전 시 이직 의사를 밝힌 비율은 투자 부서가 85.9%, 지원 부서는 75.5%였다. 시장 접점이 많은 부서일수록 근무지 변화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는 뜻이다. 지방이전 시 가족과 함께 내려가겠다는 응답은 6.5%에 불과했다. 나머지 93.5%는 혼자만 내려가겠다고 답했다. 이전이 현실화하더라도 가족 전체의 생활권 이전보다는 단신 부임이나 주말부부 형태가 대부분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특히 공제회처럼 인력 규모가 크지 않은 조직은 일부 인력 이탈이 곧바로 연쇄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핵심 실무진이 빠지면 남은 인력에게 투자 검토와 사후관리, 보고 업무가 동시에 쏠릴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단순히 결원을 메우는 수준을 넘어 조직 전체의 업무 밀도와 피로도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 업계에서는 이런 상황이 반복되면 추가 이직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나타날 수 있다고 본다.
가족과 생활 기반 문제도 무시하기 어렵다. 지방이전이 현실화하더라도 가족 전체가 함께 이동하는 경우는 많지 않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맞벌이 부부가 일반화된 상황에서 배우자의 직장과 자녀 교육 문제까지 한꺼번에 옮기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단신 부임이나 주말부부 형태가 늘어날 가능성이 큰데, 이런 근무 방식은 장기적으로 조직 안정성과 인력 유지 측면에서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런 흐름이 중요한 이유는 공제회의 운용 경쟁력이 단순히 조직 규모에서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자산운용기관, 특히 대체투자 조직에서는 규모보다 숙련된 실무자와 외부 네트워크가 핵심 자산이다. 일부 핵심 인력이 빠지는 것만으로도 투자 검토 속도와 딜 소싱 역량, 운용사 대응 능력이 흔들릴 수 있다. 일반 행정조직처럼 결원이 생기면 곧바로 대체 가능한 구조와는 다르다는 얘기다.
공제회가 그동안 서울 근무를 장점으로 내세워온 것도 이런 배경과 무관하지 않다. 민간 운용사보다 보상은 제한적일 수 있어도, 조직 안정성과 서울 근무 여건을 함께 제시할 수 있었다는 점이 인재 유치의 한 축으로 꼽혀왔다. 민간 운용사와의 보상 격차를 상쇄해주던 이같은 요인이 약해지면 경력직 확보는 물론 신입 채용 여건도 악화할 수밖에 없다.
한 공제회 운용업계 관계자는 "대체투자는 사람과 네트워크에 의존하는 비중이 큰데, 공제회처럼 조직 규모가 크지 않은 기관은 핵심 인력 몇 명만 빠져도 운용 역량 저하가 바로 나타날 수 있다"며 "지방이전이 현실화하면 가장 먼저 나타나는 변화는 투자 검토 체계보다 인력 이동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