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락 오면 바로 뛰어야”⋯전세 품귀에 ‘묻지마 계약’까지 [르포] [전세의 종말②]

입력 2026-04-0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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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원·중랑 등 동북권 전세 매물 바닥⋯현장선 “전례 없는 상황”
월세 전환·가격 급등 겹치며 실수요자 부담 가중

▲서울 노원구 한 공인중개사업소에  매물 정보가 표시돼있다. 23건의 매물 중 전세는 단 1건 뿐이다. (조유정 기자 youjung@)
▲서울 노원구 한 공인중개사업소에 매물 정보가 표시돼있다. 23건의 매물 중 전세는 단 1건 뿐이다. (조유정 기자 youjung@)

“이른바 ‘노룩(No-look) 전세’. 집을 보지도 않고 계약하는 정도에요.”

7일 대표적인 ‘전세 품귀’ 지역으로 꼽히는 노원구 일대. 공인중개업소 7곳을 돌아다녔지만 전세 매물은 단 2건에 불과했다. 매물 정보가 20건 넘게 붙어 있는 중개업소에서도 전세는 고작 1건뿐이었다. 전셋집을 찾는 일은 말 그대로 ‘하늘의 별 따기’에 가까웠다.

이날 노원구에 이어 중랑구 일대 공인중개업소에서 돌아온 답은 한결같았다. “씨가 말랐다”는 말이다.

상봉역 인근 한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전세 물건이 워낙 없다 보니 조건이 맞으면 바로 계약부터 걸어놓는 경우가 많고 괜찮은 물건은 하루도 안 돼 나가버린다”며 “요즘은 간발의 차이로 전세 물건을 놓치는 경우가 많아 사진으로만 집 구조를 확인한 채 계약금을 넣는 사례도 있다”고 설명했다.

부동산 플랫폼에서도 같은 모습이 포착된다. 3003가구 규모의 대단지인 노원구 월계동 그랑빌 아파트와 상계동 상계주공5단지(840가구)는 전세 매물이 한 건도 없는 상태다. 상계주공6단지(823가구) 역시 전세 매물은 단 1건 뿐이다. 강북구 미아동 SK북한산시티 아파트도 3830가구 대단지임에도 전세 매물은 3건에 불과하다.

노원구의 한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기존 세입자들은 재계약으로 눌러앉고 다주택자들도 전세 대신 월세나 매매로 전환하면서 시장에 나오는 물량 자체가 줄어 공급이 크게 감소했다”고 말했다. 전세 물건이 축소되는 구조가 만들어졌다는 설명이다.

전세 품귀 현상이 이어지면서 세입자들도 그야말로 전쟁이다. 노원구에서 신혼집을 찾고 있는 한 고객은 “전셋집이 나왔다는 연락이 오면 바로 달려가 줄을 서야 한다”며 “도착 순서대로 계약 기회가 주어지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6일 서울시 중랑구 한 공인중개업소에 매물이 부착돼있는 모습. (조유정 기자 youjung@)
▲6일 서울시 중랑구 한 공인중개업소에 매물이 부착돼있는 모습. (조유정 기자 youjung@)

부족한 매물에 외곽 지역 전세 실거래가는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시스템에 따르면 동대문구 용두동 ‘청량리역 한양수자인 그라시엘’ 전용면적 84㎡는 지난달 9억원에 신규 계약되며 신고가를 기록했다. 1월 7억7000만원, 2월 8억원에서 또 한번 상승한 가격이다. 도봉구 창동 쌍용 아파트 전용 84㎡는 2월 24일 5억8000만원에 거래됐다. 이는 2년 전인 2024년 3월(4억5000만원)보다 약 29%(1억3000만원) 상승한 금액이다.

전세를 구하지 못한 신혼부부 등 실수요자들은 매매로 돌아서거나 아예 서울을 벗어나는 사례도 적지 않다는 게 현장 관계자들의 말이다.

중랑구의 또 다른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상봉역 일대는 아파트 단지 자체가 많지 않은 데다 요즘은 ‘올 전세’ 매물이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며 “반전세나 월세 매물은 상대적으로 일부 남아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최근 몇 년간 전세 물건이 상당히 줄었는데 최근 들어 그런 상황이 심화했다는 것이다.

공인중개사들은 현재 전세 품귀 현상을 전례 없는 수준으로 평가했다. 17년째 공인중개업을 하는 노원구 한 공인중개사는 “이 정도로 매물이 없었던 적은 없었다”고 말했다. 인근 공인중개사도 “21년째 노원구에서 중개업을 하고 있지만 이런 전세난은 처음”이라며 “이런 상황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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