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뿐 아니라 생산‧공급 중요성 높아져
에스티팜‧SK팜테코, 생산력으로 존재감

차세대 모달리티로 비만치료제와 리보핵산(RNA) 치료제가 부상하면서 국내 바이오기업들이 생산과 원료 분야에서 새로운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글로벌 제약사들이 관련 기술 확보 경쟁에 나서는 가운데 한국 기업들이 공급망 경쟁력을 앞세워 차세대 치료제 생태계에서 역할을 확대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글로벌 제약 시장에서는 비만치료제를 중심으로 대사질환 치료제 시장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비만치료제가 단순 체중 감량을 넘어 당뇨, 심혈관질환, 지방간 등 다양한 대사질환으로 적응증을 넓히면서 시장 규모도 빠르게 커지는 추세다.
이와 함께 차세대 치료 기술로 RNA 기반 치료제도 주목받고 있다. RNA 치료제는 특정 유전자의 발현을 조절해 질병의 원인을 직접 겨냥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기존 저분자화합물이나 항체 치료제가 접근하기 어려웠던 표적을 공략할 수 있다는 점에서 새로운 치료 패러다임으로 평가받는다. 글로벌 제약사들도 RNA 치료제 플랫폼 확보와 기술 투자에 적극 나서며 차세대 치료제 경쟁을 이어가고 있다.
이 같은 흐름 속에서 국내 바이오 기업들의 역할에도 관심이 쏠린다. RNA 치료제는 올리고뉴클레오타이드 합성과 정제 등 생산 공정의 기술력이 중요한 분야로 꼽힌다. 글로벌 제약사들이 기술 확보와 함께 생산 파트너를 찾고 있는 만큼 제조 역량을 갖춘 기업이 공급망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할 수 있다는 평가다.
국내에서는 에스티팜과 SK팜테코가 차세대 치료제 생산 역량을 기반으로 주목받고 있다. 에스티팜은 올리고뉴클레오타이드 원료의약품 생산 기술을 바탕으로 글로벌 RNA 치료제 시장에서 공급망 역할을 확대하고 있다. 최근에는 글로벌 제약사와 897억원 규모의 올리고 핵산 치료제 원료의약품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이는 올리고 핵산 원료 단일 계약 기준 역대 최대 규모로 지난해 매출(3317억원)의 약 27%에 해당한다.
생산시설도 지속적으로 확대 중이다. 에스티팜은 올리고뉴클레오타이드 전용 공장인 제1올리고동을 2022년까지 두 차례 설비 증설을 완료했고, 이후 증가하는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제2올리고동을 2025년 9월 완공해 총 6~8 몰(mole·원료의약품 측정단위, 연간 약 2.3톤~7톤) 규모의 생산능력을 확보했다. 추가 증설도 계획하고 있다.
SK팜테코는 비만치료제 생산 분야에서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SK그룹의 위탁개발생산(CDMO) 자회사인 SK팜테코는 최근 자회사 SK바이오텍을 통해 미국 일라이 릴리의 차세대 글루카곤유사펩타이드-1(GLP-1) 비만치료제 개발을 위한 임상시험용 원료의약품(API) 생산에 착수했다.
이를 위해 SK팜테코는 세종 명학산업단지에 펩타이드 원료 생산 공장을 건설 중이다. 글로벌 비만 치료제 시장이 빠르게 확대되는 가운데 펩타이드 기반 원료 생산 역량을 갖춘 기업의 역할도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는 차세대 치료제 경쟁이 기술 개발뿐 아니라 생산과 공급망 경쟁으로도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RNA 치료제와 비만치료제 시장이 동시에 성장하면서 관련 원료와 생산 기술을 확보한 기업의 중요성도 더욱 커질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