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관투자자 사모대출 17조 훌쩍 넘어…"불확실성 높아"[그림자대출의 역습 下-①]

입력 2026-03-20 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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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수 투자기관 자산의 25% 이상
사모대출 성격의 대체투자
실태 파악 어려운 구조 불안 키워
리스크 대응 위해 선제적 관리 필요

연기금과 공제회 등 국내 주요 기관투자자들도 미국의 사모대출(Private Credit) 사태에서 안전지대가 아니다. 최근 수년간 사모대출을 포함한 대체투자를 확대하면서 수면 아래 감춰진 부실과 유동성 리스크가 금융시장의 새로운 뇌관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는 분위기다.

19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국내 한 대형 공제회는 현재 전체 투자자산의 약 25%가 사모대출로 구성돼 있다. 여러 다른 공제회들도 투자자산 내 사모대출의 비중이 비슷한 수준으로 알려졌다. 이를 감안하면 주요 공제회의 사모대출 투자액은 기관별로 많게는 10조원을 훌쩍 웃돌 것으로 추정된다. 국민연금도 2019년 해외 사모대출 투자를 시작한 후 2024년 사모대출 투자 전담팀을 가동했다. 크레딧·부실자산 펀드 부문을 신설하는 등 사모신용 투자를 강화해왔다.

고금리 기조가 장기화하면서 연기금과 공제회 등 기관투자자들의 사모대출 쏠림 현상은 한층 심화됐다. 전통적 채권 대비 높은 금리를 제공하는 데다 선순위 담보를 통해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그러나 최근 차주들의 상환 여력이 빠르게 약화하면서, 상대적으로 안전하다고 여겨졌던 대출채권마저 부실화 가능성이 거론된다.

리스크는 공제회나 연기금에 국한되지 않는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주요 12개 증권사 기준 해외 사모대출 펀드 국내 판매 잔액은 2023년 말 11조8000억원에서 지난해 말 17조원으로 늘었다. 다만, 이는 공시된 펀드 형태에 한정된 수치다.

업계에서는 특수목적법인(SPC)을 통한 직접 대출, 공동투자(Co-investment), 사모사채 인수 등을 포함할 경우 실제 익스포저는 이를 크게 웃돌 것으로 본다. 정확한 실태 파악이 어려운 ‘깜깜이’ 투자 구조가 시장 불안을 키우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보험업계 역시 새 회계제도(IFRS17) 도입 이후 자본 관리 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수단으로 사모대출 비중을 확대해왔다. 자산과 부채의 만기를 맞추는 전략(ALM) 측면에서 유용한 투자처로 평가됐지만, 담보가치 하락과 금리 변동성 확대가 맞물리며 지급여력비율(K-ICS)에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증권업계는 한층 보수적인 태도로 돌아선 모습이다. 대형 증권사들은 기존 포트폴리오에 대해선 “특별한 이상 징후는 없다”는 입장이지만, 신규 사모대출 투자에 대해서는 사실상 속도 조절에 들어간 상태다. 신규 자금 유입이 둔화하면서 기존 대출의 리파이낸싱(차환)이 어려워지는 등 유동성 경색 조짐도 감지된다.

특히, 상업용 부동산(CRE)과 해외 개발 프로젝트파이낸싱(PF)은 가장 취약한 고리로 꼽힌다. 재택근무 확산과 공실률 상승으로 오피스 자산 가치가 하락하면서 선순위 대출조차 원금 회수를 장담하기 어려운 사례가 늘고 있다. 구조적으로 담보 기반의 비유동성 대출이라는 점에서 사모대출과 동일한 리스크 수준(프로파일)을 갖는다는 분석이다.

특히, 특히 2020~2021년 저금리 시기에 집행된 약 8750억달러 규모의 사모대출이 올해 말까지 연 9~12% 수준의 고금리로 리파이낸싱될 예정이어서 부담이 커지고 있다. 차입 비용 급등으로 현금흐름이 악화되면 상업용 부동산 담보 대출의 부실이 촉발될 수 있다.

한 IB 업계 관계자는 “사모대출은 가격이 매일 반영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리스크가 늦게 드러날 뿐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라며 “지금은 보이지 않는 부실이 누적되는 구간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사모대출 시장이 ‘저위험 고수익’ 자산으로 인식되던 국면에서 벗어나, 유동성과 신용 리스크가 동시에 부각되는 전환점에 들어섰다고 평가한다. 불투명한 자산 평가와 제한된 공시 구조 역시 리스크를 키우는 요인으로 꼽힌다.

사모대출 시장의 잠재 부실이 현실화될 경우 금융 시스템 전반으로의 확산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당국이 ‘사모’라는 특성 뒤에 가려진 실질 익스포저와 건전성을 면밀히 점검하고, 유동성 리스크에 대응할 수 있는 선제적 관리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고수익의 이면에 내재된 리스크가 임계점에 근접하고 있다는 경고가 커지고 있다.

연기금 고위 관계자는 “금융위기 이후 은행이 물러난 자리를 사모대출 펀드가 빠르게 메우는 과정에서 시장이 지나치게 급팽창했고, 부작용으로 일부 구간에서는 심사 기준이 상당히 허술해졌을 수 있다”면서 “시장 속도가 워낙 빨랐던 만큼 일부 자산에서 대출 심사 완화나 유동성 우려가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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